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체아 현악 4중주단

경이적인 감정의 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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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9월 9일 9:00 오전

INTERVIEW

다시금 한국을 찾는, 완벽한 작품을 연주하는 완벽한 4중주단

 

©MarcoBorggreve

 

2년 전 첫 내한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벨체아 현악 4중주단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공연은 그들의 명성을 한껏 드높인 베토벤 레퍼토리를 준비해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그들의 탄생과 음악, 그리고 베토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의 연주는 두 번째이다. 지난 내한 때 인상은 어떠했나?

진심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이 진행됐다. 너무 짧은 방문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둘러보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칠링기리언 현악 4중주단,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 아마데우스 현악 4중주단에게 실내악 지도를 받았다. 각 단체는 벨체아 현악 4중주단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우리 멤버 중 다수는 칠링기리언 현악 4중주단과 함께 연주하며 실내악에 입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우리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들의 풍부한 지식과 인내심은 현악 4중주를 연주해 본 적 없는 어린 학생들에게 매우 감동이었다. 우리의 일생을 함께할 현악 4중주단을 만들 꿈과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곧 아마데우스 현악 4중주단의 세 멤버를 만났다. 이들은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 됐다. 특히 우리의 DNA가 된 고전 레퍼토리에서 더욱 그러했다.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과는 가장 오랫동안 공부했다. 수업 시간 외에도 그들의 회사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를 얻어서 관계가 더욱 깊어졌다. 이들로부터는 현악 4중주단에서 네 명의 다른 인격이 살아남는 방법, 때로는 결혼보다 더 힘든 여행을 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들과의 관계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음악회가 끝난 후 피드백을 받는다.

벨체아 현악 4중주단에게는 항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최고’라는 칭호를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앙상블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대중과 평단에게 감동을 주기에 이러한 표현은 각자의 선호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우리는 모두 좋아하는 테니스 선수가 있고, 그들이 경기에 지더라도 여전히 좋아한다. 이건 좋아하는 가수가 5위 안에 들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는 일이 청중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듣게 되면 으쓱하기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청중과 우리가 하나가 되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앙상블들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기꺼이.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일 테다. 나의 의견이 동료들과 다르더라도 열심히 훈련하고, 친절하고, 인내심을 갖고,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작곡가들의 삶에 대해 가능한 많이 배워라. 작품의 맥락에 이를 넣을 수 있다. 또한 오페라를 많이 들어라. 이는 상당한 도움이 되며, 특히 모차르트 음악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 많은 음악가와 연주하라. 각 연주자는 음악을 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면을 발견할 수도 있다. 모든 면에서 삶을 충만하게 살아라. 다양한 경험은 음악이 요구하는 감정을 성숙시키고 더욱 이해하도록 도움 준다. 그리고 지금 가장 멋진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있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즐겨라!

 

2017년 내한공연 ©Taeuk Kang

 

벨체아 현악 4중주단의 레퍼토리는 고전부터 이제 막 작곡된 신작까지 약 250년에 걸쳐있다. 해석에 있어서 각 시대의 환경을 고려하는가, 아니면 오늘날의 환경에 적응된 고유의 해석을 추구하는가?

아주 오래전에 쓰인 음악을 연주할 때는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악기와 활이 지금과 매우 다르고, 음악이 쓰인 상황도 다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훨씬 더 발전됐다. 우리는 초기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맹목적으로 거트현을 사용하거나, 조율을 낮게 하거나, 바로크 악기로 연주하지도 않는다. 예컨대 하이든 곡은 (바로크와 고전 시대 사이)전환기의 활을 사용하며, 오른손의 표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낭만 음악처럼 비브라토 하는 것을 삼간다. 콘서트홀의 발전도 음악 표현 방법에 영향을 끼쳐왔다. 오늘날에는 초기 음악이 표현하고자 했던 맥락과는 전혀 다르다.

©MarcoBorggreve

현대음악도 상당히 즐기는 것 같다.

오늘날의 선도적인 작곡가들(마크 앤서니 터니지·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조지프 핍스)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함께 작업하는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는 새로운 작품으로 우리의 음악을 만드는 것을 즐긴다. 작곡가의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아내기도 훨씬 쉽다. 전화기를 들고 물어보면 되지 않는가! 악보에 적힌 음표와 지시사항만으로 추측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새로운 현악 4중주 레퍼토리를 위촉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작업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연주한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관객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동안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을 여러 번 녹음했다. 대중에게는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베토벤은 우리의 모든 것이다. 첫 연주부터 지금까지 베토벤은 우리의 동반자였다. 우리는 그의 음악에서 때때로 너무나 원색적이고 절망적인 면을 발견한다. 그다음에는 순수한 황홀감이 뒤따르는, 가장 경이적인 감정의 혼합을 발견한다. 베토벤은 우리가 연주했던 곡 중 가장 만족스럽고 감동적이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치기도 하고, 때때로 그의 영혼 속을 ‘장화 신고 행진’했다는 느낌이도 든다. 결국 너무나 완벽하고 시대를 앞서나간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고 매번 경탄한다. 작곡에 완벽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것이리라.

또다시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을 녹음할 계획이 있는가?

지금은 없다. 다만 다음 시즌까지는 베토벤 현악 4중주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녹음할 것 같기는 하다.

이번 내한에서 베토벤 4중주 세 곡을 연주한다. 3번은 베토벤의 첫 4중주 곡이고, 16번은 마지막 곡이며, 8번 ‘라주몹스키’는 중기에 속한다. 이번 프로그램 의도는 베토벤 현악 4중주 세계를 조망하려는 것 같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베토벤이 초반에 선보인 모차르트 스타일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마지막 작품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작곡가이자 인간이었던 베토벤의 발전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베토벤이 다른 4중주곡을 경험하지 않으면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 곧 다시 한국에 와서 전곡을 연주해야 할 것 같다!

실제 연주는 녹음과 다르기 마련이다. 그것이 실연 감상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번 연주는 기존 녹음들과 해석상에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녹음이 끝난 후 몇 년 동안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들로 가득했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우리의 연주 깊이가 달라졌다. 콘서트에서 라이브 연주는 관객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새로운 경험이다. 청취자들이 이 작품들의 또 다른 버전을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이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 관객이 따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청중의 수준은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연주의 묘미는 이렇게 청중이 항상 다르다는 데에 있다.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게 되므로, 결코 지루해질 수 없다.

이번 공연을 기대하는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많은 한국 관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젊은 관객을 많이 만나기를 고대한다. 우리 모두 곧 만납시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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