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객석’ 기자들이 꼽은 화제의 무대

REVIEW 12월 ‘객석’ 기자들이 꼽은 화제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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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2월 3일 9:00 오전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도전의 첫 무대 
아트센터 인천 개관 기념 음악회
11월 16·17일 | 아트센터 인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2018년 11월 16일 아트센터 인천콘서트홀이 첫 문을 열었다. 오랜 기다림과 노력 끝에 드러난 아트센터 인천콘서트홀의 개관 기념 음악회는 16일 이병욱의 지휘로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연주했다. 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 소프라노 이명주, 테너 김동원이 함께 해 무대를 빛내주었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을 시작으로 사라사테의 ‘서주와 타란텔라’, 구노·푸치니·마스카니·베르디·레하르 오페레타의 오페라 중 주요 아리아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로 조화를 이뤘다.
아트센터 인천은 넓고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빈야드 스타일의 내부가 돋보이는 공연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훌륭한 경관만큼 놀랐던 것은 훌륭한 음향이었는데 특히 17일에 펼쳐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의 베토벤 작품들은 웅장함과 에너지가 공연장 내부를 가득 품었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감상할 때는 여린 피아노시모 하나하나가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17일 연주는 전곡이 베토벤으로 채워졌다. 우여곡절 끝에 모습을 드러낸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은 굳은 의지와 불타는 열정으로 위대한 음악을 탄생시킨 베토벤의 정신을 연주하며 오로지 음악으로 그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베토벤 교향곡 2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웅장한 울림과 섬세한 앙상블로 베토벤 음악의 거대한 그림을 그려갔다.
교향곡 2번은 강렬하고 생기 넘치는 율동감이 곡 전체를 지배했고, 조성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탁월한 해석이 돋보였다. 후반부에 안토니오 파파오가 지휘하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교향곡 5번에서 들려준 새로운 시대 정신과 새로운 음악을 향한 거대한 목소리는 마침내 미지의 항해를 떠나는 음악의 전당을 뒤흔들며 객석을 압도했다. 오직 베토벤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국지연



우화로 그려낸 바그너 
바그너 ‘라인의 황금’
11월 14~18일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한국 오페라 70년 역사상 한국 프로덕션이 최초로 제작하는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의 막이 올랐다.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총연출을 맡고 그의 부인 에스더 리가 설립한 제작사 월드아트오페라가 선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다. ‘니벨룽의 반지’는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반지를 둘러싼 신과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그리며, 이번에 공연된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발퀴레’(2019년 5월 예정), ‘지그프리트’(2019년 12월 예정), ‘신들의 황혼’(2020년 예정)이 차례로 제작된다.
기자가 관람한 16일에는 김동섭(보탄 역)과 전승현(파졸트 역) 등 한국 가수들과 함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자주 오르는 마르쿠스 아이헤(돈너 역)과 아놀드 베츠옌(로게 역)과 나디네 바이스만(에르다 역) 등이 손색없는 가창을 선보였다. 랄프 바이커트가 지휘한 프라임 필하모닉에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자 6명이 충원되어, 까다로운 바그너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연주했다.
아힘 프라이어가 선보인 이미지는 풍자의 연속이었다. 그는 3차원의 무대에 의도적으로 2차원을 표현했다. 보탄과 프리카는 거인들이 지은 성채를 가리켜 ‘장대한 성채가 완성됐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손바닥만 한 종이 그림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의 별처럼 달랑거리며 무대 천장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보탄과 프리카, 프라이아 등의 의상은 흰 바탕에 검고 굵은 선으로 붓질하듯 테두리가 그려져, 마치 종이 위에 캐릭터를 그린 것 같이 보였다.
등장인물들의 신체 역시 왜곡되어 표현했다. 보탄의 가슴에 위치한 눈동자는 실제로는 성악가의 얼굴이며, 프리카의 팔과 손은 커다랗게 확장했다. 알베리히를 비롯한 난쟁이족은 크고 찌그러진 탈을 씀으로써 비율상 진짜 난쟁이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무대 양옆에 설치된 거울에 이들의 모습이 반사되면서 이미지가 확장되고, 극의 진행에 따라 영상과 조명이 무대에 투사됐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극의 비현실성과 환상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바그너의 세계관과 음악을 웅장하게 맛보고 싶었던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아힘 프라이어는 특유의 환상적이고 풍자적인 우화로 바그너의 철학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이정은

 

 

무너져 내리는 것이 비단 무대뿐일까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11월 2일~2019년 1월 5일|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제목 그대로 ‘무언가 잘못되어가는 연극’이다. 미스터리 연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공연하는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의 회원들이 주인공으로, 관객은 이들이 공연 중에 재난과도 같은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목격한다.
대사를 잃어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음향 장비와 조명은 고장이 나며, 무대는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어설프게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다. 1막에서부터 벽에 부착된 소품들이 하나둘씩 떨어지더니 2막에서는 무대가 기울기 시작한다. 마침내 지지대만 남은 채로 완벽하게 내려앉는 무대는 “8명의 배우뿐 아니라 무대가 9번째 주인공이 되는 작품”이라는 협력 연출가 션 터너의 말을 실감하게 했다.
참사와도 같은 상황에서도 공연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을 보며 폭소하게 만든다는 것이 작품의 의도이다. 이들은 꼬여만 가는 인생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버둥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상케 해 짠함까지 자아냈다.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작품이기에 연극으로서는 드물게 레플리카 방식을 선택하여 연습실에서부터 실제 무대를 세워두고 연습을 진행했다. 슬랩스틱 코미디 장르인 만큼 배우 간의 합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거나 완벽하게 대사를 소화하지 못하면 헛웃음만을 자아내기 마련인데, 배우 간 뛰어난 호흡과 서로를 지탱하고서 진행되는 안무는 그동안의 연습량을 짐작하게 할만큼 조화로웠다.
실제 관객들이 극중극에 몰입하게 하기 위한 장치 또한 마련했다. 공연 시작 전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의 스태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극에 등장하는 강아지 한 마리를 본 적이 있느냐며 무대 로비와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조명 감독 역의 배우는 객석 2층의 가장자리에 착석하여 엉망이 되어가는 극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연기한다.
고작 관객 수 4명으로 시작한 작품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길게 공연되는 연극으로 발돋움하며, 형식 면에서 신선한 시도인 점을 인정받았다. 토니상·올리비에상 등의 시상식에서 총 11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뉴질랜드·멕시코  등 37개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났지만, 공연이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너져 내린 무대였다. 코미디 장르의 한계라 할 수 있는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 역시 체감했다. 그러나 객석의 열기는 뜨거웠다. 연말연시 유쾌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란 점은 분명했다. 권하영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뮤지컬 ‘1446’
10월 5일~12월 2일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말이 서로 맞지 않으니,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마다 이것을 쉽게 익혀 편히 사용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이 말이 이리도 가슴 깊이 울렸던 적이 있었던가.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극의 줄거리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 혹은 책을 통해 들어온 세종대왕의 생애와 업적을 다뤘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오히려 그 긴 생애와 수많은 업적을 짧은 시간 안에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꽤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작품은 세종의 업적에 대해서는 간결하게 보여주면서 성군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아픔, 그리고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흐름은 1막부터 꽤 빠르게 진행된다. 1막이 세종대왕의 성장 과정 더불어 그의 수많은 업적을 빠르게 보여주었다면, 2막에서는 그가 느낀 감정과 고민, 그리고 한글 창제라는 하나의 업적에 집중한다. 가상의 인물로 세종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전해운’과의 갈등이나 극 사이사이의 화려한 액션신은 계속해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음악 역시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주어 산만하지 않다. 무대와 의상 또한 정갈하다. 특히 어둠이 내린 빈 무대 위로 하나 둘씩 채워지는 초롱의 은은한 빛은 우아한 색채와 멋을 더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빛났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앙상블의 하모니였다. 이날 세종대왕으로 분해 무대에 오른 배우 박유덕은 세종의 어린 시절부터 존경받는 왕이 될 때까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목소리부터 사소한 제스처와 몸짓까지 세종이 성장하는 과정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모습이 무대 위 빠르게 흐르는 시간과 함께 배우 또한 성장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날 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 고영빈(태종), 박소연(소헌왕후), 박정원(장영실·양녕), 이준혁(전해운), 이지석(운검)과 앙상블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 또한 공간을 가득 메우며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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