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술가 육성, 결실의 현장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2월 3일 9:00 오전

SPECIAL REPORT

 

예술가 육성, 결실의 현장을 찾아서

 

K-컬처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한 제도적 방안은 무엇인가?

극찬받는 교육 시스템을 갖춘 한국의 클래식 음악·발레계의 넥스트 스텝을 고민해야 할 때다

 

 

01 성과와 수확 » 글로벌 발레스타 갈라 예술감독 김선희

02 육성과 지원 » 현대차 정몽구 재단 멘토 이예린·주연선

03 공모와 공유 »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추진위원장 이건용

04 발굴과 교육 » 아시아 스즈키 뮤직 컨퍼런스 국제 음악제

 


 

COLUMN

 

예술의 미래를 위한 노력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현대차 정몽구 재단 ‘2025 온드림 콘서트’ 제16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 제8회 아시아 스즈키 뮤직 컨퍼런스 국제 음악제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를 통해 양악·국악 작곡가가 작품을 발표하고,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를 통해 세계적인 발레단 소속의 무용수들이 장기를 보여주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실내악 교육을 통해 음악학도들의 성숙을 끌어내고, 아시아 스즈키 뮤직 컨퍼런스((사)한국스즈키음악협회)는 영재를 발굴하고 특화된 교육법으로 교육자들을 단련시킨다.

안에서 모아 밖으로 뿌리는 발사대나, 밖으로부터 모아 내부의 쇄신을 일으키는 장이나, 모두 중요하다.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나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음악회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후자는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나 아시아 뮤직 컨퍼런스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장들은 크게 ‘시간’과 ‘공간’으로도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멘토링이 함께 하는 아시아 스즈키 뮤직 컨퍼런스나 정몽구 재단이 성장이라는 ‘시간’의 축을 담당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성장한 예술가들이 재능과 기예를 펼치는 ‘공간’은 발레스타 공연이나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라 할 수 있겠다.

예술가는 영기(靈氣)를 안고 태어나더라도, 오늘날 위와 같은 제도적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재능과 기예를 공유하곤 한다. 예술이란 초월적인 그 무엇이라 하더라도 어느 시대건 예술가는 그를 발굴, 조명, 확장시키는 세속의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말처럼, 이 같은 제도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예술가들에게 전언을 전하는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메시지란 무엇일까. 많은 영재가 ‘발굴’의 장치를 통해 조명되고, ‘공모’를 통해 발표의 통로를 찾고, ‘기획’된 장에 의해 진가를 드러낸다는 것. 이를 통해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천부적인 재능만으로 예술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으며, 예술가 지망생들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선 부지런히 발굴-멘토링-공모-발표 등의 여러 제도나 장(場)과 접속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19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개교 이후 영재 발굴과 교육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그들의 성숙을 견인하는 여러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재능을 발전시키는 예술가의 부단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와 장을 찾아내어 자신의 성장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시대다. 발굴 당하기보다 본인을 전문가들이 빨리 발견하도록 신호를 보내야 하고, 옥석을 가리기 위한 채굴장으로 자신을 옮겨야 한다.

다음의 기사들을 통해 예술가를 성장시키는 여러 장을 살펴본다. 발굴과 조명이라는 씨뿌리기부터 교육과 성장을 통한 꽃피우기, 그리고 공모와 공유를 통한 열매맺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예술가들을 둘러싼 성장의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송현민(편집장)

 


 

01 » BALLET

 

성과와 수확 1.11-12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세계적 발레인들의 ‘장’을 만들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희 교수, K-발레의 꿈을 꾸다

 

보스턴 발레의 수석무용수 채지영이 조지 발란신 안무의 ‘성조기’ 무대에 오른다. 힘차고 당당한 몸짓에, 올해부터 같은 발레단 소속의 솔리스트로 승급한 이상민이 경쾌함을 더한다. 지칠 줄 모르는 이들의 도약에 객석에서는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이어지는 무대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빛나는 별, 에투알 박세은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현준과 선보인 ‘주얼스’의 다이아몬드 파드되. 객석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이들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이들의 춤은 우리나라가 배출한 무용수로서의 자랑스러움을 넘어, ‘발레가 왜 예술인지’를 증명하고도 남을 감동을 선사한다.

(사)케이글로벌발레원이 주최한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이하 ‘글로벌 발레스타’)은 국내 발레계의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틀에 거쳐 진행된 3회의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웠다.(기자는 1월 12일 오후 7시 공연 관람)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배출한 무용수들

박세은(파리 오페라 발레), 이현준(유니버설발레단) ©최영모

해외에서 활약하는 발레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은 그간 여러 형태로 국내 관객을 만나왔지만, 이번 ‘글로벌 발레스타’의 갈라 공연은 조금 특별했다. 출연진이 전부 한국예술영재교육원·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무용수들이라는 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무용원의 저력을 느낀 무대였다.

“1996년, 한예종 무용원 초대 교수로 임명 되어 올해 2월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의 교육을 통해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스타 무용수들을 한 곳에 모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에 큰 의의를 느낍니다.”(이하 김선희)

한예종 무용원이 개설될 당시만 해도 목표는 ‘외국 유학을 하지 않고도 세계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국내 발레계가 배출하는 인재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세계적이다. 이토록 작은 나라에서, 전 세계 발레 단장들이 인정하는 ‘훌륭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탄생한다. 손꼽히는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자리를 차지한 한국인도 명단을 작성할 만큼 길어졌다. 이 뿌듯한 교육의 성과를 함께 해온 김 교수는 학교를 떠나며 이를 널리 알리는 일에 기여하고자 힘쓰고 있다.

“2년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기쁩니다. 세계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모든 졸업생을 초대하고 싶었으나, 갈라 공연의 횟수를 고려해 여러 나라의 대표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약 중인 무용수들로 우선 선정했습니다. 활동 중인 21명과, 입단 예정인 2명을 포함해 23명의 무용수가 한 자리에 모였죠.”

이번 공연에는 한국의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주역은 물론, 파리 오페라 발레의 박세은(에투알), 네덜란드 국립 발레의 최영규·보스턴 발레의 채지영(수석무용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한성우·박선미(솔리스트), 로열 발레의 전준혁(퍼스트 솔리스트) 등이 참여했다.

훌륭한 무용수들은 어디로 가는가?

박선미(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최영규(네덜란드 국립 발레) ©최영모

‘글로벌 발레스타’ 공연은 한예종 재학생을 중심으로 한 K-ARTS 발레단의 군무가 시작과 끝을 맺었다. 무용원 교수 조주현 안무의 ‘수제천’이 첫 무대였고, 마린스키 발레의 입단을 앞두어 최근 화제를 모은 전민철 등이 함께 등장하는 조지 발란신의 ‘테마와 베리에이션’이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들 중에 앞으로 더 많은 발레계의 별들이 탄생할 것이라 가늠해본다면, 이번 공연은 성과에 대한 확인이자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문 발레단의 확충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발레 수준은 놀라울 만큼 높아지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훌륭한 교사의 양성과 배치도 여전히 주요 과제로 남아있고요. 발레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발레계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절실하죠.”

국내 발레 무용수들의 활발한 해외 발레단 진출은 발레계의 자랑이자 고민이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된 해외 발레단 진출은, 뛰어난 무용수들의 탄생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는, 실력을 갖춘 무용수들이 국내에 머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저는 무용수들이 한국 관객에게 그들의 예술을 선보이며 사랑받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습니다. 2010년 전까지는 한예종의 많은 졸업생들이 한국의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지만, 어느 시점부터 두 발레단의 정단원 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무용수들이 해외 발레단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때로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죠. 이제는 국내 우수한 발레단이 고르게 설립되어 세계적 수준의 한국 무용수들이 국내에서 발레의 아름다움을 전할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한편,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인 무용수들은 각국의 문화 외교관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이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해외 유수 발레단의 무용수·안무가·연출가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소통의 장을 만들어 미래를 그리다

채지영, 이상민(보스턴 발레) ©최영모

이번 ‘글로벌 발레스타’를 주최한 케이글로벌발레원(이사장 배원섭)은 2024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이들은 발레 활성화를 위한 교육과 연구사업, 창작 활동 개발을 통해 그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케이글로벌발레원은 제가 2024년, 보스턴 발레의 게스트 아티스트로 떠나기 전 뜻을 함께하는 몇 분과 함께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의 학업에만 집중하다보니, 학교 외 발레계에 필요한 활동은 그간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직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자 단체를 설립했어요. 계획하고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전국 단위로 교육 방법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또한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국내 교육 시스템과 훈련 방법에 대한 소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선희를 필두로 국제 교류에도 적극 앞장선 케이글로벌발레원은 이번 공연에 다수의 발레단 담당자들을 초청했다. 네덜란드 국립 발레 예술감독 테드 브랜드슨, 마린스키 발레 발레마스터 유리 파테예프, 보스턴 발레 예술감독 미코 니시넨 등이 한국에 방문했다.

“세계 각국의 인사들과 논의한 결과, ‘서울 발레 포럼’을 개최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각 국의 발레 리더와 교사,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국제적인 페스티벌로 만들 예정입니다. 이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면 세계 발레계가 이를 통해 긴밀히 연결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한국 발레도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미래 세대를 위한 발레계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겠습니다!”

허서현 기자 사진 케이글로벌발레원

 

김선희 글로벌 발레스타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무용 분야 교수이자,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한국 대표로 활동 중이다. 아베리칸 발레 시어터·보스턴 발레에서 게스트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국제 발레 콩쿠르 심사위원도 역임했다.

 


 

02 » MECENAT

 

육성과 재원 2.5-6 현대차 정몽구 재단

‘2025 온드림 콘서트’

 

음악가들에게 ‘힘’을 주는 민간 기업 재단

이예린·주연선, 두 멘토가 전하는 실내악을 통한 성장

 

국내 학생은 물론 관객마저 그 소비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실내악이다. 이는 클래식 음악 공연의 관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관인 음악대학에서 실내악 강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일어나는 부차적인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독주 작품이나 교향곡, 협주곡에 비해 익숙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지갑은 이미 보장된 맛을 향해 열린다. 다시 말해, 실내악의 밝은 미래는 실내악 공연 확대와 더불어 실내악 ‘교육’에도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이 주제에 좋은 모범을 보이는 민간 기업 재단으로, 근시안적인 후원이 아닌, 인재를 키워 지속 가능한 예술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07년 출범, 2011년 12월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명칭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한 재단은 ‘인류와 사회의 이익에 기여’를 미션으로, 클래식 음악·국악·무용 등 예술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뜻으로 2014년 2월에는 ‘온드림 앙상블 창단연주회’를 진행했으니,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온드림 콘서트’와 ‘온드림 실내악 시리즈’의 뿌리이다. 온드림 콘서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장학생으로 이들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교수진(김현미·성재창·사무엘 윤·이예린·이진상·주연선)에게 앙상블 교육을 받고 있다. 올해 온드림 콘서트의 음악감독을 맡은 플루티스트 이예린에게 실내악 교육의 중요성을 물었다.

“실내악은 꾸준히 저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대학 시절 드뷔시의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며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했던 그 마법 같은 순간은 물론, 동료들과 때로는 의견 충돌을 겪기도 한 그 과정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실내악은 단순한 연주의 합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예술입니다.”(이예린)

바라는 교육의 방향

온드림 앙상블의 나이 제한은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로 폭넓다. 중학생과 대학생이 한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서로 수준을 맞추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지 모른다. 그렇다면 역대 장학생 목록을 살펴보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선율,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비올리스트 신경식·유혜림, 첼리스트 한재민·박상혁이 모두 이 재단을 거쳐 갔다. 이들의 나이는 실력과 무관해 보인다. 지도 교수진인 첼리스트 주연선 역시 온드림 앙상블에서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앙상블 참여 학생의 실력을 향상시킬 때 꼭 학년과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자연적으로 좀 더 음악적 배려가 잘 되기도 해요. 지도 교수진 역시 앙상블 팀을 꾸릴 때 학생들의 나이보다는, 개개인의 소리 색이 어떻게 하면 어울릴지에 집중하게 됩니다. 온드림 앙상블 장학생들은 이미 음악적으로 훌륭하고 뛰어납니다. 앙상블의 경험치가 성인에 비해 부족할 뿐,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학생들이 음악 안에서 서로 즐겁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주연선)

물론 아직 학생들이기에 타인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소리에 집중하던 습관에 더 익숙하다. 온드림 앙상블의 지도 교수진은 이 프로그램에서 타인의 소리를 듣고 이를 조율하는 법을 중요하게 여기며, 학생들의 음악적 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데에 가장 주안을 두고 있다.

“음악 교육에서 앙상블은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개인 연습도 너무 중요하지만, 음악의 본질은 결국 나눔에 있는걸요. 함께 소리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다른 이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게 되니, 앙상블 훈련은 학생에게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교육입니다. 이런 훈련은 일찍 시작할수록 이점이 크고, 그렇기에 온드림 앙상블의 교육은 장학생에게 정말 의미 있는 프로그램입니다.”(주연선)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이들에게 바라는 방향은 앞서 언급했듯이 지속 가능한 예술을 만드는 것이다. 지도 교수진 역시 이 뜻을 받아 학생이 단순히 연주를 잘하는 음악가로 그치지 않고, 그 너머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학생들이 음악의 가치를 더 깊게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악가로 성장하기를, 이 프로그램이 그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이예린)

이의정 기자 사진 스테이지원

 

Performance information

2025 온드림 콘서트Ⅰ·Ⅱ

2월 5·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클링 ‘코끼리와 모기’, 구노 ‘파우스트’ 중 ‘당신은 잠들려고 하지만’, 생상스 ‘죽음의 무도’ ‘동물의 사육제’ 외

 

이예린 파리고등음악원·리옹고등음악원을 거쳐 독일 뮌헨 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수원시향 수석주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TLI실내악축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온드림 앙상블을 지도했다.

주연선 예원학교·한예종 예비학교·서울예고를 거쳐 미국 커티스 음대를 졸업했으며, 서울시향 첼로 수석·캔자스시티 심포니 부수석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온드림 앙상블을 지도했다.

 

MINI INTERVIEW

온드림 콘서트의 참여 장학생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앙상블에는 언제부터 지원하게 됐나요?

하엘 첫 연주는 지난해 9월에 진행한 온드림 실내악 시리즈였습니다. 이 공연이 매우 뜻깊게 남아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빈 서울예고 재학 시절 학비에 보탬이 되고자 지원하여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러 정규 연주를 꾸준히 해왔죠.

온드림 앙상블의 교육 활동으로 얻은 배움 중 기억나는 것을 꼽자면요?

하엘 작년 여름에 갔던 캠프가 떠오릅니다. 그곳에서 김현미 교수님께 지도받았는데, 자세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를 섬세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오랜 경험을 전해 받아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게 항상 감사합니다.

제빈 재단을 통해 고등학교 때부터 쭉 이예린 교수님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가르침이 모두 소중하지만, 저희에게 언제나 진심을 보이시고, 어디서든 열정을 쏟으시는 모습, 그 자체에서 자극과 감명을 많이 얻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미래를 상상하며 ‘교육’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셨어요.

학생 때는 아직 실내악 연주 경험이 많지 않을 텐데, 다양한 연령의 학생과 연주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나요?

하엘 처음에는 분명 경험 많은 연주자분들과 하니 겁이 났지만, 함께 지내보니 선배들이 살뜰히 챙겨주고, 음악에 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주어 오히려 더 편하게 공연에 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타인과 함께하는 경험으로 음악의 깊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제빈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의견 차이는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러나 이를 함께 대화하며, 음악에 대한 견해와 시각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큰 즐거움과 배움입니다. 저는 실내악을 굉장히 좋아해요. 다른 악기의 실음을 직접 듣는 경험도 특별하고,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은 저를 음악가로 성장하게 해줬습니다.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은가요?

하엘 제가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저 역시 타인에게 그런 감정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빈 음악을 즐거워하는 이 마음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운동선수였던 부모님께 들은 말이 딱 두 가지 있어요. ‘항상 겸손하고, 항상 열심히 하라’입니다. 최선을 다할 때의 그 행복을 80세까지 잃지 않고 이어가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유제빈 바순/서울대 3학년

박하엘 바이올린/예원학교 2학년

 


 

03 » COMPOSITION

 

공모와 공유 1.18 국악 2.20 양악 제16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한국 창작음악에 불어 넣는

추진위원장 이건용이 말하는, ‘기’

작곡 발전을 위한 무대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가 올해로 16회를 맞이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아창제는 서양음악 ‘연주’가 주를 이루는 한국 음악계에 ‘창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진행된다.

아창제는 ‘음악제’로, 여타 작곡 콩쿠르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악단은 물론, 청중에게 동시대의 작곡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하며 연주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선정되는 작품의 작곡가 연령대도 다양하며, 재연 작도 선정에 포함된다. 양악과 국악이 함께 하는데, 발표 기회를 얻기조차 쉽지 않은 관현악 작품만 대상으로 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자연히 청중과 악단의 반향을 살피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응모하는 작품들도 그런 성향을 띄게 되고요. 젊은 작곡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청중에게 온건하게 다가가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신인은 물론 중견 작곡가들도 많이 응모하고 있습니다.”(이하 이건용)

성장하는 작곡계를 위한 터

작품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사후 관리도 아창제의 일이다. 선정작을 연주하는 단체에게는 연주 경비나 작품 사용료 등도 일부 지원한다. 특히 이건용은 “현재 우리나라의 작곡 수준은, 서양의 음악 선진국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관현악을 다루는 기술과 작품을 구성해가는 능력, 참신한 소리 추구 등에서 모두 높은 수준”이라는 것. 젊은 작곡가의 기량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창작 음악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이들의 기량을 드러낼 무대 기회를 갖추는 일에도 부지런해야 할 때다.

“국악관현악의 경우, 창작 관현악의 바탕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아직 국악관현악이라는 장르가 ‘젊기 때문’이겠지요. 오래된 고전 작품이 많지 않기에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한 분야라는 뜻입니다. 아창제에서 선정한 작품들도 잘 받아들여지고, 재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서양 관현악은 고전 걸작이 수세기에 걸쳐 쌓여있기 때문에, 굳이 창작곡을 연주하지 않아도 레퍼토리가 부족하지 않습니다. 새 작품 연주가 쉬운 일이 아니니, 아창제 선정작도 재연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장기적 발전을 고려할 때 아쉬운 점입니다.”

작곡가 육성을 위해서는 작품을 연주할 기회 제공이 중요한 축이다. 특히 다수의 연주자가 필요한 대규모 관현악의 경우, 작곡가들에게는 시연의 기회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다.

“관현악곡을 쓰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고 많은 악기의 배합이 어떤 소리를 만들어내는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험을 통해서 여러 배합의 경우를 공부해야하니 작곡가들이 자신만의 관현악법을 터득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관현악법의 가장 좋은 공부법은 악보를 들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때문에 아창제에서도 선정작의 리허설을 작곡가들에게 공개하고 있죠.”

관객의 사랑을 받는 창작음악

지난해 아창제는 15주년을 맞이하며, 역대 선정 작품에서 프로그램을 구성한 특별 기념 연주회를 가졌다. 선정된 작곡가의 면면을 살펴보면 선정 당시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창작 음악의 중추를 담당하는 이들이다. 결국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곡가들의 명단이 곧, 아창제 선정작의 작곡가들인 셈이다.

올해 공모에는 총 126작품이 접수, 국악과 양악에 각각 5작품씩이 선정됐다. 국악 부문은 지난 1월 18일, 김성국/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김신애·김상진·최지혜·최윤숙·이정호의 작품이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올랐다. 관현악부터 첼로 협주곡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양악 부문 연주는 정치용/국립심포니가 맡았으며, 오는 2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김신·박다은·이강규·임영진·전예은의 작품이 연주될 예정. 교향곡부터 바이올린 협주곡, 혹은 장구와 함께 하는 편성까지 다양하다.

“큰 흐름의 변화는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국악과 양악을 불문하고 작곡가들이 청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청중이 쉽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곡가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죠.”

창작 관현악의 활성화를 위한 아창제의 변화는 계속된다. 기회가 적었던 대규모 관현악곡 시연에 한정되었다면, 앞으로는 그 규모와 장르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모처럼의 기회이니, 작곡가들도 큰 규모의 작품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창제도 이 의욕을 가능한 살리려고 노력해왔죠.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 큰 편성보다 중·소편성의 곡이 더 자주 연주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아예 편성을 다소 줄인 작품을 공모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국악관현악을 위한 작품에 서양 악기가 도입되는 경우 등도 자주 있는데, 언젠가는 서양 악기와 국악기를 혼용한 관현악곡을 공모하는 기회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움이란, 당대의 모습을 담는 것

시인은 오늘의 삶을 노래하고, 화가도 당대의 일상을 그린다.  “작곡가는 이를 소리로 그린다. 이것이 예술가의 일”이라는 것이 동시대 작품 감상 필요에 대한 이건용의 답이다. 조금은 낯설지라도, 창작 음악을 위한 무대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곧 새로운 걸작을 탄생시킬 작곡가를 길러내는 일일 테다.

“음악은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함도 있지만, 당대의 삶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런 작품은 대체로 접근이 어렵죠. 그러나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소리의 세상에 우리의 귀가 열리게 됩니다. 베토벤이나 바그너, 드뷔시를 통해 새로운 음악의 세계가 열렸듯, 당대 작곡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음악적 상상력은 풍부해집니다. 이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새로운 걸작이 탄생하는 것 아닐까요?”

허서현 기자 사진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이건용 서울대·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오페라·가곡·합창곡 등의 성악과 관현악·실내악곡·독주곡 등의 작품을 두루 남겼다.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서울대 교수 등으로 재직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4대 총장을 역임했다.

 


 

04 » EDUCATION

 

발굴과 교육

1.6-10 제8회 아시아 스즈키 뮤직 컨퍼런스 국제 음악제

 

자라나는 ‘별’들을 위한 무대

스즈키 교육법으로 배우는 음악의 즐거움, 그 성장의 시간

 

30년의 음악제 노하우를 지닌 (사)한국스즈키음악협회(이하 스즈키음악협회)의 주최로 제8회 아시아 스즈키 뮤직 컨퍼런스 국제 음악제(이하 음악제)가 한국에서 열렸다. 스즈키 메소드는 만 3세부터 모국어 교육 방식을 통한 체계적인 악기교육으로 아이들의 재능을 키우고, 신체적, 정서적, 지적, 사회적 발달 등을 목표로 하는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특히 이번 음악제는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다가 7년 만에 재개하며 국내외 음악인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지난 1월 6일부터 10일까지 스플라스 리솜 리조트(충남 예산)에서 진행된 음악제는 1천여 명의 학생과 교사, 가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음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리조트에 들어서자, 교실이 된 객실 곳곳에서 스즈키 교본의 연습곡을 연주하는 학생들의 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 등 다양한 연습곡이 담긴 스즈키 교본은 1943년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교육자인 스즈키 신이치(1898~1998)에 의해 고안되었다. 스즈키 교육법은 영유아기의 언어 습득원리를 연구하고 분석하여 음악적 감각, 기억력, 집중력, 인간성 등을 개발하는 음악 교육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현악기 교수자와 학생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음악제 기간에 어린 학생들을 위한 그룹 레슨부터 마스터클래스, 교사 세미나 및 부모 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도 힘든 기색 없이 자신의 몸집보다 큰 악기를 들고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그룹 레슨에 참여했다.

둘째 날인 7일에는 당진문예의전당(대공연장)에서 갈라 콘서트가 열렸다. 음악제의 일환으로 가진 이번 공연에서는 사전 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8명의 학생이 정나라/공주시충남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를 펼쳐 보였다. 필리핀에서 온 엘리아나 마리안코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1악장) 협연을 시작으로, 최지아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1악장), 황예지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Op.35(3악장) 등의 고난도 프로그램들을 거쳐, 호주 출신의 제이미 윌러스가 연주하는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Op.104(1악장)로 마무리됐다. 황경익 스즈키음악협회 회장은 “갈라 콘서트 무대를 빛낸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에게 축하와 사랑을 전하며, 앞으로 더욱 성장해 세계 곳곳에 스즈키 음악의 위대함을 알리는 연주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눈높이에 맞춘 배움의 시간

어린 학생들을 위한 그룹 레슨은 스즈키 교육법의 핵심 중 하나로, 이번 음악제에서는 개인 레슨 위주로 진행되는 여타 캠프와 달리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음악제 기간 내내 모든 학생은 자신의 실력에 맞는 그룹 클래스에서 함께 배우며 서로의 음을 듣고, 맞춰가며 음악을 즐겼다. 이번 음악제에 참여한 교수진은 그동안 쌓아온 교육적 경험과 음악적 역량을 바탕으로, 스즈키 교육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이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개인 레슨 외에 마스터클래스에서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선사했다. 메도우마운트 음대 교수를 지낸 첼리스트 타냐 캐리는 마스터클래스에서 직접 엘가 첼로 협주곡 연주를 선보이며 활을 사용하는 방법, 기본 연주 테크닉에 대한 질의응답 등 각 학생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했다.

음악제가 열린 5일 동안 50명이 넘는 교수진은 스즈키 교육법을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적 역량과 노하우를 여과 없이 전하고, 학생들 역시 이들의 조언과 연주에 집중하며 배움과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 이외에도 9세 이하의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놀이 수업, 교사를 위한 세미나, 부모를 위한 수업 등 여타 음악제와 다른 다양한 수업들이 진행되었다.

음악으로 하나되는 시간

갈라 콘서트, 애프터눈 콘서트, 트와일라잇 콘서트, 앙상블 콘서트 등 음악제에서 열린 다양한 공연들은 학생들이 음악제 기간에 배운 곡들을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는 결실의 시간이었다. 황선경 스즈키음악협회 총괄이사는 “음악제에서의 다양한 공연 경험을 통해 무대를 즐기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음악제의 마지막 날, 학습 단계별로 구성된 현악 오케스트라 그룹의 공연을 선보이는 폐회음악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준비한 각각의 프로그램에는 모두 스즈키 교본의 ‘작은 별 변주곡’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곡으로 처음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폐회음악회의 무대는 지난 5일간의 음악제와 스즈키음악협회가 걸어온 30년을 돌아보게끔 했다. 연주를 잘하는 것보다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것”을 강조했던 교육자 스즈키 신이치의 바람이 이곳에 모인 꿈나무 연주자들의 마음에도 가닿은 듯했다.

홍예원 기자 사진 (사)한국스즈키음악협회

 

 

INTERVIEW

 

음악의 언어로 여는 교육의 장

(사)한국스즈키음악협회 황선경 총괄이사

 

제8회 아시아 스즈키 뮤직 컨퍼런스 국제 음악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닌, 스즈키 교육법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음악 교육자들과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우는 교육의 장이었습니다. 컨퍼런스를 통해 음악 교육의 가치와 스즈키 교육법의 영향력을 다시금 느꼈고, 많은 분과 이러한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었습니다.

‘스즈키 교육법’은 1940년대에 고안된 만큼, 오늘날의 학습 환경, 학생들의 능력 등 현대의 음악 교육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현 시대에 맞춰 스즈키 교육법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좋은 지도법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고 효과적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생명력이 오래 유지되는 것처럼요. 스즈키 신이치 선생님은 ‘음악을 언어처럼 배운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어린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고, 이 교육법은 당시 음악 교육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놓았습니다. 스즈키의 그룹 수업은 창의교육, 리더십, 정밀함, 멀티태스킹 등을 지향하고 있어 현 시대에도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음악 교육에 코딩이나 컴퓨터 등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여도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 능력과 사고능력을 발전시키는 악기교육은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교육으로 작용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즈키 교육 안에서는 만 3세의 어린이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합니다. 어린 나이에 음악 교육을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악 교육은 언어 교육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언어를 배울 때 처음 접하는 나이가 중요하듯 음악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하나의 언어로서, 사람의 감각과 소리의 인식 능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음악 교육은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능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듣기 훈련은 음악의 기초가 되며,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적이죠. 하지만 단순히 뛰어난 음악인을 만드는 교육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서로 다른 환경과 배경, 나이 차이를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대 종합예술대학원에서 스즈키 재능교육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해당 교육 과정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학원 과정에 스즈키 전공을 설치한(국민대·전주대·대구카톨릭대) 국가입니다. 스즈키 재능교육 전공에는 실기와 교육에 필요한 주요 과목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학에서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법을 배웠다면, 대학원 스즈키 전공에서는 개인 실기뿐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따른 학습법, 앙상블 교육, 그룹 레슨법, 교육철학, 교수법 연구 등의 과목을 배울 수 있습니다.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중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황경익 (사)한국스즈키음악협회 회장)의 영향으로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첼로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해가 갈수록 ‘어릴 때 시작이 바로 서야 훌륭한 음악인도, 인간도 만들 수 있다’는 스즈키 철학이 마음에 와닿아 지금은 만 3세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과 첼로 교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악기를 통해 사랑으로 키워낸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차면서도 저 스스로 더 발전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지난 30년간 협회는 스즈키 메소드의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마음의 깊이를 키우고, 협력과 존중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많은 아이들이 세상에 아름다운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묵묵히 나아가겠습니다.

홍예원 기자

 

황선경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음악대학원 석사 및 텍사스 오스틴 주립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원예술대학교 부교수 및 경기예고·여주대·전주대 대학원에 출강했으며, 현재 (사)한국스즈키음악협회 총괄이사 및 첼로교사 양성교수, 국민대 종합예술대학원 스즈키 재능교육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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