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포디움을 빛낼 젊은 지휘자들(3)

PART 3 미래의 문 앞에 선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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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2월 25일 9:00 오전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교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및 예술감독

 

 2018년 6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정치용 교수는 얼마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열정이 녹아있는 브람스 교향곡 1번과 최성환의 아리랑이 수록된 음반을 녹음해 데카 레이블로 발매했다. 전문적인 음반 레코딩 작업으로는 첫 시도여서 더욱 의미있는 결과물이었다.

“재능있는 젊은 지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한국 클래식 음악 발전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 지휘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홍연택, 정제동 같은 1세대 지휘자들의 열정이 지금 교향악단들의 모태가 되었다. 오페라, 발레 등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했던 국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의 모체로 1969년 창단되었다. 상임 지휘자는 임원식이다), 교향곡과 한국 작품들 위주의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꾸준히 무대에 올렸던 서울교향악단(서울시향의 모체로 1948년 김생려를 중심으로 창단했다)의 연주회는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 수준이 넓고 깊게 발전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동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보여준 다양한 레퍼토리 역시 그때의 역사가 뿌리가 되어 우리만의 색깔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오케스트라가 성장하면서 지휘자의 역할과 리더십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원들과의 효율적인 소통방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특히 젊은 지휘자들은 연령대가 다양한 단원들을 좋은 연주라는 큰 목적 안에 하나가 되어 서로 신뢰하며 연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개인주의가 강하고 계약사회이기 때문에 단원들과 지휘자와의 관계가 자유로운 편이다. 그래서 지휘자가 젊을 경우에도 큰 문제없이 단원들과 음악을 자유롭게 만들어 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교적인 가치관이 많이 남아 있어 그런 점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나이를 떠나 모든 단원들에게 예의와 배려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악이다. 그래서 어떤 연주이든지 최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지휘자가 단원들과 신뢰를 쌓는 비결이다. 세대를 떠나 단원들에 대한 존중과 음악에 대한 진심이 전해진다면 좋은 음악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그는 ‘인내’를 꼽았다.

“카랴얀이 이끈 베를린 필의 지휘봉을 아바도가 잡았을 때 이미 베를린 필 단원들은 카라얀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 자유로운 리더십을 중시했던 아바도가 10년 동안 베를린 필 단원들과 만들어낸 음악은 놀랍게 변화되어 있었다. 지휘자는 명확한 가치와 과제를 갖고 있어야 하며 그 음악을 어떻게 설득시킬지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교향악단은 정년제가 있고 오랜 시간을 계속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음악적 소통이 이루어지기 까지 모두에게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자는 그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해야 할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단원들을 하나로 이끌며 그 과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뤄나갈 수밖에 없다.”

그는 세계의 포디움 앞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다양한 한국 작품들도 꾸준히 연주해 주기를 주문했다.

“듣기 쉬우면서도 대중적인 예술성도 느껴지는 우리만의 색채가 담긴 창작곡들도 많이 관심을 갖고 무대에 자주 올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제 미래는 정규적인 예술교육보다는 생활 속에서 예술을 배우고 즐기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사람들이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악단 활동이나 합창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예술은 우리 삶 속에 늘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음악가가 해야 할 일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예술이 녹아있는 사회에서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는 지금 젊은 음악가들의 지휘봉이 어디를 향해 움직이는지에 따라 훨씬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최희준

한양대 지휘과 교수,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및 예술감독

 

2018년 소스타코비치 시리즈를 통해 그의 음악세계를 전하며 호평받은 최희준 교수는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임기를 마치고 오는 2월 수원시향 예술감독 취임과 함께 2019년을 맞게 되었다. “시리즈라면 한 작곡가의 곡 전체를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되는데 그러지는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한국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무대여서 청중들이 많이 기대를 갖고 와 주신 것 같다.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2019년을 잘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새로운 단원들과 함께 하게 되어 감사하다. 앞으로 새로운 오케스트라와 풀어낼 음악들이 많이 기대가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짧은 클래식 음악 역사를 볼 때 선배 음악가들이 섰던 무대는 언제나 한국 초연이었을 만큼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렇게 다양한 레퍼토리가 무대에서 연주되면서 우리 클래식 음악도 지금처럼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흘렀어도 지휘자들이 해야 할 과제는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지금도 앞으로도 지휘자는 청중에게 진지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청중에게 수준높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우리 지휘자들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중과 단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음악’이 열쇠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 독일에서 공부할 때, 어느 공연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관객이 연주회가 끝난 후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서로 미소 지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공연장에서 음악을 통해 느꼈던 감동이 계속 남아 서로 공감하고 있는 풍경은 참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다. 음악의 힘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공감은 단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원들의 성향과 목표는 모두 다르지만 지휘자와 단원들이 하나가 되는 매개체 역시 ‘음악’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 있든 좋은 음악을 함께 연주하겠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단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같다는 것은 마음과 뜻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지휘자는 모든 노력과 열정과 인내가 완성되는 무대에서의 그 빛나는 순간을 위해 지치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인도해야 한다.

한양대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지휘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좋은 음악가를 만드는 것이고 특히 지휘 공부는 넓이와 깊이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지휘 공부는 평생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겠다는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다. 작곡가는 곡을 남기고 연주자는 연주를 남긴다. 지휘자는 연주 하나 하나를 음악 역사의 페이지에 남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연주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신체와 정신의 컨디션도 잘 조절해야 한다. 연주 하나 하나에 몰입하다 보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음악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오는 만큼 평소의 건강 관리도 필요하다.”

그는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은 물론 성인들을 위한 음악회 뿐 아니라 유아, 어린이, 청소년 등이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연주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음악은 공연장에서 듣고 그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같이 사람들과 공감할 때 그 감동이 더 커진다. 그러려면 클래식 음악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도의 기획도 필요하다. 또한 지휘자들은 모든 작품들을 섭렵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음악성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서로 교류하고 마스터클래스나 지휘 콩쿠르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무대 경험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영혼의 언어인 음악을 향한 끊임없는 연구가 지휘자에게는 생명이라는 점이다.

 

글 국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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