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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바로크합주단의 창단 50주년 월드 투어
유럽 투어의 마지막 방점을 찍은 빈 무지크페라인의 3월 1일 콘서트 현장을 가다.
최근 코리안체임버오케스트라(KCO)로 개명한 서울바로크합주단. 국내에서 수준 높은 음악을 꾸준히 펼쳐 보인 점을 넘어, 대한민국의 모든 오케스트라를 통틀어 해외에서 가장 많이 공연을 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민간 오케스트라임에도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선 문화 외교 대사로서 입지를 선점했다는 측면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문화 상품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측면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KCO가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아 네 차례의 월드 투어를 기획하며 이들의 전통과 음악성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구나 유럽의 전문 매니지먼트의 기획에 따라 합당한 개런티와 정당한 티켓팅을 통해 상업적 연주회를 연 것은 이들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케 한다.
무대의 완성도를 꼼꼼히 채색한 주커만 부부와의 협연
KCO의 월드 투어는 2월 유럽 네 개 도시, 3월 폴란드 제19회 베토벤 페스티벌, 5월 중국 베이징 국제 음악제, 10월 뉴욕 카네기홀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3월 1일 첫 유럽 투어의 마지막 장소인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린 연주회는 여러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오랜만에 빈에서 공연하는 세계적인 비르투오소 핀커스 주커만이 지휘를 맡아 악단의 자존심을 높였고, 주커만의 아내이자 첼리스트 아만다 포시스와 주커만이 독주자로 참여했으며, 체임버 앙상블로부터 협주곡·교향곡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빈에서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 KCO의 연주회는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첫 곡은 멘델스존의 현악 교향곡 10번. 지휘자 없이 연주한 작품으로 KCO의 예리한 보잉과 날렵한 앙상블, 정교한 사운드를 보여주며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뒤이어 비발디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RV547을 연주하고자 주커만과 포시스가 입장한 뒤 부부로서 정겨운 앙상블과 홀을 가득 메우는 찬연한 음향을 선보였다. 1부 마지막 곡은 주커만이 독주자로 나서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터키풍’을 들려주었다. 주커만은 여전히 환상적 음색과 볼륨감을 선보이며 때로는 즉흥적인 장식과 절묘한 테크닉을 통해 빈 청중을 매혹시켰고, KCO는 정확하면서 절도 있는 앙상블을 통해 모차르트 음악의 새로운 감흥을 자아냈다. 앞으로 무지크페라인만의 독특한 어쿠스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쌓인다면 빈의 여느 악단 못지않은 음향적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음을 확신하는 자리였다.
인터미션이 끝난 뒤 포시스의 독주로 차이콥스키의 첼로와 현악 앙상블을 위한 녹턴을 연주했다. 악장 김민의 향수 어린 음색의 격정적 바이올린 솔로가 가세하며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이어서 연주한 이날의 메인 레퍼토리인 슈베르트의 교향곡 5번은 서울에서 1월 14일 세르게이 심바탄의 지휘로 연주할 때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선보여 이채로움을 더했다. 주커만은 보다 리드미컬한 선율미와 구조적 대비를 강조했다. 특히 1악장에서의 토속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리듬, 4악장 클라이맥스로의 다채로운 이행과 극적인 해결은 여느 연주보다 개성적이며 강인했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주커만과 KCO의 연주를 환대했고, 이에 게오르그 말름스텐의 에로키리에 헤일릴레와 경복궁 타령 두 곡의 앙코르가 이어지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의 공연은 동일한 라인업으로 5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재현할 예정이다.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코리안체임버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