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월 똑똑한 공연 네비게이션(2)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2월 22일 9:00 오전

4월 APRIL

글 박찬미 기자

#현대음악, 피어나다

김택수

굳어진 땅을 비집고 새싹이 돋아나는 4월, 현대음악의 기운도 심상치 않다.

최수열과 부산시향(2일/부산시민회관)은 뉴욕 필·LA 필·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등 미국의 여러 악단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작곡가 김택수에 위촉한 ‘짠!!’을 선보인다. 찹쌀떡 장수의 외침을 소재로 한 ‘찹쌀떡’(2012)이나 체조 음악을 토대로 한 ‘국민학교 판타지’(2018) 등 근현대 한국의 독특한 감성을 음악에 녹여내고 있는 그의 신작이기에 더욱 기대해볼 만하다.

오스모 벤스케/서울시향(15·16일, 21·22일/롯데콘서트홀) 역시 다채로운 동시대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2021년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된 타악기 주자 마르틴 그루빙거가 4월 한 달 동안 두 개의 작품을 한국 초연한다. 존 코릴리아의 타악기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마술사’와 아브너 돌먼의 ‘얼어붙은 시간’이다. 이 밖에도 진은숙 ‘수비토 콘 포르차’, 버르토크 ‘춤 모음곡’ 등으로 풍성함을 더한다.

작곡가 류재준이 2006년 창단한 앙상블 오푸스(9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는 슈미트의 로코코식 조곡 op.84으로 정기연주회 ‘봄이 오는 소리’의 포문을 연고, 류재준의 플루트 4중주를 세계초연한다. 10여 년간 호흡을 맞춰온 앙상블 오푸스와 작곡가의 케미도 주목해보자.

 

탄생 140주년 맞은 벨러 버르토크

오스모 벤스케/서울시향이 선보일 버르토크의 ‘춤 모음곡’은 쿵쿵거리는 투박한 리듬과 독특한 강세가 강하다. 루마니아, 헝가리 등의 다섯 개 민속춤곡 선율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작곡가 버르토크(1881~ 1945)는 민속음악 분야의 개척자로 불린다. 농민음악이 헝가리 음악의 뿌리라 믿은 그는 1905년부터 헝가리의 농민음악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주변국의 민속음악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헝가리·루마니아·체코슬로바키아 등의 민요를 1만여 종이나 수집했다. 직접 각 지방을 여행하며 대부분의 소리를 모았으며, 이를 창작에 적극 활용했다.

버르토크는 부다페스트 음악원을 졸업하고 1907년부터 이곳에서 피아노과 교수로 활동하다 1912년에 사직하고 작곡에만 전념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40년 미국으로 망명했고, 같은 해 컬럼비아 대학은 버르토크에게 명예 음악박사의 칭호를 수여 했다.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마르틴 그루빙거

ⓒSimon Pauly

서울시향은 2021년 ‘올해의 음악가’에 타악기 주자 마르틴 그루빙거(1983~)를 선정했다. 잘츠부르크 태생의 그루빙거는 오스트리아 린츠 브루크너 음악원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수학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빈 콘체르트하우스, 독일 엘프필하모니를 비롯해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쾰른 필·뮌헨 필·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슐레스비히홀슈타인 페스티벌 등에서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다. 4월에 실내악 공연(24일/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마스터클래스를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공연 전 이 음반

드럼 앤 챈트

마르틴 그루빙거(타악기) 외

Deutsche Grammophon LC 0173

그루빙거의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음반. 1980년대 녹음된 6~7세기의 그레고리안 성가에 타악기 연주를 입혀 현대적인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그루빙거는 던던·아펜테마·젬베·밸러폰 등 아프리카 타악기까지 동원해 다양한 문화권의 이질적 요소들을 겹겹이 쌓았다. 베를린 필 오보에 수석인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두 트랙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한다.

 

 

 

페테르 외트뵈시 ‘스피킹 드럼’ 외

마르틴 그루빙거(타악기)/페테르 외트뵈시(지휘)/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Alpha 208

그루빙거는 타악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향과 선보일 아브너 돌만의 ‘얼어붙은 시간’(2007)을 비롯해 프리드리히 체르하의 ‘협주곡’(2008), 탄둔의 ‘자연의 눈물’(2012) 등이 그에 의해 초연됐다. 이 음반에서는 페테르 외트뵈시 작 ‘스피킹 드럼(Speaking Drums)’을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과 그루빙거의 협연으로 만난다.

 

 

 

#따로 또 같이, 피아노의 삼색 매력

독주와 듀오, 협주의 다채로운 형식으로 피아노의 매력을 발견할 시간이다. 독주에는 김규연·신창용·손열음·안종도 그리고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준비 중이다.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소개하는 금호아트홀 연세 시리즈 ‘피아니스트의 노트’의 일환으로 김규연(1일)은 바흐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전곡을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세 번째 음반 ‘밤의 가스파르’를 발매한 신창용(10일/롯데콘서트홀)은 음반 수록곡인 라벨을 비롯해 모차르트, 쇼팽,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다. 손열음은 대전과 천안, 서울로 이어지는 투어를 갖는다.

2019년 가을밤을 슈베르트의 가곡으로 물들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피아니스트 조성진(18일/롯데콘서트홀)의 조합을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녹음한 음반이 이달 출시될 예정으로, 수록곡들을 실연으로 만날 기회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주고받는 호흡을 특히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다음의 공연을 눈여겨보자. 임윤찬(2일/부산시민회관)은 최수열/부산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문지영(16일/대전예술의전당)은 제임스 저드/대전시향과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을 선보인다.

마시모 자네티/경기필하모닉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시리즈를 시작한다. 1·2번 협주곡이 각각 피아노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선율과 정지원(24· 26일/성남아트센터 외)에 의해 연주된다. 15·16일(대전예술의전당)과 17일(노원예술문화회관)에 독주회를 마친 손열음은 세인트 폴 체임버 오케스트라(20일/롯데콘서트홀)와 함께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피아노 음악의 매력은 뮤지컬 ‘포미니츠’(4.7~5.23/정동극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피아노가 인생의 전부인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독일 영화 ‘포미니츠’(2006)를 원작으로 한 한국 창작뮤지컬로, 정동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두 번째로 기획한 작품이며, 작가 강남, 작곡가 맹성연, 연출가 박소영, 음악감독 박재현이 참여했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감옥에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 폰뢰벤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피아노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내용을 드라마틱하게 다룬다. ‘포미니츠’는 스토리의 강렬함은 물론,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제니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 뮤지컬의 등장을 알릴 예정이다.

조성진
ⓒChristoph

손열음
ⓒanwoongchul

 

신창용

 

 

 

니콜라이 루간스키
ⓒJean-Baptiste Millot

 

뮤지컬 ‘포미니츠’

 

 

 

 

 

 

 

 

 

 

 

 

 

 

 

 

 

 

 

#무용, 과거와 오늘을 잇다

국립무용단 ‘제의’

서울과 인천, 수원과 청주 등지에서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한 무용 작품이 다수 오른다. 2015년 초연한 국립무용단 ‘제의’(3·4일/성남아트센터)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제례의식을 소재로 한다. 세계 무용계의 극찬을 받은 안무가이자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인 윤성주의 작품이다.

경기도무용단 ‘률(律)’(1·2일/경기아트센터)은 고려 후기 ‘만적의 난’을 주도한 실존 인물 만적을 모티브로 삼은 무용극이다. 신분 해방을 향한 민중의 의지와 염원은 남성 무용수의 역동적인 군무로 표현됐고, 생생한 라이브 연주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더한다.

서울시무용단은 생명의 기원인 물을 테마로 한 대형 창작무용극 ‘물과 꿈’(16·17일/세종문화회관)을 선보인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창단 40주년을 맞아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4월은 40년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기념전시(1~11일/인천문화예술회관)로 시작된다. 포스터·사진·대본·의상 등 무용공연의 모든 것을 만나보고, 분장이나 미니어처 세트를 활용한 체험활동에도 참여해본다. 영화음악에 무용을 더한 ‘MOV.ing’(4.30~5.1/인천문화예술회관)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오른다.

청주시립무용단은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인 김진미의 신작 ‘COSMOS’(1일/청주예술의전당)로 43회 정기공연을 연다. 혼돈으로 뒤덮인 재난의 시대를 소통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클알못을 위한 시작은 인천에서!

아트센터 인천은 해설이 함께하는 다양한 형식의 무대로 관객을 맞는다. 3년째 이어오며 아트센터인천의 대표 프로그램이 된 ‘토요스테이지’(4.24/6.26/ 8.21/10.23/12.11)는 모차르트·베토벤에 이어 올해 브람스를 주제로 펼쳐진다. 지휘자 최수열과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의 해설이 곁들여질 다섯 번의 공연을 통해 브람스의 삶과 음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호스트로 참여해 매회 새로운 게스트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들려줄 마티네 콘서트(4.28/6.30/8.25/10.27) 역시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을 위한 스쿨 클래식’(4.17/6.12/9.4) 시리즈는 피아니스트 윤소영의 해설과 협연으로 진행된다. 친숙한 클래식 음악과 영화음악, 가요 등에 흥미로운 해설을 더해 청소년의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공연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부산에서 문을 연 국립국악원(원장 임재원)이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았다. 국악원의 비전을 선포하는 기념식(9일)이 예정돼 있고, 국악원 4개 단체(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의 대표 레퍼토리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기념공연(9~15일)이 열린다. ‘국립국악원 단원들의 예술 세계’를 주제로 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올 하반기 공개한다. 이외에 악보와 음원,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국악사전을 발간하며, 국악박물관에서 활용할 AR교육 프로그램도 출시할 계획이다.

 

#서울시극단 ‘정의의 사람들’

1905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다섯 명의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은밀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은 강경파로 유명한 모스크바 총독을 암살하는 것.

서울시극단은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정의와 인간애 사이의 갈등을 그린 ‘정의의 사람들’(4.23~5.9/세종문화회관)을 선보인다. 연극 ‘해무’,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등을 쓴 극작가 김민정, 2017년 한국연출가협회 ‘올해의 연출가상’을 받은 문삼화(현 서울시극단 예술감독)가 참여했다.

공연 전 이 책

정의의 사람들

알베르 카뮈 저 | 김화영 역 | 책세상

알베르 카뮈의 ‘정의의 사람들’은 러시아 황제의 숙부이자 모스크바 총독이었던 세르게이 대공이 사회주의 조직에 의해 암살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다섯 명의 젊은이는 면밀하게 세운 계획에 따라 세르게이 대공이 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 폭탄을 던져 그를 살해하려고 하지만, 마차에 대공의 어린 두 조카가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고뇌에 빠진다.

내일의 러시아를 위해서라면 희생시키지 못할 것은 없다고 믿는 스테판과, 혁명이란 명분이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믿는 칼리아예프, 도라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오간다. 결국 리더 아넨코프의 결정에 따라 칼리아예프는 폭탄을 던지고 작전은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체포되어 사형 당한다.

 

 

#국립극단에서 자란 연극들

국립극단은 기획전 ‘SET UP 202(가제)’(4.15~5.9/백성희장민호극장 외)로 새로운 도전과 함께 동시대와 호흡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창작신작으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초청작으로는 ‘액트리스 원, 투’ ‘당클매다’가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 문학계에 퀴어 서사 열풍을 일으킨 작가 박상영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각색 김연재/연출 임지민)는 2020년 낭독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했으며 관객 피드백을 토대로 완성도를 높였다.

‘액트리스 원, 투’(작·연출 정진새)는 미래의 로봇배우라는 설정을 통해 급격한 기술 발달 속에서 연극에 대해 되묻는 1인극으로, 시리즈 두 편을 연달아 공연한다. 2020년 ‘하지맞이 놀굿풀굿’ 쇼케이스로 탄생한 ‘당클매다’(작·연출 이스트허그)는 우리의 전통 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빛과 음악으로 가득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로봇’ 리뷰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로봇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연극은 존재한다 (2020년 6월호 발췌) 연극이 사라진 22세기, 박물관에도 존재하지 않는 연극을 찾아서 복원하려는 성연수의 노력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연극은 존재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제시하면서 희망의 끈을 찾는다. (…) 연극이 사라질까? 인간 배우 대신에 로봇 배우가 연기하고, 극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공연하면서, 어느 순간 연극이 서서히 인간과 멀어져 소멸되는, 그런 때가 올까? 성연수의 대사처럼 연극은 ‘관객, 극장, 배우’ 세 가지만 있으면 되는데,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한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하니 연극은 어떻게 존재해야 할 것인가?

배선애(연극평론가)

 

 

 


5월 MAY

글 이미라 기자

#베토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마시모 자네티
ⓒHyperactiveStudios

필리프 헤레베허

 

 

 

 

 

 

 

 

 

 

 

지난해 온전히 즐기지 못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듯하다. 독주, 협연, 오케스트라, 합창, 축제 등에서 베토벤의 이야기가 계속될 예정이다. 먼저 주목할 공연은 이고르 레비트의 피아노 독주회(16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다. 지난해 발매한 베토벤 소나타 전집(Sony Classical)으로 그라모폰상 독주곡 부문, 오푸스 클라식 어워드 베스트셀러 부문에서 각각 수상한 그가 소나타 8·17·21·25번을 연주한다.

마시모 자네티/경기필(4.24~5.8/롯데콘서트홀 외)은 20대 피아니스트 5인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선보인다. 선율(1번)·정지원(2번)·이택기(3번)·박재홍(4번)·임주희(5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7·8일에 임주희의 협연(예술의전당·경기아트센터)으로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를 만날 수 있다. 선우예권은 피에르 블뢰스/파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이틀간 협주곡 1·4·5번을 협연한다(12·13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국립합창단은 ‘장엄미사’(25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필리프 헤레베허/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3번으로 베토벤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12~23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는 지난봄에 진행되지 못한 ‘베토벤’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재정비 중이다.

 

공연 전 이 음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이고르 레비트(피아노)

Sony Classical 19075843182 (9CD)

레비트(1987~)는 베토벤만큼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곡가는 없다고 말한다. 13세에 처음으로 들은 ‘장엄 미사’는 베토벤과의 첫 정서적 교감이었고,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이후 그가 음악을 만들어 가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이 전집의 첫 장에 담긴 소나타 2번은 한층 신중하다. 네 개의 악장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고 있지만, 따로 떼어 놓고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각 악장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2악장(Largo appassionato)에서 순간적인 다이내믹의 변화를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절제미’가 돋보이는 순간에서는 페달링을 비롯해 템포의 선택이나 건반의 터치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의식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음반 전반에 걸쳐 겉으로 드러나는 파괴적인 자유로움보다는 내면의 자유로움이 더 강하다. 커다란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연주자 본인이 흔들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듣는 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준다.  글 이미라

 

#대세는 여성 지휘자

타니아 밀러
ⓒTodd Rosenberg

KBS교향악단 손유리 공연기획 팀장은 해외 여성지휘자 섭외를 위해 접촉할 때마다 점점 바빠지는 그들의 스케줄을 체감한다며, “요즘 여성 지휘자가 대세는 맞다”라고 한다. 작년 아누 탈리(1972~)와 코리안심포니의 만남 이후, KBS교향악단은 올해 캐나다 출신의 타니아 밀러(1969~)를 초빙한다. 2003년부터 14년간 빅토리아 심포니 음악감독을 역임한 밀러의 첫 내한이다. 야니크 네제 세갱(1975~)이 수석객원지휘자로 몸담았던 빅토리아 심포니는 1941년 창단된 내실 있는 연주단체다. 손 팀장은 “오랜 음악감독 경력은 섭외에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라고 밝혔다. 단원들을 이끌고 원하는 음악을 구축하는 능력이 객원지휘만 경험한 지휘자보다 탁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주 영상이 풍부해 그의 연주 스타일을 파악하기 수월했다는 섭외 후문이다. 밀러/KBS교향악단은 이번공연(28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op.104(협연 이상은), 코플런드 ‘애팔래치아의 봄’ 모음곡(오케스트라 버전),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1919년 버전)을 선보인다. 글 박서정

 

#피아니스트의 귀환

다니엘 바렌보임
ⓒPaul Schirnhofer_DG

5월 한 달간, 피아노계 빅 네임의 움직임이 심심치 않다. 카티아 부니티슈빌리와 다니엘 바렌보임, 장 이브 티보데, 그리고 강충모의 독주회를 기대해 보자.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2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가 그 문을 열고, 다니엘 바렌보임(19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강충모(27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가 뒤를 잇는다. 장 이브 티보데(5월 중/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다음 달 유리 바시메트/뉴러시아 스테이트 심포니 협연으로도 만날 수 있다.

INTERVIEW

다니엘 바렌보임 (2008년 8월호 발췌)

일곱 살에 베토벤의 작품으로 독주회를 열었던 경이로운 천재성의 바렌보임. 그의 음악적 환경은 누구라도 부러워할 축복 그 자체였다. 유태 민족 혈통을 받은 피아니스트 양친 밑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초반부터 당시 유럽 최고의 음악인이자 지성인, 나디아 블랑제·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등을 만나 음악적 교류를 나누며 성장할 수 있었다. 약관의 나이에 지휘자로 데뷔할 때에는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맘껏 지휘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행복한 기회가 주어졌다.

작은 체구와 손가락을 지닌 그는 유창한 주법을 구사하는 데 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니다. 대신 그는 예민하고 다채로운 뉘앙스를 프레이즈와 마디마다 솜씨 있게 배열하며 어느 한구석 부족함 없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의 연주들은 모두 창의적이고 기발한 프레이즈와 신선한 접근 방법으로 듣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강충모 (2017년 10월호 발췌)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좋은 음악은 자신이 사라져 없어지는 순간 비로소 진짜 향기를 드러낸다. 킬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기쁨은 슬픔이 가면을 벗은 모습”이라고 말한다. 슬픔이 흐느끼고 있을 때 기쁨은 쉬고 있을 뿐 사라져 버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의 양면성을 이해할 때 좀 더 사람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삶을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음악가에게 성공이란?

그런 것이 있을까 싶다. 많은 청중이 내 연주를 찾아주는 것을 성공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관점에 따라선 단 한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만도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내 세계에만 빠지지 말고, 누군가와 나눌 진정한 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탄생 100주년,

피아졸라 1921~1992

 

피아졸라가 아니었다면 탱고는 여전히 머나먼 남미의 이국적인 춤 정도로 머물러있지 않았을까?

그는 아르헨티나 남부 마르델플라타에서 이탈리아계 이민 3세로 태어나 뉴욕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아버지에게 반도네온을 선물 받으면서부터다. 차 한 잔 마시는 짧은 시간에 한 곡을 만들 정도로 빠른 작곡 속도를 보인 그는 평생에 걸쳐 3천여 곡을 썼다. 그는 스스로 아방가르드 음악가이자 혁명가라 생각했다. 고전 탱고에 재즈와 클래식 음악이 결합된 ‘누에보 탱고’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도 그였다.

올해 서반아어권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피아졸라를 기린다. 국내에선 ‘피아졸라, 루이 암스트롱을 만나다’(15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 ‘피아졸라 플러스+’(5.15/6.4/11.17/대전예술의전당) 등에서 그의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가정의 달 5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키즈 콘서트(5일/아트센터 인천), 핑크퐁 클래식 나라 ‘뚜띠를 찾아라’(5일/대전예술의전당), 뮤지컬 ‘플라잉’(5일/천안예술의전당), 청주시향 어린이 클래식(6일/청주예술의전당), 클래식으로 그린 가족 동화(12일/예술의전당), 북새통 ‘봉장취’(20·21일/노원어린이극장), 가족 오페라 ‘한 아이 이야기’(21·22/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국립극단 ‘소년이 그랬다’(5.21~6.13), 연극 ‘아몬드’(15~30일/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등 가족과 함께 즐겨보자.

 

공연 전 이 책

아몬드

손원평 작 | 창비

연극 ‘아몬드’는(연출 민새롬/각색 오세혁)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서울시극단의 ‘창작플랫폼-연출가’에 선정, 2019년 초연됐다. “극의 감정이 공감으로 바뀐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원작 소설 또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대중의 공감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을 그린 소설은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와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곤이,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도라와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전한다.

 

 

대전시립합창단 40주년

신선한 기획으로 한국합창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대전시립합창단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1981년 창단, 꾸준히 기량은 쌓아온 단체는 2007년 빈프리트 톨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영입해 새로운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빈프리트 톨은 합창지휘의 전설, 헬무트 릴링의 계보를 이어받은 지휘자다.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국내 및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올해 역시 대전을 중심으로 서울(11일/예술의전당)과 통영(8.28/통영국제음악당)에서도 특별연주회를 개최한다.

#42년의 역사, 서울 연극제

서울연극제(4.30~5.29/아르코예술극장 외)의 마흔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해 창작, 번역 등 국내 최고의 연극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번 연극제에는 총 8개의 작품이 초연·재연된다. 창작 초연작으로는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다른 여름’, 극단 대학로극장의 ‘노인과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LP 스토리의 ‘허길동전’이 준비 중이다.

재연작으로는 극단 이루의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와 극단 신세계의 ‘생활풍경’이 오른다. 그중 2020년 공연된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작·연출 손기호)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주제로 현실과 연극,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 가며 연극의 다양한 층을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흥미로운 작품 구조를 통해 질문의 무게를 더한다”는 평을 받았다. ’각색 초연작으론 극단 배다의 ‘붉은 낙엽’, 재연작으로는 극단 ETS의 ‘정글’과 극단 사개탐사의 ‘이단자들’이 있다. 자세한 일자와 장소는 차후 공개될 예정.

 

 

#바다 위로 부는 바로크 선율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Britt Schilling

통영국제음악당과 아트센터 인천, 바다를 벗 삼은 이 두 공연장에 바로크 바람이 분다. 일 포모도로 바로크 오케스트라(23일/통영국제음악당),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29일/아트센터인천)가 그 주인공이다.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피아노)와 함께 하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3월 예정되었던 공연이 취소되었지만, 올해 다시 내한을 예정하여 반갑다.

투명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오케스트라와 오랜 시간 시대 악기를 탐구해온 베주이덴호우트의 지휘와 협연으로 바흐와 모차르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일 포모도로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바로크 시대의 문법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와 내한해 절제된 연주를 선보인 바 있다. 두 공연의 프로그램 모두 추후 각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플루트 vs 클라리넷

ⓒ김용호

 

27일, 서울과 부산에서 관악기 대결이 펼쳐진다. 최나경(플루트)은 여자경/강남심포니(예술의전당 콘서트홀)와 김한(클라리넷)은 최수열/부산시향(부산시민회관)과 함께다. 이 대결의 핵심은 두 사람의 레퍼토리에 있다.

최나경은 라이네케(1824~1910)의 플루트 협주곡을 연주한다. 1908년에 작곡된 이 곡은 라이네케 낭만적 언어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형식미와 후기 낭만주의적 성향, 여기에 모더니즘적 향취까지 적절히 섞여 있다.

김한이 선곡한 작품은 하콜라(1958~)의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 하콜라의 음악은 “셰익스피어적 극단성을 보여준다. 광포한 사운드와 고요한 명상의 순간, 가슴 저미는 독백을 한 데 어우른다”는 평을 받는다. 이 곡 역시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의 치열한 대결 양상과 함께 비루투오소적인 연주를 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레퍼토리 안에서 두 연주자가 전해줄 감동이 기다려진다.

 

#현의 울림

찌르는 듯 날카로운 고음부터 묵직한 저음까지, 온몸을 타고 흐르는 현의 울림이 풍성하다. 먼저 솔로 리사이틀로 미샤 마이스키(5월 중)와 클라라 주미 강(25일/대전예술의전당), 심준호(28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지혜(바이올린)·김태형(피아노)은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활의 춤’ 시리즈를 통해 이자이와 버르토크의 음악을 선보인다(20일/금호아트홀 연세).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하프)와 강혜정(소프라노)의 듀오 무대(29일/롯데콘서트홀)도 지난해 공연 취소의 아쉬움을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 포레 ‘달빛’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등을 통해 선보일 두 사람의 앙상블을 다시 기대해 보자. 협연 무대도 다수 준비되어 있다. 조진주(바이올린)는 최수열/코리안심포니(7일/대전예술의전당), 양성원(첼로)은 구자범/대전시향(14일/대전예술의전당)과 협연한다.

미샤 마이스키
ⓒHideki Shiozawa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

조진주

심준호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펼쳐지는 동시대 이야기

두산아트센터는 동시대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작품을 공동기획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들은 Space111 무료 대관과 함께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는다.

‘펭귄어패럴’은 신림동 ‘펭귄시장’에서 작업하는 창작자인 신소우주와 지금은 사라진 구로공단 ‘대우어패럴’의 여공이었던 강명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 시리즈의 연장선인 ‘펭귄어패럴 radio edition ver.1’(13~15일)은 봉제공장에서 미싱사들이 작업하며 틀어 놓는 라디오 사운드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연출 신소우주). 펭귄어패럴을 중심으로 모인 여성 협업자들은 미싱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교차하는 서로의 시간을 마주한다.

연극 ‘밤에 먹는 무화과’(20~22일)는 다양한 여성의 삶을 보여준 희곡집 ‘여자는 울지 않는다’에 실린 작품이다(연출 이오진/작 신효진).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지만, 서로 아무런 관계도 맺지 못한 채 떠나는 곳인 호텔. 윤숙은 그 오래된 호텔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70대 여성이자 무명 소설가다. 그는 유령 같은 존재로 호텔 로비에 앉아 소설을 쓰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먼저 말을 건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존재, 스쳐 지나가게 되는 존재들을 자리로 호명해 보는 작품이다.


6월 JUNE

글 장혜선 기자

#북유럽의 서늘한 기운, 올여름을 시원하게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1996~)가 오슬로 필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6.13/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메켈레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첼로를 전공했다. 첼리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지휘봉을 든 그는 동시대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젊은 지휘자다. 2022년부터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오슬로 필 상임지휘자로 발탁됐다. 앞으로 7년간 오슬로 필을 이끌어 갈 예정. 이번 오슬로 필의 아시아 투어는 메켈레가 유럽 외의 다른 국가에서 처음 데뷔하는 무대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클라우스 메켈레
ⓒMarco Borggreve

INTERVIEW

오슬로 필 대표 잉리 뢰위네스달 (2020년 9월호 발췌)

클라우스 메켈레 음악감독을 영입한 이유는.  북유럽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메켈레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첫 리허설부터 완벽했다. 2018년 1월 베토벤 교향곡을 함께 연주했는데 공연 후 단원들은 메켈레의 음악성과 잠재력에 압도당했다.

호르니스트 김홍박과는 수석 종신 계약을 한 걸로 알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호른 파트와 음색이 잘 어울리는 연주자를 찾았다. 베를린에서 열린 오디션에서 드디어 김홍박을 만났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영감을 주는 연주자다.

오슬로 필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악단은 현재 한국에 많이 낯선 편이다. 우리는 올해 꼭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시아에는 훌륭한 공연장, 열정적인 관객이 많아서 기대가 크다. 최근 바실리 페트렌코와의 음반이 아시아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응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1960년대 태생의 프랑스 피아니즘

장 이브 티보데

알렉상드로 타로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

 

 

 

 

 

 

 

 

 

 

60년대생 프랑스 피아니스트 3인이 내한 소식을 전했다. 장 이브 티보데(1961~)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제작해 준 무대의상을 즐겨 입는 멋쟁이 피아니스트다. 프랑스 레퍼토리는 물론 재즈에도 능해 빌 에번스와 듀크 엘링턴의 음반에도 참여했다. 2013년 서울시향과 거슈윈 피아노 협주곡, 2019년에는 생상스 협주곡 5번 ‘이집트’를 협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내한 독주회는 2001년 이래 20년 만이어서 기대를 모은다(9일/롯데콘서트홀).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1969~)는 ‘프렌치 베토베니언’이란 별명처럼 베토벤의 소나타와 협주곡은 물론 바이올린·첼로 소나타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을 소화하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다. 때문에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해였던 2020년, 가장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17년부터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에서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연주해왔고, 2020년 아쉽게도 선보이지 못한 두 차례의 공연을 오는 6월 들려주며 베토벤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10·17일/금호아트홀 연세).

파리 태생의 알렉상드르 타로(1968~)는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른 장이 넘는 음반을 냈다. 통영에서 펼쳐지는 이번 독주회는 프랑스 태생의 바로크 작곡가 라모를 시작으로, 베토벤과 드뷔시, 라벨, 사티에 이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사한다.(18일/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공연 전 이 음반

Autograph

알렉상드르 타로(피아노) Erato 93413725

포레·라모·상스·쿠프랭·샤브리에·비제를 비롯하여 풀랑크·사티·타유페르·스트라스누아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포진되어 타로의 프랑스적인 피아니즘과 조응하고 있다. 섬세한 타건으로 색채감 있게 펼쳐내는 화음이 돋보이는 타로의 피아노 연주는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작품이 표현하는 극적인 감정의 변화를 청중에게 전달해낸다.

 

 

 

 

연 전 이 책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알렉상드르 타로 | 백선희 역 | 풍월당

공연 직전, 타로가 대기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타인’으로 인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류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책 안에 가득하다. 그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자신의 조상을 찾듯이 피아노의 역사를 언급하고, 이를 통해 피아니스트가 어디에서 태어났는가를 추적한다. 책은 확고한 주제의식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종착한다. 그 주제는 바로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삶. 타로는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이어 나가며 풍부한 사색을 담은 에세이를 창조해냈다.

 

 

 

#압두라이모프가 온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1990~)는 현재 해외 무대에서 주목받는 스타 피아니스트다. 16세에 미국에 간 그는 2009년 런던 피아노 콩쿠르에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6년 7월 BBC 프롬스 데뷔 후 끊임없이 연주를 이어오고 있다. 2018년에는 서울시향과 금호아트홀 초청으로 내한했고, 2019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미하엘 잔덜링/루체른 심포니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6월에는 서울 리사이틀(16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메켈레/오슬로 필(13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의 협연 무대를 펼친다.

공연 전 이 음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베조드 압두라이모프(피아노)/발레리 게르기예프(지휘)/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RCO Live RCO19003

압두라이모프의 진가가 담긴 음반. 2017년 10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실황으로, 게르기예프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의 절정을 보여준다.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과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Decca/ 2014)으로 첫 번째 협주음반을 발매한 그는 2016년 게르기예프의 비호 아래 뮌헨 필과 BBC 프롬스에 데뷔했고, 이는 2018년 DVD로 발매되기도 했다.

 

 

 

 

#놓치면 안 된다! 첼로·바이올린·피아노

첼리스트 마르틴 뢰어(1967~)가 제임스 터글/코리안심포니와 호흡을 맞춘다.(4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뢰어는 학업을 마치자마자 나이 서른에 베를린 필 수석으로 발탁된 행운의 첼리스트. 그는 러시아 문학부터 시작해 이론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모교인 베를린 예술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의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8년 내한공연 당시 매진을 이루었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1979~)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6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어느새 40대에 들어선 힐러리 한. 어린 시절부터 짜임새 있는 음반을 발매하며 이름을 알렸으며, 이미 10대 시절에 바흐를 성숙하게 해석해내어 찬사를 받았다. 이번 내한에선 어떤 레퍼토리를 펼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1961~) 역시 지성미가 넘치는 음악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허프는 신창용의 스승이기도 하다. 허프는 피아니스트 뿐 아니라 화가와 작가로도 활동한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매체에 음악과 종교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데, 음악 에세이를 엮은 ‘러프 아이디어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에선 제임스 저드/대전시향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22일/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힐러리 한
ⓒMichael Patrick O Leary

 

#콰르텟 전곡 연주 시리즈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두 현악 4중주단이 전곡 연주 프로그램을 선사한다. 먼저 에머슨 콰르텟이 다섯 차례에 걸쳐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1~3·5~6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에머슨 콰르텟은 1976년 뉴욕에서 창단했다. 명칭은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에서 따왔다. 그간 31장 이상의 앨범을 발매하고 그래미상 9회, 그라모폰상 3회 등 다수의 음반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제대로 축하하지 못했는데, 조금 늦었지만 베토벤의 초기와 중기, 후기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지난해 노부스 콰르텟의 첼리스트가 원년 멤버 문웅휘에서 이원해로 변경됐다. 새로운 기운을 담은 노부스 콰르텟이 처음으로 전곡연주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그들이 택한 작곡가는 쇼스타코비치.(16~19일/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지독한 냉전시대를 겪은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옛 소련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은유했다. 특히 작곡가의 내적 갈등을 담은 현악 4중주 15곡은 날카로우면서도 깊은 서정성을 담고 있다.

클라리넷 실내악 정수를 보고 싶다면?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제2수석으로 재직 중인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은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었다. 6월 무대는 클라리넷 5중주로만 구성한 무대이다.(3일/금호아트홀 연세)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슈타들러’,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Op.115, 윤이상 클라리넷과 현악을 위한 5중주를 연주한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작곡가들이 사랑한 클라리넷 5중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러시아 시즌스

유리 바시메트

‘러시아 시즌스(Russian Seasons)’는 러시아 정부에서 1년간 집중적으로 해외 문화 교류를 개최하는 행사다. 그동안 일본(2017), 이탈리아(2018), 독일(2019), 프랑스(2020)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번 2021년에는 한반도에서 ‘러시아 시즌스’가 펼쳐진다.

비올리스트로 잘 알려진 유리 바시메트(1953~)가 한국을 찾는다. 6월에는 2002년 창설돼 바시메트가 지휘를 맡고 있는 뉴 러시아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이 펼쳐진다. 고양아람누리(4일)에서는 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이 연주되며, 조재혁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송영훈이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성남아트센터(5일)와 부산 영화의전당(6일)에서는 장 이브 티보데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롯데콘서트홀(8일) 공연은 조재혁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2020~2021 한·러 상호문화교류의 해

한국과 러시아, 문화 교류 30주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예술계가 활발해진 건 1945년 해방 이후다. 그러나 소련과의 국제 교류에 있어서는 오랫동안 소극적이었다. 1960년대에는 냉전이 한창이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출전이 거부된 바 있다. 1974년,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 했을 때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화려한 카 퍼레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며 한국 음악계는 전환기를 맞았다. 로스트로포비치·뮬로바 등 망명 연주자는 물론, 일리야 그루베르트 등 소련 국적 연주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소련 체임버 앙상블로는 처음으로 유리 바시메트가 이끄는 모스크바 솔로이스츠가 내한했다. 소련 해체 후 1990년대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원활한 교류가 이뤄졌다. 이탈리아 오페라가 익숙했던 한국에 볼쇼이·키로프 오페라가 내한하며 러시아 오페라 양식을 소개했다.

최근 10년간 한국 공연예술계는 질적 성장을 이뤘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선 손열음이 2위, 조성진이 3위를 차지했다. 바이올린 부문에선 이지혜가 3위, 성악 부문에서는 서선영과 박종민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에도 한국 연주자 다섯 명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순위권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해오름에 오르는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

해오름극장 재개관을 기념하는 국립창극단 신작 ‘귀토’(2~6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탄생시킨 제작진이 힘을 모았다. 고선웅이 극본·연출을 맡아 삼국사기 ‘귀토설화’를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해 풀어낸다. 작창은 유수정 예술감독과 소리꾼 한승석이 맡는다. 국립극장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24~26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묵향’과 ‘향연’을 성공시킨 연출가 정구호가 함께한다. 다양한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는 전통 기악양식 ‘산조’의 미학을 춤으로 펼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6월부터 시범 운영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은 현재 리모델링 중인 해오름극장을 6월부터 시범 운영, 9월에 공식 재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21 시즌 공연인 국립창극단 ‘귀토’, 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국립무용단 ‘산조’ 등은 새 해오름극장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무대에 오른다. 이후 공연은 7월에 있을 2021/22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라인업과 함께 공개될 예정.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의 신작 향연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된 권령은, 김보라, 랄리 아구아데의 트리플 빌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한다. ‘그 후 1년’(4~6일/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취소’ 혹은 ‘멈춤’의 키워드로 점철되어 온 지난 1년간 각 안무가의 시선이 이동한 지점들을 조명한다.

국립극단은 재독 한인 극작가 박본의 신작(6.23~7.18/백성희장민호극장)을 선보인다. 박본은 30세의 나이에 베를린연극제 작품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다. 독일 연극계를 신선한 충격에 빠뜨린 그는 부조리한 세상에 날카로운 통찰과 독특한 시선을 보내며 새로운 메타포를 던진다. 이번 신작에서는 ‘한국에 뿌리를 둔 젊은 독일 극작가’ 박본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내부자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재해석한다.

#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작품

이자람

국내에는 젊은 예술가에게 창작과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다종다양하게 존재한다.

우란문화재단은 작품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시작해 대본창작·내부 리딩·쇼케이스까지 지원하는 ‘우란 이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1~27일/정동극장)는 우란문화재단과 프로젝트그룹 일다의 공동기획으로 지난해 우란2경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한 청년의 심장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몸의 기억을 다룬다. 민새롬 연출가가 참여해 원작의 심도 있는 텍스트를 세심한 무대 언어로 그려내 호평 받았다. 올해는 프로젝트그룹 일다가 정동극장과 손을 잡고 재연을 선보이니 주목하길.

제6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이자람은 지난해 두산아트센터에서 신작 ‘노인과 바다’를 선보였다. 두산연강예술상은 공연 분야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만 40세 이하 예술가들을 지원한다. 이자람은 ‘사천가’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등 다양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헤밍웨이의 동명소설을 재창작한 이 작품은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가 연출을 맡았다. ‘노인과 바다’(5일/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가 고양에서 다시금 무대에 오른다.

 

#팀 버튼의 환상세계를 무대에서!

비틀쥬스

CJ ENM은 팀버튼 감독의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2019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비틀쥬스’(6.16~8.8/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6월 선보인다. 1988년 제작된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비틀쥬스’는 유령이 된 부부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해 4월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엔 몇몇 용감한 신작 공연들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 페스티벌-뮤지컬, 무용, 발레

15주년을 맞이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이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를 뜨겁게 달군다.(6.18~7.5) 지난 가을, 딤프는 코로나 속에서도 온·오프라인 투트랙으로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올해도 온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해 글로벌 진출에 앞장설 계획이다. 공연예술계가 전례 없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국내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뮤지컬 인재 육성을 위한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무용 애호가라면 6월 말에 열리는 두 페스티벌을 눈여겨보길! 제18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안재용(몬테카를로 발레), 안주원(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강민주(노던 발레), 임선영(취리히 발레), 박승아(독일 울름 극장), 김수정(키부츠 댄스 컴퍼니), 양종혜(다쿠라 칸 컴퍼니)가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전했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도 싱그러운 여름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온다. 2011년 시작된 발레축제는 국내 민간 발레단에게 창작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발전 가능성 있는 창작 작품의 공연을 마련하며 한국 발레의 저변을 넓혀왔다. 현재 참가작 공모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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