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티스트 김유빈, 성숙, 그 이후의 첫 인사

성숙, 그 이후의 첫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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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7월 9일 4:26 오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입단 후 국내에서 갖는 첫 번째 독주회

5월 5일, 안드레아 마르콘이 객원지휘를 맡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공연의 1부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2부는 카를 필립 에마누엘 바흐의 첼로 협주곡과 교향곡, 요제프 마틴 크라우스의 교향곡이 올랐다. 18세기의 ‘슈트름 운트 드랑(질풍노도)’을 공연코드로 내세운 무대에서 마르콘은 그 사조가 표방한 흥분과 대담함, 자유와 정열, 반항과 격정을 뿜어내었다. 음악을 통해 문예사조의 정신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반 피셔가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이 악단은 분단 이후 베를린 필이 서베를린에 속하자, 대항체로서 동독이 1952년에 창단한 베를린 심포니가 전신이다. 베를린의 음악적 전통과 물줄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삼기 위한 이들의 문화적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난 2016년, 열아홉 나이에 수석으로 입단한 김유빈은 이러한 전통 속에서 많은 음악적 자양분을 섭취하고, 악단이 그리는 풍경에 중요한 물감 역할을 하고 있다. 2017/18 시즌을 마친 그가 국내 첫 리사이틀(피아노 윤효린)을 갖는다. 1부는 포레의 환상곡 Op.79, 고베르의 발라드, 비도르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작품 Op.34, 2부는 라이네케 ‘물의 정령’ Op.167, 힌데미트의 플루트 소나타를 선보인다. 그가 있는 베를린으로 전화를 걸었다.

 

베를린에서의 일과는 어떠한가.

또 다른 수석이 공석이라 자연스레 많은 연주회에 서고 있다. 1주일마다 큰 공연을 2~3회씩 치루는 셈이다.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연습을 끝내면 2시나 3시다. 다른 공연을 보러 가거나 휴식을 취한다.

 

입단 오디션 때 무엇을 연주했나.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1번과 2번, 프로코피예프의 플루트 소나타 Op.94의 3·4악장이었다. 라벨 ‘다프니스에 클로에’와 멘델스존 ‘한여름밤의 꿈’의 일부도 연주했다.

 

악단 외에 실내악이나 독주 활동도 하고 있는가.

악단 수석들 간에 목관 5중주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며칠 전에는 베를린의 모든 예술공간을 무료로 개방하는 오픈 데이에 호렌슈타인 앙상블과 함께 크리스티안 요스트의 작품을 연주했다. 올해 그의 작품은 통영국제음악제에 오르기도 했다.

 

엠마누엘 파후드 같은 힘찬 소리를 선호하는 편인가, 아니면 플루트라고 할 때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여성스러운 소리를 선호하는 편인가.

당당하고 힘찬 소리를 선호한다. 작은 소리에도 그 안에는 알찬 힘이 있어야 한다. 파후드는 대포 같은 소리도 가능하고, 실을 뽑아내는 소리도 가능하다.

 

카를 필립 에마누엘 바흐의 교향곡에선 나무 재질의 악기를 사용했다.

악단에서 바로크부터 18세기의 작품까지는 나무 재질을 주로 사용한다. 문헌을 보면 플루트는 낭만기까지 나무 재질을 사용했고, 지금과 같은 메탈 재질은 거의 1900년대에 가까워지면서부터이다. 나무 재질은 생각보다 예민하다.

 

1부는 프랑스, 2부는 독일의 작곡가들이다. 공연의 흐름이 프랑스에서 독일로 온 김유빈씨의 여정과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파리와 베를린을 비교한다면.

유학생으로 산 파리보다, 정식음악가로 살고 있는 베를린은 내게 넓은 도시로 다가온다. 파리에선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인상적이었다면 베를린은 건물 사이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는 넓은 광장이 이를 대신한다. 내가 출퇴근 하는 콘체르트하우스 앞에도 겐다르멘마르크트 광장이 있다. 이번 공연의 작품들에서도 이러한 도시의 느낌과 감수성이 느껴질 것이다.

 

이번 공연의 작품들은 1800년대와 1900년대를 산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같은 시기를 놓고 볼 때 프랑스와 독일 작곡가들의 차이점과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번 공연의 1부와 2부를 이해하는 코드가 될 것 같다.

포레·가베르·비도르는 인상주의를 대표했고, 라이네케는 독일의 낭만주의를, 힌데미트는 신고전주의를 대표했다. 플루트의 역사를 놓고 본다면 이 시기는 악기의 메커니즘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모차르트가 플루트를 싫어한 이유가 그가 살았던 때에 진화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만약 그가 이 시대의 플루트를 보았다면 마음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플루트가 발전하던 때의 걸 맞는 성격을 지닌 곡들을 모은 것이다.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드뷔시가 빠진 것이 좀 아쉽다.

그렇다면 앙코르를 밝혀야겠다.(웃음) 그의 무반주 독주곡인 ‘시링크스’를 준비했다.

 

다섯 곡 중에 좀 특별한 마음으로 준비한 작품이 있다면.

포레·가베르·비도르는 모두 연주회에 올려본 작품들이고 독일 레퍼토리가 처음이다. 그중 라이네케를 준비하는 과정이 좀 특별했다.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라이네케가 읽고 쓴 작품이라 나 역시 그 소설을 읽어보고 있는데 굉장히 신비롭게 다가온다. 음악도 소설도 독일 낭만주의의 한 모습을 느끼게 한다.

 

입단 전과 입단 후의 음악적 변화가 있다면.

나의 소리에 대해 예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에선 피아노(p)의 작은 음량일지라도 작고도 알찬 소리를 내야 한다. 가끔 협연자들을 보면 오케스트라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그 연주부터 다른데, 한 명의 소리가 수십 명의 소리와 어떻게 맞물려야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반 피셔가 수석지휘자이다. 2016년에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내한했는데 앙코르로 단원들이 ‘아리랑’을 불러 한국 팬들의 점수를 몽땅 따갔다.

피셔는 인간적이고 리허설 때도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농담도 많이 한다. 무엇보다 내가 만드는 소리와 음악을 만족해하고 존중해준다. 그래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지휘자이다.

 

2018/19 시즌은 공석이고 2019/20 시즌부터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함께한다.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연주회가 있다면.

9월 11일에 베를린 음악축제(Musikfest Berlin)의 일환으로 베를린 필하모니에 드보르자크의 레퀴엠 Op.89를 연주한다. 필리프 헤레베헤가 지휘한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 MOC프로덕션

 

김유빈 플루트 리사이틀 ‘FRENCH&GERMAN’

7월 2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포레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Op.79, 라이네케 ‘물의 정령’ Op.167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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