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작곡가·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매년 새로운 친구들과 연말을 보내는 즐거움
편안한 선율로 크리스마스를 달콤하게 물들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이 찾아온다.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은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따뜻한 분위기의 연말 공연이다. 팝페라 가수 카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그의 ‘친구들’로 출연해 공연에 다채로움을 더해왔다. 함께 하는 친구들이 매년 달라져, 편곡과 무대 구성이 매년 바뀌는 것도 특징이다.
이번 공연은 첫 소절만 들어도 설레는 유키 구라모토의 명곡들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여 선보이는 시간으로, 이틀에 걸쳐 서영택(테너), 이동규(카운터테너), 대니 구(바이올린) 그리고 정한결의 지휘로 디토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공연인 만큼 캐럴도 준비했다. 2009년에 시작돼 어느덧 15번째 공연을 앞둔 유키 구라모토에게 이번 공연과 삶에 관해 묻자, 그는 자신의 음악처럼 친절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과 관련된 추억이 많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는 감상을 남겨주신 관객분이 많았습니다. 매년 많은 분들이 공연장을 찾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다고는 해도 1년에 한 번뿐이다 보니, 연중행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매해 좋은 음악가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다는 것도 즐겁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09년 첫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을 함께 했던 카운터테너 이동규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춥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이동규 씨는 활약의 폭을 계속 넓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함께 공연하는 음악가의 개성을 중시해서 편곡하고 연주하는데요. 함께 공연한 경험이 있으면 서로 마음이 조금 더 잘 통하기 때문에, 이번엔 이전보다 더 좋은 연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5일에는 하루에 두 번(오후 2·6시), 각각 다른 연주자들과 무대에 오릅니다.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요.
그저 준비할 것이 조금 많아졌을 뿐입니다. 저보다도 연주를 담당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지휘자가 리허설이나 준비로 힘드실 거예요. 연주엔 체력이 필요하므로, 체력 관리에 더 신경 씁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음악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니, 관객이 걱정해 주실 일은 아닙니다.
연중의 다른 공연들과 비교해,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만이 지닌 특별함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크리스마스 시기 자체가, 음악을 즐기고 싶은 기분이 들게끔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초청 음악가와 대형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죠. 크리스마스 공연은 총 6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 분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양념, 즉 편곡도 평소의 연주와는 사뭇 다르거든요.
이번 공연을 더 재밌게 즐길 방법이 있을까요?
이건 광고가 되어 버리지만….(웃음) 콘서트 전에 미리 곡을 알고 오시면 재미도 배가 될 것입니다. 물론, 공연장에서 처음 들어주시는 것도 순수하게 곡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고요. 사이좋은 친구,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는 것도 좋고, 당연히 혼자 찾아와 주시는 것도 대환영입니다. 걱정하실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19세부터 걸어온 음악가의 길
1986년, 유키 구라모토는 첫 음반 ‘레이크 미스티 블루’를 발매했다. 흔히들 음반 발매를 데뷔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그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자신의 음악 활동 시작을 데뷔로 여겼다. 그것이 소박한 시작일지라도, 그에게는 진정한 데뷔였던 셈이다.
1986년에 첫 음반을 발매했으니, 데뷔한 지 40년이 되어 갑니다.
1986년은 ‘유키 구라모토’라는 이름으로 음반이 처음 발매된 해입니다만, 사실 연주자로서 일을 시작한 것은 19세가 되기 직전이었던 1970년입니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피아노 연주자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고학생인 저에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학생이 아니라 프로 음악가로 일에 임해야 했습니다. 이런 연주는 경력·학력 등은 묻지 않고, 연주 실력만 있으면 가능했습니다. 그러니 소박한 시작일지라도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제 데뷔는 1970년입니다.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음악가로 일해 왔으니까요.
그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음악적 방향성이 있나요?
‘유키 구라모토’라는 정체성으로서는, 서정적이면서도 감정 변화가 담긴 피아노곡을 중심으로 음반을 제작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음반 발매가 제 음악 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던 건 아닙니다. 이제까지와 같이, 피아노와 관련된 많은 장르를 편곡하거나 연주했습니다. 1988년쯤부터는 여러 TV 드라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작곡하고 연주하기도 했죠.
올해 발매된 음반 ‘디어 하트’는 약 4년 만의 신보입니다.
지난 몇 년, 코로나로 인해 녹음하러 나가는 것도 꺼려져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음반에 수록되지 않은 십여 곡의 녹음을 이미 마쳐 둔 상태이기도 합니다. 제게 작곡은 일상입니다.
음반을 들어보면 페달로 인한 울림이 촉촉하게 느껴집니다. 울림에 특별한 의도가 담겨있는지요?
서정적인 피아노곡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페달이 필수입니다. 같은 화음이라고 해도, 건반의 어느 부분을 터치하느냐, 어떤 배치로 연주하느냐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음색이 탁해지지도, 고음과 저음이 분리되어 불균형하지도 않은, 전체적인 울림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며 작곡하고 있습니다. 작곡과 연주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울림에 관한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곡가로서, 또 연주자로서 관객에게 보여주고픈 음악적 세계가 궁금합니다.
들어주면 감사할 따름입니다.(웃음) 청중이 있기에 비로소 음악가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음악을 듣고 편안하다’라고 생각해 주실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뭐든 선보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청중을 만족시키는 음악으로요.
앞으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요.
더욱 좋은 연주를 하는 것, 곡을 계속 만드는 것, 그리고 이 곡들을 후세에 남기는 것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만, 계속 활발히 음악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과 친하게 지내 주세요.
유키 구라모토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하며, “평화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평화를 바란다’는 인사를 건네 본 적이 있던가. 그의 음악이 많은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가 늘 사람들의 평화를 바라며 음악으로 인사를 건네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가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평화롭고, 달콤하고, 느긋하게. 글 김강민 기자 사진 크레디아
유키 구라모토(1951~) 일본 도쿄공업대학에서 응용물리학 학·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1986년 첫 음반 ‘레이크 미스티 블루’를 발표했다. 1999년 처음 내한한 이후 매년 한국을 방문했으며, 2009년부터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3년 6월 ‘디어 하트’를 발매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크리스마스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12월 24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2월 25일 오후 2·6시 롯데콘서트홀
오케스트라 서곡, 거슈윈 ‘포기와 베스’ 주제에 의한 콘서트 환상곡, 유키 구라모토 베스트 오브 베스트, 캐럴 메들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