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칼럼 | 두 악기를 위한 협주곡의 세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3월 6일 9:00 오전

RECORD COLUMN

 

두 악기를 위한 협주곡의 세계

함께 빛날 때 협주의 음향은 더욱 풍요롭다

 

클래식 음악 역사상 작곡된 많은 협주곡 중, 한 대의 솔로 악기가 아닌 두 대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들은 작곡가와 청중 모두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작곡가로선 한 악기의 비르투오시티와 클라이맥스에 대한 몰입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두 개의 악기 앙상블과 음향의 통일성을 관찰하며 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음악을 작곡할 수 있고, 청중은 솔리스트를 향한 긴장감보다는 두 악기가 빚어내는 다양한 음색과 신선한 호흡이 주는 낯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세기 무렵 특히 활성화된 이 장르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음악적 여흥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당시 악기들의 음량이 개량을 거친 지금의 악기들과 달리 작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보다 원활한 조합이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대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 장르는 고전주의 시대를 벗어나 낭만주의 시대에 접어들며, 악기의 성능과 작곡의 깊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교향악적인 테두리 안으로 용해됨과 동시에 생산량이 이전 시대에 비해 현저히 줄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해체와 부활이 번복되었던 20세기를 맞이하며 이 장르는 다시금 작곡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바로크 협주의 전성시대

2중 협주곡(여러 대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 포함)이 가장 활발하게 작곡된 것은 바로크 시대가 아닐까 싶다. 이탈리아의 비발디와 독일의 텔레만, 그리고 가장 유명한 2중 협주곡을 남긴 바흐, 이 세 작곡가가 대해에 우뚝 서 있다.

이 가운데 비발디는 협주곡의 왕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방대한 양의 협주곡을 남겼는데, 그는 당시 사용되던 거의 모든 악기를 협주곡의 장르로 끌어들였다. 2중 협주곡의 양 또한 많은 편인데, 두 대의 악기를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 RV523, 플루트 협주곡 RV533, 만돌린 협주곡 RV532, 오보에 협주곡 RV535, 첼로 협주곡 RV531, 트럼펫 협주곡 RV537 등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을 모두 수록한 음반은 아날로그 시대 비발디 연주의 정석인 펠릭스 아요와 이 무지치(United Classics)❶의 역사적 녹음을 첫손에 꼽을 수 있고, 보다 현대적으로 발전된 시대악기 녹음으로는 네빌 마리너와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아카데미(Philips)나 시몬 스탠디지가 지휘한 콜레기움 무지쿰 90(Chandos)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여러 악기를 위한 ‘멀티 협주곡’ 음반으로는 두 대의 바이올린과 두 대의 첼로를 위한 RV564, 3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RV551,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RV544 등을 수록한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Teldec)❷의 음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텔레만의 경우는 비발디보다 그 조합하는 악기가 훨씬 대범했다. 비올라나 트럼펫 혹은 오보에나 하프시코드처럼 이질적인 악기를 특이하게 편성하는 협주곡으로 유명하다. 두 대의 샬루모·현악기·콘티누오를 위한 d단조 TWV 52:d1, 두 대의 호른·현악기·콘티누오를 위한 D장조 TWV 52:D1&2, 리코더·바순·현악기·콘티누오를 위한 F장조 TWV 52:F1, 두 대의 비올라·현악기·콘티누오를 위한 G장조 TWV 52:G3, 두 대의 리코더·현악기·콘티누오를 위한 a단조 TWV 52:a2, 비올라 다모레·오보에·플루트를 위한 E장조 TWV 53:E1 등이 있다. 도로테 오벌링거와 앙상블 1700(DHM)❸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와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L’oiseau-Lyre),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Teldec)의 음반을 추천한다.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1043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장의 음반으로 오이스트라흐 부자(DG)❹의 역사적인 녹음과 앤드류 멘츠·레이첼 포저(Harmonia Mundi)❺의 시대악기 녹음을 추천해 본다. 멀티 건반악기를 위한 협주곡 BWV1060~1065는 바흐만의 고유한 장르다. 현대 피아노로는 프란츠·오피츠·에센바흐, 독일 전 총리 슈미트가 참여한 음반(DG), 하프시코드로는 헬무트 릴링과 슈투트가르트 바흐 콜레기움의 연주(Hanssler), 크리스토프 호그우드와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L’oiseau-Lyre)❻을 추천한다.

 

세련된 대화를 품은 고전과 낭만

바로크 시대가 끝나면서 오케스트라가 확장되고 악기의 성능이 발전됨에 따라 2중 협주곡의 생산량은 조금씩 줄어들고 솔리스트의 기량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모차르트는 가장 유명한 세 개의 2중 협주곡을 남겼다. 가장 먼저 플루트·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K299/297c는 그 경쾌한 음향과 세련된 선율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서 고전적으로 니카노르 자발레타와 빈 필하모닉의 수석 볼프강 슐츠(DG)가 참여한 음반, 시대악기로는 프란스 브뤼헨과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의 음반이나 프랑수아 라자레비치와 생 줄리앙의 음악가들(Alpha)❼의 음반을 추천한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K365는 작곡가가 자신의 누이인 마리아 안나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작곡한 것으로서 간결하면서도 흥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현대 피아노로는 고전적으로 에밀 길렐스 부녀(DG)❽나 클라라 하스킬·게자 안다(Warner)의 연주도 높이 칭송받아야 마땅하고, 이후 머리 페라이어·라두 루푸(Sony), 알리시아 데 라로차·앙드레 프레빈(RCA) 등이, 시대악기로는 요스 판이레므세일·요코 카네코(Alpha), 맬콤 빌슨·로버트 레빈(Archiv)의 음반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정식 협주곡으로는 볼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의 완성도를 갖고 있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음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다시 한번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탄복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가장 고색창연한 연주로는 빈필 악장인 발터 바릴리와 파울 독터가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Westminster)와 함께 한 음반을, 그다음으로는 주빈 메타/이스라엘 필하모닉과 협연한 이츠하크 펄먼·핀커스 주커만(DG)❾의 연주나 칼 뵘/베를린 필하모닉과 토마스 브란디스·주스토 카포네(DG)의 협연도 시대를 뛰어넘는 명반으로 추천한다.

낭만주의 시대에 가장 대표적인 2중 협주곡이라면 당연히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Op.102일 것이다. 이 작품 외에 당대의 다른 2중 협주곡은 생각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은 브람스가 친구인 요제프 요아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서 높은 음역대의 바이올린과 낮은 음역대 첼로의 긴밀한 대화와 독창적인 음향 균형, 넘치는 서정미가 돋보이는 명곡이다. 역사적으로 이 작품은 현악 주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로서 모노럴 시대에 녹음된 야사 하이페츠·엠마누엘 포이어만(RCA, 1940)이나 나탄 밀스타인·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RCA, 1952) 같은 명연부터 시작하여 비교적 많은 양의 녹음이 일찍부터 남겨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단연코 최고의 명연은 1970년 경에 발매되어 부동의 1위를 장식하고 있는 오이스트라흐와 로스트로포비치가 조지 셸/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Warner)❿와 협연한 음반일 것이다. 완벽 그 이상의 고전성과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이 음반을 능가하는 음원이 앞으로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여전히 각기 다른 매력과 스타일을 발산하는 수연들은 지속적으로 발매되고 있다. 지노 프란체스카티·피에르 푸르니에 협연과 부르노 발터 지휘의 고전적 명연(Sony)을 거쳐 율리아 피셔·다니엘 뮐러 쇼트(Pentatone)가 있고, 바딤 레핀·트룰스 뫼르크 협연과 리카르도 샤이 지휘(DG), 테츨라프 남매 협연과 파보 예르비 지휘(Ondine), 카퓌송 형제 협연과 정명훈 지휘(Erato) 등이 이에 속한다.

 

현대의 감각으로 2중 협주의 재발견

20세기에 작곡된 2중 협주곡들은 그 악기의 범위나 오케스트라의 편성 및 작곡 스타일이 상이하게 다르고 작곡가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강하게 묻어나는 것이 특징으로서, 자칫 어렵게만 다가올 수 있는 20세기 음악들 가운데에서 비교적 예스러운 음악적인 재미와 일말의 유머를 발견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형식과 신고전주의적 명확성을 바탕에 두면서도 가볍고 유머러스한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작품으로서 가장 유명한 20세기의 2중 협주곡이다. 가브리엘 타치노·베르나르 린제센이 협연하고 조르주 프레트르가 지휘한 음반(EMI)이 프랑스 피아니즘과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가장 역사적인 원형으로서 그 가치가 높다. 그리고 샤를 뒤투아와 파스칼 로제·실비안 데페르네의 협연(Decca)과 오자와 세이지와 라베크 자매(Philips)⓫의 협연, 스테판 데네브와 에릭 르 사주·프랑크 브레일리(RCA)의 협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쇼스타코비치 피아노와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 1번은 그 아이러니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매력이 간결하게 담긴 명곡으로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단연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마르타 아르헤리치(Warner)⓬의 연주가 가장 추천할 만한데, 예전의 레코딩(DG)이나 비교적 최근의 레코딩(Warner) 모두 동일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더불어 가장 최근에 녹음된 유자 왕과 안드리스 넬손스/보스턴 심포니(DG)의 협연 또한 대단히 색다르면서도 참신한 해석으로 적극 추천한다.

마르티누의 피아노와 팀파니, 두 개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2중 협주곡은 형식과 음향이 대단히 독특한 작품으로서 리듬과 음향에 있어서 강렬한 매력을 발산한다. 체코 음악에 최적화된 체코 필하모닉의 음반(Supraphon)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PERFORMANCE INFORMATION

안드리스 포가/쾰른 WDR 심포니(협연 다니엘 뮐러 쇼트·김서현)

3월 5일 오후 7시 30분 낙동아트센터 콘서트홀
3월 6일 오후 7시 30분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3월 7일 오후 5시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3월 8일 오후 5시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3월 11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람스 2중 협주곡 외

 

루카스 & 아르투르 유센 피아노 리사이틀(통영국제음악제)

4월 3일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K521 외

 

요엘 레비/KBS교향악단(협연 이혁·이효)

5월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FP 61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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