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가을 페스티벌 외

FROM PARIS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2월 1일 12:00 오전


▲ Blaine Davis

파리 가을 페스티벌

한국인 작가 이영진 작품 공연

한국인 극작가 이영진의 연극 ‘정직한 백인 남성’이 지난 10월 16~19일 파리 문화예술의 메카 퐁피두센터에서 공연됐다. 파리 가을 페스티벌(Festival d’Automne a Paris)이 야심차게 선정한 이 작품은 ‘출하’ ‘우리는 죽는다’에 이은 이영진과의 세 번째 협업이다.

‘정직한 백인 남성’은 오로지 이성애와 이성(理性)만이 옳다는 편견을 지닌 백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영진은 “백인 남성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는 단지 피부 빛깔 만으로 인해 예외적인 존재여야 세상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브라운 대학의 학생들과 공동작업을 한 끝에 ‘마티유’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트리 장식을 끝낸 세 아들과 아버지는 우유를 마시며 한가로운 성탄을 즐긴다. 지극히 일상적인 미국 가정의 풍경으로 시작한 이 연극은 두 형제와 아버지가 ‘마티유의 문제는 무엇일까’를 탐색하는 과정을 그린다. 마티유는 다른 두 형제와 달리 아버지와 동거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의 캐릭터는 영웅적이기는커녕 무기력하고 현실도피적이어서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작품이 끝나면 우리 모두는 마티유와 닮은 자신을 발견하고 뭉클해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특정 메시지보다 관객이 이 문제의식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포인트”라는 이영진의 말은 이 지점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연출가 로버트 윌슨

오데옹극장에서 연극 ‘검둥이들’ 공연

 

1950년대, 프랑스 연극에서 장 주네의 등장은 그 자체로 불편한 진실이요, 드라마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실존주의 극작가로 불리기 전 그는 악명 높은 범죄자로 스물여섯에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옥중에서 쓴 시와 소설이 미셸 푸코를 매료시키지 않았더라면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씨줄과 날줄부터가 다른, 잔혹하리만치 독특한 그의 인생 이력과 천재적인 글솜씨가 버무려진 그의 첫 연극은 그러나 큰 충격을 던져주었을 뿐 그 이상의 반향은 없었다. 장 마리 세로가 연출 지휘봉을 잡으면서 그의 무대는 비로소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로버트 윌슨이 연출한 연극 ‘검둥이들’이 평단과 관객의 이목을 끄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10월 3일~11월 21일 파리 오데옹극장에서 장 주네의 연극 ‘검둥이들’을 무대에 올린 로버트 윌슨은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정교한 무대 디자인과 공간 활용에 탁월한 감각이 있는 연출계의 백전노장. ‘검둥이들’이 파리 가을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화제작이 된 건 단언컨대 윌슨 특유의 형식미가 돋보이는 제스처와 환상적인 조명, 그리고 흥겨운 프리재즈가 어우러진 독특한 미학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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