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첼로가야금 김 솔 다니엘·윤다영

서로를 닮는다 전략적으로 혹은 감각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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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2월 10일 9:00 오전

NEW TRADITIONAL MUSIC_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 나승열

2016년의 베를린으로부터 2018년 서울까지

윤다영(가야금)은 대학원 수료 후 베를린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 가야금 강사로 파견을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문화원에서 작은 공연이 있었다. 그녀는 가야금산조를 선보였고, 베를린에서 공부 중인 김 솔 다니엘(첼로)은 동료들과 함께 현악 4중주를 선보였다. 각각의 무대에 이어 두 사람은 마지막 순서였던 가야금과 현악4중주를 위한 ‘신 관동별곡’(백대웅 작곡)을 함께 하며 첫 만남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앙상블 ‘첼로가야금’을 결성하였다. ‘2016’년과 ‘베를린’이 첼로가야금의 생년과 태생지가 된 셈이다. 국내에서만 음악을 해온 윤다영에게는 보다 넓은 세계가 열리는 순간이었고, 오스트리아의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솔 다니엘은 부모로부터 전해들어온 모국어음악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첼로와 가야금의 매력을 함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함께 곡들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는데, 점차 서로의 악기와 매력에 빠져들고 진지하게 공부해나갔죠.(김 솔 다니엘)” 두 사람 모두 베를린에 체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음악을 국내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유튜브를 통해 그들에 관한 소문만 돌 뿐이었다.

 

국적을 놓아버리는 탈주의 감각

지난 10월 26일에 수림문화재단(유진룡 이사장)이 주최하는 수림문화상의 본선 쇼케이스가 수림아트센터(서울 동대문구)에서 있었다. 6월부터 공모를 시작하여 서른세 팀이 응시했고, 이중 최종수상자를 결정하는 쇼케이스였다. 세 팀에게는 50여분의 공연 시간을 공평하게 제공되었고, 전문가 및 관객 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첼로가야금이 최종수상팀으로 선정되었다.

국악창작이 태동한 1960년대 이후, 1970년대에는 서양악을 배우고 모방하기 위하여, 1980년대에는 서양음악처럼 대중화를 위하여 국악은 서양음악과 함께 해왔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다양성 추구라는 이유로 두 분야의 음악과 악기가 함께 하는 자리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국악과 서양의 혼성 앙상블은 예전보다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실험’과 ‘시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만남’에만 의미를 둘 뿐이다. 음악이 걸을 ‘새로운 길’로도 잘 이어지지 않는다. 왜 그러할까. 이러한 만남을 주선하는 국악예술가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해온 자신들의 음악과 ‘거리두기’에서 빈번히 실패하기 때문이다. 즉, 체화된 국악을 음악의 육체로부터 떼어내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없이 그들이 배워온 음악에만 빠져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조는 두 장르의 음악이 일구는 전체의 모티프나 일부로 활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넓은 시선을 갖추지 못한 국악예술가들은 산조의 특징만을 내세우며 서양악기가 산조의 선율을 따라하고 모방하게만 했다. 음악적인 답을 찾지 못할 때에 고민의 지대에는 타악기를 투입시켜 현란한 테크닉으로 그 마디수를 때우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음악적 ‘깊이’를, 앞으로 뚫고 올라갈 ‘높이’로 바꾸지 못하는 이들이 낳는 뻔한 결과였다.

첼로가야금이 이러한 역사를 인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분명 이러한 기존의 풍토와 클리셰에 대한 거부로부터 시작되는 음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연주가 시작되면 첼로와 가야금은 자신들의 음악적 국적을 놓아버린다. 하여 ‘인트로’는 두 악기가 만든 지평 위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올려놓고 연주하겠다는 선언문과도 같은 작품이다. 두 악기는 익숙한 문법으로 서로에게 관객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가야금은 현을 퉁기며 쓸어내어 바람소리를 만든다. 첼로는 정돈된 보잉을 흐트러뜨리며 현을 뜯고 악기의 몸체를 치기도 한다. 각각이 ‘다른 악기-되기’를 선언하는 순간이다.

이들은 ‘몽환’에서 본론을 꺼낸다. 이 곡은 이들이 빚은 첫 공동창작물이다. 북이나 장구를 곁들이지 않았어도 두 악기는 충분한 장단감을 느끼게 한다. 각 악기에 잠들어 있는 잠재태로서의 타악성을 깨운다. 윤다영은 “김 솔 다니엘 씨가 한국음악에 대하여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 가야금과 함께 흐르는 장단”이었다고 말하고, 김 솔 다니엘은 “어린 시절에 취미로 했던 타악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한국 장단에서 찾을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첼로의 변신, 가야금의 유연한 접속

첼로와 맞물리는 윤다영의 유연함도 뛰어나지만, 김 솔 다니엘의 변신도 이색적이다. 활로 기타의 현을 그으며 연주한 지미 페이지의 색다른 과격함이 떠오르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몽골의 민속악기 마두금이나 한국의 아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크로드의 여러 악기들과 함께 무대 위의 음악인류학을 선사하는 요요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바다의 여러 표정을 담은 ‘바다소리’에서 그의 첼로는 민속조의 노래를 읊조리거나, 컨트리풍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사막의 밤’에서 두 악기는 가야금 이전의 발현악기로, 첼로도 첼로 이전의 찰현악기로 만나 점과 선의 변증적 음향으로 사막의 자유로움과 고독함을 내놓는다. ‘비상’은 ‘새야새야’를 모티프로 한 곡. 두 악기는 모티프의 사용을 극도로 절제하지만, 그 희소적 사용이 오히려 ‘새야새야’의 선율을 더욱 기억하게 한다.

각자의 음악적 육체에 체화된 악기와 음악으로부터 성공적인 거리두기, 각 자가 지닌 음악적 특장(特長)을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하여 음악의 볼트와 너트까지 풀어본 해체의 과정과 고민, 각 악기에 녹아 있는 특징과 이데올로기를 과감히 털어내기. 그리고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끌어낸 결합과 끝까지 놓지 않는 대중적 감각이 첼로가야금의 특징이다. 따라서 첼로가야금은 자유롭다. 이국의 수도에서 각자의 눈앞에 놓인 첼로와 가야금만이 이들에겐 전부였을 것이다. 주위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이 땅을 벗어나 태어난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음악은 묘하게도 이곳의 감각과 감수성이 잘 담겨 있다.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 ‘South Wave North Wind’

12월 16일 오후 5시 JCC아트센터

‘몽환’ ‘바다소리’ ‘사막의 밤’ ‘비상’ 외 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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