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INTO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
지금은 낯설지만, 곧 친근해질 피아니스트
페스티벌을 위한 첫 내한을 앞두고, 유럽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쳐온 그의 진면모를 살피다
국내 관객들에게 ‘엘렌 메르시에’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연주·음반발매·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역임 등 30년 이상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지만, 국내에서 그의 소식을 전해 듣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꽤 유명하기도 하다. 세계적인 기업가의 아내라는 사회적 지위가 때때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엘렌 메르시에가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클래시컬 브릿지 음악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와 듀오 리사이틀을 준비 중이다. 듀오 연주를 즐겨하는 피아니스트인 만큼, 이번 공연에서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축제라는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그의 음악적 면모를 직접 살필 기회다. 다른 수식어를 모두 떼고,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음악에 관해 묻자, 그는 흔쾌히 자기 삶의 일부를 보여주었다.
첫 내한 공연을 환영한다.
정말 기대된다! 음악은 보편적인 언어다. 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감사하다. 내겐 세계 각지의 다양한 관객과 연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축제에 참여하게 돼 정말 감사하다.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와 듀오 연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어떤 파트너인가?
내게 스피바코프는 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만의 깊고 풍부한 음색은 모두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와 연주할 때면 마치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함께 음반도 발매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인 내 언니의 멘토였기에 자연스레 그와 인연이 닿았다.
리사이틀 프로그램에서 특별한 점을 소개한다면?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1935~)의 ‘거울 속의 거울’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피바코프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우리가 이 곡을 함께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바이올린·피아노 듀오 연주자들에게 중요한 레퍼토리인 바흐·브람스·프랭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도 연주한다.
여러 연주자와 듀오 연주를 자주 한다. 듀오의 매력은 무엇인가?
다른 연주자와 음악을 향한 열정을 공유하는 건 정말 풍요롭고, 재미있다! 이 시간은 홀로 연습하는 시간과도 좋은 균형을 이룬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나는 실내악 연주를 선호하는 것 같다.
당신의 ‘첫’ 듀오 연주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9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던 언니와의 연주다. 언니는 늘 나를 격려했고, 언니와 함께 연주할 수 있게 됐을 때 정말 자랑스러웠다. 우리는 많은 시간 동안 바흐·모차르트·베토벤의 소나타들을 연습했고, 그 덕분에 나는 어린 나이에 바이올린곡들을 많이 알게 됐다. 우리는 음악으로 특별한 유대감을 쌓았다. 언니는 음악과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내겐 언니의 목소리보다 언니의 바이올린 소리가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피아니스트가 되길 소망하나?
나는 연주할 때,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연결된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 느낌을 청중과 공유하는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향한 열정과 끊임없는 발전이다. 그 외에 특별히 이루고자 하는 계획은 없다.
앞으로 한국에서 당신을 자주 만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독주·실내악·협연까지, 다양한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
글 김강민 기자 사진 클래시컬 브릿지 음악 페스티벌
Performance information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엘렌 메르시에 듀오 리사이틀 5월 8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아르보 패르트 ‘거울 속의 거울’ 엘렌 메르시에(1960~) 15세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했고, 줄리아드 음악원,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 에꼴 노르말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부소니 피아노 콩쿠르·몬트리올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유럽을 비롯해 러시아·캐나다·중국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받았다.
Classical Bridge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클래시컬 브릿지 음악 페스티벌
보증된 연주력을 자랑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해외 아티스트가 대거 내한한다. 클래시컬 브릿지 음악 페스티벌(예술감독 클라라 민)이 서울에 상륙했기 때문. 축제는 2018·2019년 뉴욕, 2022년 보르도에 이어 올해로 4회를 맞았으며, 3일간 다섯 번에 걸쳐 실내악 리사이틀과 피아노 독주회가 펼쳐진다.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를 필두로 5명의 솔리스트와 마이스키 트리오, 모스틀리 첼로 앙상블이 팀을 이뤄 다양한 규모의 실내악을 선보이고, 캐런 르프랙의 8대의 첼로를 위한 프렐류드를 한국 초연할 예정이다. 오랜 호흡을 자랑하는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엘렌 메르시에 듀오, 첫 내한을 앞둔 비올리스트 마테 쉬츠와 피아니스트 리드 테츨로프도 반가움을 더한다. 다비드 프레이 독주회, 오귀스탱 뒤메이와 예술감독 클라라 민의 듀오 리사이틀도 준비돼 있다.
공연 일정
5.7 pm 7:30 롯데콘서트홀 오귀스탱 뒤메이·알리사 마르굴리스· 에릭 실버거(바이올린), 마테 쉬츠·리다 첸 아르헤리치(비올라), 오렐리앙 파스칼(첼로), 줄리앙 퀸텐(피아노), 마이스키 트리오, 모스틀리 첼로 앙상블
5.7 pm 7:30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다비드 프레이(피아노)
5.8 pm 7:30 롯데콘서트홀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바이올린), 엘렌 메르시에(피아노)
5.8 pm 7:30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마테 쉬츠(비올라), 리드 테츨로프(피아노)
5.9 pm 7:30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오귀스탱 뒤메이(바이올린), 클라라 민(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