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윤홍천

DEAR MOZ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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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0월 15일 9:00 오전

모차르트, 그 달콤한 기대 속에서

음반으로 먼저 선보였던 모차르트 소나타, 무대 위에 올리다

 

“오늘은, 내 평생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날이다. 모차르트 음악의 매혹적인 음향은 지금도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다. 내 영혼에 새겨진 아름다운 영상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 우리에게 쾌적한 자극을 줄 것이다” -프란츠 슈베르트

화려하지 않은 것이 주는 매력이 있다. 오히려 질리지 않는 매력은 크고 화려한 것보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찾게 된다. 모차르트 음악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단숨에 써 내려간 깨끗한 악보만큼이나 그의 음악은, 특히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깨끗하고 맑은 인상을 준다. 화려한 피아니즘의 낭만작품과 낯선 긴장감을 주는 현대작품에 빠졌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순수한 매력이 있달까.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모차르트 소나타를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 제목은 ‘친애하는 모차르트’. 그는 지난 5년간 독일의 음반사 욈스 클래식스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을 마치고, 이 음반으로 영국 ‘그라모폰’지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다섯 장의 음반 모두 룩셈부르크의 피치카토 슈퍼소닉 어워드를 수상했다. 오랜 시간의 탐구 끝에서 만난 ‘친애하는 모차르트’, 이 무대는 그가 모차르트에게 전하는 편지이자 그의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공연 제목이 ‘친애하는 모차르트’인데, 지난 5년간 마주했던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무대일까요? 모차르트가 아버지나 누이에게 쓴 편지를 보면 항상 그 시작이 ‘친애하는(Dear)’으로 시작해요. 이번 연주가 그런 느낌이랄까요. 5년 동안 계속 배우고 연습하면서 작곡가의 의도를 더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모차르트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것 같고, 질문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그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총 4번의 무대로 구성했는데, 각각의 무대는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요. 제 기준에서 함께 들었을 때 어울리는 작품들로 엮었어요. 첫 공연은 C장조로 시작해서 C단조로 끝나고, 두 번째 공연은 3악장이 다 론도형식으로 된 소나타를 연주했죠. 세 번째 공연(11월 1일)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모았어요. 이날 마지막으로 연주할 작품이 A단조 K310인데, 그 배경에는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서 파리로 여행을 가는 도중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 담겨 있어요. 이 곡 바로 직전에 연주할 곡은 C장조로 만든 K309로 두 작품의 색깔이 굉장히 다르죠. 마지막 공연(11월 8일)에는 D장조 작품이 두 곡 들어가요. 하나는 마지막 소나타 18번이고, 다른 하나는 6번이에요. 18번이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면, 6번은 길이도 가장 길뿐더러 다양한 시도가 많이 담긴 작품이죠.

앨범과 공연을 준비하며 모차르트를 더욱 깊게 탐구했을 것 같은데, 새롭게 다가왔던 부분은 없었나요? 이번을 계기로 제가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모차르트를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음반도 내고, 계속해서 공연하면서 더 자유롭게 연주하게 되었어요. 모차르트를 연주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섬세한 작품을 그리는 것과 같아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면서는 나를 숨길 수 있는데 모차르트는 다 발가벗은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어렵거든요. 작품 속 테마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어디가 더 중요한 다리일지, 그리고 그가 살았던 그 시대의 소리를 지금의 피아노에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연륜이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연주했을 때, 그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는 거죠.

‘친애하는 모차르트’ 두 번째 무대 ©Bonsook Koo

계속해서 꿈을 꿉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은 완벽하다”고 말했는데, 그런 천재적이고 완벽한 음악가의 삶을 지향하나요? 제가 지향하는 음악가는 오히려 베토벤 같은 사람이에요. 저는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아니니까요. 모차르트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있달까요.

특별히 베토벤을 꼽은 이유가 있는지. 베토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의지’ 같아요. 삶은 불행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고, 음악으로 인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죠. 그의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세상을 포옹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어렸을 때는 제가 재능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 재능이라는 것이 30대가 넘어가고 보니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재능에 연연하기보다 베토벤과 같은 의지를 가지고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거죠.

지금 이 시대에도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걸러지겠죠. 지금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100년이 지난 후에 기억될 사람은 그중 한두 명 아닐까요? 항상 그래왔듯.

그중 하나로 남고 싶진 않나요? 글쎄요.(웃음)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길 했어요. 평생 듣고 싶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물었죠. 그런데 이 질문에 모두가 하나같이 오이스트라흐라고 대답하더군요. 동시대를 풍미했던 명연주자가 매우 많은데도 말이죠. 그리고 그 이유를 ‘그 사람의 음악이 나를 움직였던 경험’에서 찾았어요. 물론 라이브가 아닌 음반으로 접한 연주였지만요. 그렇다면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도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켐프의 베토벤 소나타 전집이 아직도 음반차트에 오르는 것처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독일에서 생활한 지 꽤 되었죠? 2001년에 갔으니, 벌써 17년 정도 되었네요. 유럽 생활에서 가장 좋은 것이 ‘여유’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초점이 하루하루를 여유롭게 즐기며 사는 데 있어요. 그런 삶을 존중하다 보니 남을 위한 배려도 있고요.

유럽과 예술가라는 단어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곳에서의 활동은 어떤가요? 저는 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의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 나라에서 음악은 삶의 일부에요, 한번은 한 칸짜리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시골에서 연주한 적이 있었어요. 200석 정도의 홀이 꽉 차더라고요. 그 작은 지역에 협회가 있는 것은 물론 공연의 체계도 잘 잡혀있었어요. 큰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을 보고 놀랐어요.

로린 마젤을 직접 찾아가 오디션 기회를 얻었던 이야기는 유명하죠. 마젤은 유일하게 젊은 아티스트들을 계속 발굴해왔던 사람이었고, 제가 굉장히 좋아했던 분이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고 계획을 세웠죠. 2012년 5월이었는데, 그 공연 1부에 야니너 얀센이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협연했어요. 저는 그 연주를 보고 바로 밖으로 나와서 지휘자 방으로 갔죠. 공연이 끝나고 가면 사람이 많을 것 같았거든요. 방 안에는 로린 마젤 혼자였어요. 그렇게 얀센이 앙코르를 연주하는 5분여의 시간 동안 그와 조용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죠. 마젤이 공연 후에 다시 찾아오라더군요. 공연이 끝나고 다시 찾아갔을 때 마젤이 오케스트라 직원을 불러 저와 오디션 약속을 잡으라고 했고, 연락하겠다는 말을 듣고 신나서 집에 돌아왔어요. 자기 전에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내일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음성메시지가 남겨져 있더라고요. 모든 부분에서 운이 좋았죠.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의외인데요?(웃음)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기회를 만들어주고, 나는 편하게 음악만 한다면 너무 좋겠죠. 하지만 모든 기회는 나와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거잖아요. 독일에서 제 첫 음반이 나왔을 때, 처음으로 크게 인터뷰 기사를 써준 기자분이 계세요. 처음 그분에게 라이브 연주를 듣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망설였었어요. 그때는 연주도 많이 없을 때라 뮌헨에서 작은 하우스 콘서트만 있었거든요. 큰 공연이 아니라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정말 보러 오셨더라고요. 그분이 지금 바이에른 방송국 국장님이 되셨고, 뮌헨콩쿠르도 담당하세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제 음반이 나오면 가장 먼저 음반사에 연락해 찾아 듣고 평론을 써주시죠. 만약 그때 제가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이 인연은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후배 피아니스트가 들으면 좋은 이야기네요. 얼마 전 한 후배가 매니지먼트에 데모 테이프를 보내고 있는데 계속 안 좋은 소식만 듣는다며 속상해하더군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전 매니저를 찾아가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죠. 하나는 ‘1년 후에 우리가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였고, 또 하나는 ‘1년 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 당신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나’를 물었죠. 거절당했을 때, 그것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해요.

그럼 요즘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음악적으로도 커리어적으로도 한 계단 더 성장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음악을 하기 위한 자기관리, 건강에 대한 고민도 하고요. 연습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지금 제 삶을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들인데요, 이와 더불어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섭리대로 꾸밈없이 흘러가는 자연의 모습처럼 꾸준히 성장해가고 싶어요. 이미라 기자 사진 강태욱(Workroom K)

 

윤홍천 피아노 독주회 ‘친애하는 모차르트’

11월 1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09·K310 외

 

11월 8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279·K576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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