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 신선한 설렘 성악가 김효종·윤상아

국립오페라단을 통해 새로운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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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5월 1일 9:00 오전

INTERVIEW

국립오페라단은 1962년 창단 때부터 전속 단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을 잠재운 것은 그동안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성악가들의 발판이 되어주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오페라단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성악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자 특별한 사명을 다하고 있다. 올해는 두 명의 성악가가 국립오페라단을 통해 새로이 이름을 알렸다. 오는 5월, 독일 브레멘 극장 전속 성악가로 활약하는 테너 김효종이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을 통해 국내 데뷔한다. 지난해에는 소프라노 윤상아가 국립오페라단 갈라 콘서트 ‘천생연분’을 통해 대중 앞에 섰고, 3월에는 ‘마술피리’ 파미나 역으로 다시 한 번 얼굴도장을 찍었다. 올봄, 국립오페라단을 통해 꿈에 날개를 단 두 성악가를 소개한다.

 

밝은 마음, 노래에 실려 오네

테너 김효종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작으로 ‘윌리엄 텔’을 선택했다. 윌리엄 텔은 오스트리아 통치에 있던 스위스에서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인물이다. 그동안 ‘윌리엄 텔’을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이유는 4막으로 구성된 대작이기 때문이다. 다섯 시간이나 되는 긴 공연도 문제이지만, 아르놀트 역을 맡은 테너가 엄청난 고음을 쏟아내기 때문에 적합한 테너를 찾기가 어렵다. 전성기의 파바로티조차 목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윌리엄 텔’ 출연을 꺼렸다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테너 캐스팅에 이목이 쏠린다. 국립오페라단은 테너 강요셉과 김효종이 아르놀트 역을 맡는다고 밝혔다. ‘믿고 듣는 강요셉’과 함께 이름을 올린 테너 김효종은 누구인가.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내비치고 있다. 김효종은 연세대 졸업 후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 뤼벡 음대, 하노버 음대에서 순차적으로 공부를 마쳤다. 2012년부터는 브레멘 극장 전속가수 오디션에 합격해 다양한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활약 중이다. 이번 ‘윌리엄 텔’은 국내 초연이기도 하지만, 김효종의 한국 데뷔이기 때문에 더욱 뜻 깊다. 현재 김효종은 독일에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은 공연을 앞둔 김효종과의 일문일답.

 

연주자, 특히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에게 소속감이 있다는 건 꽤 의미 있는 일이다.

2012년 5월부터 브레멘에서 일했다. 이전에는 뤼벡 음대의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2년간 장학생으로 있었다. 최대 2년까지 장학생으로 머물 수 있는데, 2년이 되는 해에 브레멘 극장 오디션에 합격해 활동을 시작했다.

극장 내부 분위기는 어떠한가.

브레멘 극장은 독일에서 흔히 말하는 레지테아터 극장이다. 오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출가의 힘이 막강하다. 그로 인해 실험적인 연출 작품을 많이 접했다. 브레멘에서 데뷔 후 첫 시즌은 정말 힘들었다. 8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다시금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생각하는 오페라 기준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오페라 활동을 하면서 기존의 음악관에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지금까지 무대에서 수많은 음악가를 만났지만, 단순히 테크닉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가라고 칭하는 예술가는 자신의 삶에 인격이 묻어난다.

다양한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가장 자신 있는 오페라는.

목소리와 성격이 밝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밝은 느낌의 로시니 오페라를 좋아한다. 여태껏 오른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역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이다.

가장 도전하고 싶은 작품으로 로시니의 ‘라 체네렌톨라’를 꼽았다.

특유의 밝은 느낌이 좋다. 특히 신데렐라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는가.

대학 시절부터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전곡 연주에 도전하고 싶다고 누누이 말해왔는데.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는 하노버 음대 졸업 연주로 불렀다. 내년 하반기 중에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전곡 연주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가곡을 해석하고 부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가사를 전달하는 뉘앙스와 표현력이다. 그리고 독일 가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채로운 색채를 어떻게 표현하는가다.

오는 5월,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로 한국 데뷔를 앞두고 있다. 좋아한다고 밝힌 로시니 작품이어서 더욱 뜻 깊다. 특히 아르놀트 역은 테너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음을 수차례 쏟아내야 해서 난이도가 매우 높은데.

처음 작품 의뢰가 들어왔을 때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다섯 시간 정도의 그랜드 오페라이니 체력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큰 그림을 그리며 무대에 올라야겠다.

2019년에도 다양한 연주 일정이 잡혀있다고.

5월에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을 마치고, 5월 15일 브레멘에서 모차르트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에 오른다. 8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콘피덴센 극장에서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축제 프로그램 중 헨델의 ‘아시스와 갈라테아’에 참여할 예정이다. 10월에는 브레멘에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공연한 후, 12월에는 덴마크에서 ‘메시아’를 부른다.

분주한 일정이다. 연주가 없을 때에는 주로 축구 게임을 즐긴다고 들었다. 당신을 즐겁게 하는 축구 게임의 매력이 궁금한데.

단연 ‘함께하는 즐거움’이다. 다만 요즘은 함께할 사람이 없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게임을 못하고 있다. 요새는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낸다.

관객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가슴을 울리는 가수’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은… 글쎄.(웃음)

글 장혜선 기자 사진 국립오페라단

 

캄캄한 무대에서 밝게 빛나는 별 소프라노 윤상아

‘반짝반짝 프리마돈나’. 소프라노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는 요청에 윤상아가 내놓은 조심스러운 답변이다. 무대 위에서 밝게 빛나고 싶다는 그만의 간절함이 녹아든 답변이기도 했다. 그러한 반짝거림을 음악계에서는 일찍부터 알아봤다. 광주 소재 초등학교 재학 시절 각종 동요 경연 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콩쿠르에도 나가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처음 나가게 된 ‘서울 콩쿠르’가 선화 음악콩쿠르였다. 한 달이란 짧은 기간 성악곡을 준비해야 했는데, 결과는 대상이었다. 이후 선화예중에 수석 입학했고, 선화예고와 서울대 성악과에서 수학했다. 대학 재학 시절 예술의전당 대학오페라축제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 역과 서울시오페라단 ‘잔니 스키키’ 라우레타 역으로 출연했으며, 지난해 한국오페라 7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 ‘천생연분’의 주역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이후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미미와 ‘마술피리’ 파미나 역 등을 맡았고, 올해 하반기 원주시향·뉴월드 필하모닉과의 협연뿐 아니라 다시 한번 국립오페라단과의 공연들을 앞둔 그는 프리마돈나로서 반짝반짝 빛날 채비를 단단히 해나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에서 파미나 역을 맡았다.

연습은 1월 말부터 시작했다. 독일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징슈필 오페라로 독일어 대사가 많아서 대본 연습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어눌한 독일어는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지난해 ‘라 보엠’ 공연 이후 바로 독일어 과외를 받으며 발음과 뉘앙스를 교정해 나갔다. 스코어 사이에 다이얼로그를 붙여놨는데, 나만 볼 수 있는 정도로 새까맣게 더러워졌더라.(웃음)

모차르트의 음악 중에서도 ‘마술피리’는 익살스럽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때로는 장엄하고 진지한 음악과 내용을 담아낸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그만큼 복합적인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작품 중 하나다. 특히 연출가에 따라 부각되는 성격이 각기 다른 파미나를 어떻게 선보일지에 대해 지휘자·연출가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기존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공주로서의 파미나의 모습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강인함과 연약함을 모두 가진 파미나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지난해 한국오페라 7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 ‘천생연분’의 주역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했는데.

연세대 음악대학원 성악과 조교를 하면서 열심히 대학원 생활을 하던 중에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한국오페라 70주년 기념 콘서트의 오디션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오디션에서는 준비했던 아리아 두 곡을 불렀는데, 심사위원께서 갑자기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의 아리아를 불러볼 것을 요청하셨다. 학부 시절 예술의전당 주최 대학오페라페스티벌에서 불렀던 아리아를 기억하셨던 것이다. 화려한 기교가 들어가는 곡이라 조금은 당황했지만 최선을 다해 불렀고, 그러한 모습들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국내 무대 데뷔를 한국오페라 70주년 기념 무대에서 하게 됐을 뿐 아니라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설레었다. 한국오페라의 산증인이신 선생님들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게 된 것도 큰 영광이었다.

캐릭터를 해석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는 것.(웃음) 슬픔·기쁨 등 표정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헨젤과 그레텔’의 할아버지 요정을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

성악만이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다른 악기와는 다르게 가사가 있기 때문에 내가 그 가사를 철저하게 마음으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노래하는가에 따라 관객에게 전달되는 감동의 깊이가 달라진다. 이것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통한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다.

향후 소프라노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윤상아만의 색깔을 가진 소프라노가 되는 것. 성악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생각해왔던 것인데, 성악가는 노래를 듣는 관객들이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깨워준다고 느꼈다. 감동했다는 말을 영어로는 ‘터치(Touch)’라고 표현하지 않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소프라노가 되고 싶다.

글 권하영 기자 사진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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