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월 똑똑한 공연 네비게이션(1)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2월 22일 9:00 오전

SPECIAL
2~8월 공연 총정리

 

2021
2월~8월

음악·연극·무용·뮤지컬·국악 공연 총정리

2021년, 공연예술이 주는 위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 한 해 동안 온·오프라인 무대로 찾아와 답답한 일상에 위로를 주었던 다양한 공연예술 무대가 다시 한번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준비 중이다.

2월부터 8월까지 감동과 위로로 다가갈 공연을 모두 모았다. 2021년에도 꺼지지 않을 공연장의 불빛을 기대하며, 희망의 한 해를 시작해보자.

글 이미라·장혜선·박서정·박찬미 기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부 변경·최소될 수 있습니다. 하반기 일정은 7월호에 이어 게재됩니다.

 

# 피아노곡·협주곡·가곡으로 만나는 슈만

양면적 감정이 공존하는 슈만(1810~1856)의 음악은 힘겨운 코로나 시대에 위안을 얻기에 탁월한 선택이다. 때마침 2월에는 슈만의 피아노 독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테마로 하는 음악극이 흐른다.

젊은 감각의 슈만이 먼저 관객을 찾는다. 신예 피아니스트 김도현(18일/금호아트홀 연세)은 모차르트·슈베르트·스트라빈스키에 슈만의 소품집인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 op.12를 더했다. 서로 다른 정취의 8곡이 시처럼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지휘자 정치용은 각각 깊은 연륜으로 슈만을 해석한다. 백건우(26일/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는 ‘아라베스크’ ‘어린이 정경’ ‘유령 변주곡을 포함해 2020년 9월 발매된 슈만 피아노 작품집(DG) 수록곡 일부를 직접 들려준다. ‘방랑’을 주제로 한 정치용/부천필(19일/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은 이효주와의 협연으로 슈만 피아노 협주곡 op.54를 선보인다. 이 곡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아내였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클라라 슈만이 초연했다.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14일/예스24스테이지 3관)은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과 만나는 특별한 방법이다. 가곡 레슨을 계기로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과 괴짜 교수 마쉬칸 사이에 피어난 우정은 관객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김도현

INTERVIEW 피아니스트 김도현


피아노에 대한 첫 기억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를 집에 있던 피아노로 혼자 치던 아이였다. 좋아하는 쇼팽과 리스트 작품을 혼자 연습하다가,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방학부터 피아노를 제대로 배웠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세미파이널 진출을 비롯해 여러 콩쿠르에서 수상했는데 자신을 성장시킨 경험을 꼽는다면. 2017년 베르비에에서 열렸던 방돔 프라이즈. 대회 전, 스승이신 세르게이 바바얀으로부터 큰 가르침을 받았고, 처음 참가한 국제 대회에서 내 음악이 청중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독주회(18일/금호아트홀 연세)는 어떻게 구성했나. 바바얀 선생님과 함께 결정했다. 좋아하는 곡,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선곡했다. 모아보니 모두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를 고유하게 풀어나가는 곡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특별히 슈만의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 op.12을 선정한 이유 내가 열광하는 슈만의 곡이 많지는 않다. ‘어린이 정경’ ‘교향적 연습곡’ ‘다채로운 소품집’ 정도다. ‘환상 소곡집’은 듣기에 좋아서 골랐는데 막상 치려고 하니 어렵다. 아르헤리치와 파데레프스키의 음반을 들으며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수많은 콩쿠르와 연주회가 코로나로 인해 연기됐다.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매번 미뤄지고 또 미뤄지니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음악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간절해졌다. 앞으로는 바흐를 집중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

 

 

2월
FEBRUARY

글 박서정 기자

공연 전 이 책


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저 | 김남주 역 | 그책

고통은 어떻게 음악이 되는가. 문학평론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미셸 슈나이더(1944~)는 슈만이 겪은 육체적 고통으로 그의 음악적 깊이를 분석한다. 나아가 다른 낭만주의 예술가와 슈만의 다른 점은 정신적 고통인 ‘고뇌’가 아닌, 육체적 고통에 있다고 설명한다. “쇼팽이 피아노가 가장 아름답고 시적으로 들리도록 곡을 썼다면, 슈만은 끝없이 주저하고 망설이고 떠돌고 절망하다가 침잠한다. 감정적으로 슈만은 훨씬 더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고통에 찬 영혼과 내면의 깊이까지 모두 음악에 담아내려면 음악가는 ‘악보대로 연주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 깊이를 적당하게 담아내는 것도 아주 높은 경지에 오른 음악가들만이 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슈만, 내면의 풍경’에서 고뇌와 고통을 구별했다.”

공연 전 이 음반


백건우 슈만 피아노 작품집

Deutsche Grammophon 40254 (2CD)

베토벤(2007), 메시앙(2008), 리스트(2011), 슈베르트(2013), 스크랴빈(2015), 라흐마니노프(2018)에 이어 일흔을 넘긴 노(老) 피아니스트는 슈만과 만났다. 그에게 슈만은 “순수함을 잃지 않은 동시에 인생의 쓰라림을 음악으로 표현해낸 작곡가”였다. 2020년 9월 발매된 음반은 두 장으로 구성된다. ‘순수’와 ‘어둠’이라는 슈만의 이중성을 각각의 CD에 ‘오이제비우스(내성적이며 꿈꾸는 자아)’와 ‘플로레스탄(열정적이며 공격적인 자아)’이라는 제목을 붙여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아베크 변주곡’ op.1으로 시작한 1CD(오이제비우스)는 ‘어린이 정경’ ‘다채로운 소품집’ op.99 등에 이어 라인강 투신 전 작곡한 ‘유령 변주곡’ WoO24으로 마무리된다. 2CD(플로레스탄)에는 ‘세 곡의 환상작품집’ op.111, ‘아라베스크’ ‘밤의 소곡’ op.23 등을 수록했다. 지난해 10월 전국 투어 공연에 이어, 오는 2월 대전예술의전당 독주회에서 ‘아베크 변주곡’ ‘어린이의 정경’ ‘유령 변주곡’ 등 앨범 수록곡을 연주한다.

 

 

#설 연휴에 즐길 무용·뮤지컬·연극

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설연휴다. 가족 관객을 위한 공연으로 풍성했던 예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몇몇 극장만이 조심스레 관객을 맞이한다.

국립무용단 ‘새날’(11~13일/국립극장 하늘극장)은 힘찬 춤사위로 명절날 잔치 분위기를 북돋는다. 2018년부터 이어진 레퍼토리로, 한국무용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도 익숙한 우리 춤에 극적인 연출과 생생한 라이브 연주가 더해진다. 모든 세대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공연은 가족과 추억을 쌓기에 제격이다.

오리지널 공연팀으로 내한한 뮤지컬 ‘캣츠’(~26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1981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아이에게는 감탄을, 어른에게는 삶의 지혜를 선사한다. 서울 앙코르 공연은 부산으로 이어진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14일/예스24스테이지 1관)는 70대 독거노인, 40대 불임부부, 20대 청년이 서로 갈등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작품이다. 배우 이순재·신구·박소담 등 높은 인지도와 연기력을 겸비한 캐스팅이 돋보인다.

 

#천 년의 유산, 연등회

부처의 탄생을 축하하는 연등회는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어 불교 전파와 함께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 통일신라로 전해졌다.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때로는 국가 의례로, 때로는 민간의 세시 명절 풍습으로 천 년 넘게 이어져왔다. ‘연등’은 등불을 살라 내면을 밝게 비춤을 뜻한다. 연등회는 작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이를 기념한 전시 ‘천 갈래의 빛, 연등회’(~28일/국립무형유산원 누리마루 2층 기획전시실·국립무형유산원 홈페이지)가 개최 중이다. 연등회의 역사부터 오늘날 연등회가 이뤄지는 과정과 사용되는 연등을 살펴볼 수 있다. 오프라인 전시는 무료. 국립무형유산원 홈페이지(nihc.go.kr)에서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다.

 

 

한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되면, 해당 유산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만큼 등재 절차는 까다로우며, 대표목록의 경우 약 2년이 소요된다. 한국은 연등회를 포함해 2001년부터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처용무, 매사냥,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해녀문화, 씨름 등을 차례대로 등재하여 현재 21개의 인류문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내한하는 외국인 지휘자

2020년은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많은 내한 공연이 무산됐다. 올해 공연기획자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중 KBS교향악단이 눈에 띈다. 예술감독 자리가 공석인 만큼, 올해 예정된 12회의 정기연주회를 각기 다른 지휘자가 이끄는데, 이 중 열 명이 외국인 지휘자다. 디르크 카프탄(5.1)·얍 판 츠베덴(10.29)·피에타리 인키넨(12.24) 등이 한국을 찾는다. KBS교향악단의 손유리 공연기획 팀장은 “음악감독이 부재한 상황에서 악단이 다양한 지휘자와 같이할 기회를 마련했다”라며, “상반기 공연까지는 14일의 자가격리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한 후 섭외했다”라고 전했다. 2021 시즌을 여는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4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공연을 위해 1월 12일 한국에 입국했다. 자가격리를 마친 뒤에 본격적으로 악단과 연습에 돌입한다.

디르크 카프탄

안토니오 멘데

INTERVIEW

해외 연주자 입국부터 자가격리까지

KBS교향악단 손유리 공연기획팀장


내한하는 음악가들, 올해는 만날 수 있나? 상반기는 자가격리가 가능한 지휘자로 구성했다. 그러다 보니 연세가 있는 지휘자보단 젊은 지휘자가 많다.

자가격리를 감수하는 이유는? 온라인 연주가 아닌, 관객과 함께하는 연주에 목말라한다. 작년 4~5월에 한국이 방역 선진국으로 알려진 것이 섭외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일반 해외 입국자와 자가격리 과정이 좀 다른가? 일반 입국자와 같이 정부가 마련한 숙소 한 칸에서 자가격리한다. 음악감독이었다면 우리 측에서 좀 더 공간이 확보된 숙소를 마련할 텐데, 단기 비자로 오는 경우라서 불가능하다. 문제는 지휘자보다 악기 연습이 필요한 연주자다. 이러한 점 때문에 대사관에 협조를 구해볼 예정이다. 이 밖에 악단 측에서 준비하는 것은? 직원들이 자가격리에 관한 한 전문가가 다 됐다. 해외 입국자는 입국 과정부터 여러 심사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어 푯말을 만들었다. 격리 중엔 간편식을 담은 ‘자가격리 키트’를 보내드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격리된 기간에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 전화하고, 화상으로 음악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주제에 대해 회의한다.

이미 입국한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의 각오가 궁금하다. 컴퓨터, 책, 악보 이것만 있으면 14일쯤은 괜찮다고 하더라.(웃음)

박서정

 

 

 

#코리안심포니, 미래를 위한 작전!

1985년 창단된 코리안심포니는 2021년을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향한 원년으로 삼았다. 특히 오케스트라 음악의 핵심인 단원, 작곡, 지휘 세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먼저 베를린 필하모닉 카라얀 아카데미를 모태로 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아카데미다. 현장에서 오케스트라 맞춤 연주자를 키워내 관현악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과정은 2년이며, 전파트 대상으로 15명을 뽑는다. 선발된 아카데미 단원에게는 연주 참여 기회와 코리안심포니 악장 및 수석의 개인 코칭, 협연을 위해 내한한 해외 지휘자 및 협연자들의 마스터클래스가 제공된다. 공모는 2월 중 진행되며, 만 28세 이하의 대학교 졸업생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작곡가 아틀리에’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운용한 상주작곡가 제도를 보완해 체계적으로 만들었다. 격년으로 진행되며 초대 상주작곡가를 지낸 김택수의 멘토링과 강의 등 창작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2년간 제공한다. 작년 말 진행된 공모를 통해 5명의 신예 작곡가를 선발했으며, 수료 후 최우수 작곡가로 선정되면 2년간 코리안심포니 상주작곡가로 활동하게 된다.

올가을엔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11월 9~14일/예술의전당 일대)가 개최된다. 3년마다 열릴 예정이며, 우승자에게는 차년도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 지휘 특전과 상금 5천만 원이 주어진다. 만 23세부터 35세까지 국적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 접수는 5월부터.

 

#고전에 뿌리내린, 연극과 뮤지컬

 

 

 

 

 

 

 

 

 

19세기에 쓰인 영국, 독일, 러시아의 고전 소설 세 편이 연달아 무대화된다. 공연예술 창작산실 2020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뮤지컬 ‘히드클리프’(1월 27일~2월 7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소설 ‘폭풍의 언덕’(1847)을 원작으로 한다. 영국 마을에 자리한 저택 ‘폭풍의 언덕’으로 고아인 히드클리프를 데려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택 주인의 딸인 캐서린과 히드클리프의 격정적인 사랑은 히드클리프의 복수심과 함께 파국으로 치닫는다. 셰익스피어 ‘리어왕’, 멜빌의 ‘모비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히며, 지금까지 열다섯 차례 이상 영화화되었으나 출간 당시에는 지나치게 음산하다며 외면당했다. 저자인 에밀리 브론테(1818~1848)는 흥행 실패를 겪은 데 이어 건강까지 급속히 나빠져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폭풍의 언덕’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인간 본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을 재해석한 뮤지컬 ‘히드클리프’는 주인공 히드클리프의 심리에 집중한다. 처절하고 광기 어린 사랑을 그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할 예정. 연출가 고선웅과 작곡가 정민선은 뮤지컬 ‘베르테르’ ‘카르멘’에 이어 다시 뭉쳤고, 배우 문경초(히드클리프)·이지수(캐시)·문성일(에드거)가 캐스팅됐다.

국립극단 ‘파우스트 엔딩’(2월 26일~3월 28일/명동예술극장)은 괴테(1749~1832)의 대표작 ‘파우스트’를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가 각색·연출한 작품이다. 악마와의 계약으로 젊음과 사랑 등을 얻지만 파멸이 예정된 파우스트가 구원받는 이야기를 특유의 관념적이고도 화려한 미장센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1773년 초고를 완성한 후 전 생애에 걸쳐 집필해 죽음을 맞기 전인 1831년에 완성했다. 그만큼 그의 철학 세계가 집대성되어 있다. 괴테는 중세 봉건사회 말기에서 근대 자본주의로 사회로 이행하는 시기, 끝없는 물신주의를 극복하고 인간 정신의 고양 가능성을 확인해나가는 여정을 그렸다. 근대 유럽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선과 악, 미와 추가 공존하는 파우스트의 복합적인 인물상은 시대를 초월해 항상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국립극단은 창단 이래 세 번의 ‘파우스트’를 세 명의 연출가가 각기 다른 프로덕션을 선보였다. 2020년 국립극단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와 배우의 부상으로 연거푸 연기한 끝에 취소된 바 있다. 배우 김성녀가 파우스트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러시아의 문호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의 ‘첫사랑’(1860)이 뮤지컬 ‘붉은 정원’(2월 5일~3월 28일/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으로 재탄생한다. 작가가 16세에 겪었던 첫사랑을 회상하는 수기 형식의 소설로, 자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1830년 어느 여름날 당찬 소녀 지나는 순식간에 그의 마음을 빼앗고, 둘은 이반의 아버지인 빅토르의 서재에서 그가 새로 쓴 소설 원고를 몰래 읽으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반은 지나의 계속되는 변덕과 알 수 없는 행동에 괴로워한다. 관객은 세 등장인물의 시점을 통해 사랑의 미숙함과 황홀함을 경험하게 된다. 2018년 초연 당시 고전 문학을 토대로 한 시적인 대사와 감정을 밀도 있게 풀어낸 작곡가 김드리의 선율로 호평받았다. 초연작에 출연했던 배우 정상윤(빅토르)·이정화(지나)가 다시 한번 무대에 올라 완성도를 높인다.

 

 

3월
march

글 이미라 기자

#각양각색, 듀오의 향연

3월 한 달은 각기 다른 색채의 듀오로 가득한 시간이다.

25년 만에 함께 무대에 오르는 형제 피아니스트, 임동민·임동혁의 듀오 리사이틀(3일/예술의전당)이 첫 문을 연다. 두 사람은 200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입상(공동 3위)하는 등 여러 굵직한 콩쿠르에서 앞다투어 수상 소식을 알리며 국내 스타 클래식 연주자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임동민은 계명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집중하고, 임동혁은 꾸준히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걸으며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연주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각자 너무나도 뚜렷한 색채를 지닌 두 사람이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기대해 보자.

11일과 13일에는 20대의 젊은 듀오를 만날 수 있다. 황세희(하프)·한여진(플루트)으로 구성된 듀오 피다(11일/티엘아이 아트센터)와 양인모·조지 리의 무대(13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가 이어질 예정. 하프와 플루트, 바이올린과 피아노.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같은 날인 25일에는 백주영·이진상, 손민수·문지영의 듀오가 각각 실내악, 관현악의 향연을 펼친다. 1990년대부터 여러 국제 콩쿠르에 상위 입상하며 음악성을 증명해온 백주영과 이진상은 활발한 연주 활동과 함께 각각 서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한 두 사람이 수록곡 중 일부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선보인다. 손민수·문지영의 듀오 연주는 같은 날인 25일,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사샤 괴첼/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이 무대에서 두 사람은 브루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흔치 않은 프로그램을 만나볼 기회다.

 

 

 

 

 

 

 

 

 

 

 

공연 전 이 음반


백주영·이진상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Sony Classical 2536884 (3CD)

백주영(바이올린)과 이진상(피아노)이 한국인 연주자 최초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다. 녹음은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넉 달간 진행됐다. 3D 음향 작업으로 공간감까지 더해 풍성한 음색을 감상할 수 있다. 총 세 장의 음반으로 구성됐다. 3월 25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선보일 무대 역시 음반 수록곡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로 채워질 예정.

 

 

드림씨어터

부산의 뮤지컬을 책임지다

2019년 3월, 부산에 대형 뮤지컬 전용극장이 들어섰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문화복합몰 국제금융센터 부산(IFC 부산)에 세운 드림씨어터가 그 주인공. 1천 727석의 뮤지컬 전용 극장은 지역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뮤지컬 전용 극장 중 1천 500석 이상의 대형극장은 서울에서도 블루스퀘어 등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개관작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를 시작으로 ‘스쿨 오브 락’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을 선보였다. 올해는 탄생 40주년을 맞은 ‘캣츠’ 내한공연(3월 중)을 시작으로, ‘위키드’(5월 중)를 부산 초연으로 선보인다.

 

 

REVIEW 25년, 형제가 한 무대에 오르기까지

임동민 & 임동혁 듀오 리사이틀

1월 13일 오전 11시 30분 롯데콘서트홀

두 사람의 팬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본 무대가 아닐까. 25년 만에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날 무대는 임동혁의 슈만 ‘어린이 정경’과 임동민 쇼팽 스케르초 연주로 시작됐다. 기존 공지된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op.45이 두 사람의 솔로 연주로 변경된 것. 이어 두 사람은 함께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판타지’ D940과 라흐마니노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3·4악장)을 연주했다. 네 살 차이의 형제는 악기가 “노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된 철학을 지녔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임동민이 음악을 크고 굵직하게 밀고 나간다면, 임동혁은 섬세함의 끝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매력은 이날 보여준 솔로 연주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둘의 개성은 듀오 연주에서 시너지를 일으켰다. 특히 제1피아노를 번갈아 맡아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모음곡은 두 사람의 매력 요소가 적절히 발휘된 무대였다.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에서 마티네 콘서트 형식으로 첫선을 보인 두 사람의 무대(1.13/롯데콘서트홀)는 오는 3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본격 리사이틀로 관객과 만난다.

글 이미라 사진 크레디아

 

#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개막

국립발레단 ‘해적’ & 국립현대무용단 ‘빨래’

한국 무용계를 대표하는 두 국립단체가 새로운 시즌으로 봄을 연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빨래’(19~21일/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를 시작으로. 올해 8개의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빨래’는 1993년에 초연한 남정호 예술감독의 대표 안무작이다. 깊어진 세월이 개성 있는 여섯 무용수(구은혜·박유라·박인선·이소영·정서윤·홍지현)와 만나 시대를 초월한 무대로 피어난다.

국립발레단의 시작은 지난해 빠른 전개와 화려한 볼거리로 호평받은 ‘해적’(24~28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다. 영국의 낭만 시인 바이런의 극시를 바탕으로 한 ‘해적’은 정의로운 해적이 아름다운 소녀들을 구출해 낸다는 서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립발레단원 송정빈이 재안무한 ‘해적’은 원작의 설정을 과감히 변경, 3막으로 이루어진 대작을 2막으로 축약해 빠른 전개로 박진감을 준다. 올해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스토리 라인, 조명 등 섬세한 부분까지 수정 보완을 거듭했다. 국립발레단 역시 이번 시즌 ‘말괄량이 길들이기’(6.16~20) ‘주얼스’(10.20~25) ‘호두까기 인형’(12.16~26) 등 장르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역을 수놓은 음악·연극 축제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개최되지 못한 통영국제음악제(3.26~4.4/통영국제음악당)가 올해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주제는 ‘변화하는 현실’. 전염병으로 인해 변화한 현실을 돌아보고 작곡가 및 연주자들이 창조한 현실을 조명하며, 더 깊은 의미의 ‘현실’을 탐구한다. 가천 웡·사샤 괴첼(지휘), 에마누엘 체크나보리안(바이올린), 루카시 본드라체크(피아노) 등의 해외 연주자와 더불어 윤홍천·김다솔·김유빈·아 콰르텟 등의 국내 연주자가 함께 출연하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서울시향·부산시향도 함께한다. 이날치의 출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산클래식음악제(3.2~17/금정문화회관)도 첫선을 보인다. ‘공존, 시간을 열다’를 주제로 2주간 일곱 번의 무대가 펼쳐진다. 부산심포니의 예술감독 오충근이 이번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았고 한수진·김재원(바이올린), 김민지·송영훈·심준호(첼로), 조성현(플루트) 등 내로라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부산으로 모인다.

국내 창작 작품을 발굴해 선보이는 대한민국연극제(3.4~19/한성아트홀 1관)도 올해 라인업을 발표했다. 극단 혈우 ‘최후의 전사’, 공상집단 뚱딴지의 ‘후산부 동구씨’ 등 총 여섯 작품이 오른다.

 

데이비드 이

이승원

#젊은 지휘자들의 설레는 데뷔 무대-

데이비드 이, 이승원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와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로 활동 중인 이승원은 각각 의미 있는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다.

2020년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 중인 데이비드 이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1번을 한국 초연하며 본격적인 데뷔 무대(5일/롯데콘서트홀)를 갖는다.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협연한다.

이승원의 지휘는 통영과 대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 TIMF앙상블과 함께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4.3/블랙박스)와 ‘작곡가 강석희를 기리며’(4.4/블랙박스) 무대를 통해 우리 시대 작곡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대전시향(25일/대전예술의전당)과는 ‘프랑스의 향기’ 공연에서 라벨, 드뷔시, 샤브리에 그리고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협연 조재혁)를 선보인다.

 

서거 100주년 맞은 생상스

 

프랑스 파리 태생의 생상스는 타고난 음악가였다. 작곡을 불과 6세에, 피아노는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 파리고등음악원을 피아노와 오르간, 작곡 공부를 이어간 그는 음악원 시절 작곡한 교향곡 1번을 시작으로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발표했다. 이승원/대전시향과 조재혁의 협연(25일/대전예술의전당)으로 연주될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는 겨울이면 추위를 피해 휴가를 보내곤 하던 이집트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평온함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생상스는 다양한 장르의 작곡에 능했다. 바이올린 소품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비롯해 교향시 ‘죽음의 무도’,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실내악곡 ‘동물의 사육제’ 등 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는 죽는 날까지 피아노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1921년 12월 심장발작으로 숨을 거두기 한달 전까지도 86세의 나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활력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고 전해진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서지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다. 프랑스 각지에 산재된 생상스의 편지·악보 등을 검증하고 디지털 문서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업 완료 후엔 디지털도서관(Gallica)을 통해 일반 열람이 가능하다. 프랑스 내 주요 음악단체에서도 생상스의 음악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데뷔 65주년, 백건우

2021년은 오랜 내공을 쌓아온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의 데뷔 65주년이다. 이를 위한 기념 공연 중 상반기는 코리안심포니(지휘 미정)와의 공연(14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눈에 띈다. 백건우는 이번 무대에서 버르토크의 협주곡과 드뷔시의 협주곡을 선보인다. 버르토크로 시작해 하반기에 이어지는 모차르트 프로젝트(7·11월 중)에서는 그가 피아노 연주 외에 지휘도 맡는다. 로빈 티치아티/런던 필과의 협연 무대(10.27/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예정되어 있다.

 

#바로크 팬들을 위한 플루트 선물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꽃피운다. ‘블루밍 바로크’를 주제로 1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찾을 예정. 2014년 제네바 콩쿠르 1위 없는 2위와 2015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그는 2017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플루트 수석으로 임명됐다.

아렌트 흐로스펠트(쳄발로)와 함께하는 이번 무대에서는 C.P.E. 바흐, 헨델, J.S. 바흐의 소나타와 더불어 브와모르티에 모음곡 6번, 쿠프랭 ‘궁정 협주곡’ 1번, 로맹 모음곡 3번을 연주한다.

 

#뮤지컬 ‘팬텀’, 레전드의 귀환

종합예술의 결정판, 뮤지컬 ‘팬텀’(3.17~6.27/샤롯데씨어터)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추리 소설의 대가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팬텀’은 뮤지컬 배우와 오페라 가수, 발레 무용수 등 다양한 장르의 최정상 아티스트들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시즌의 팬텀 역에는 박은태·카이·전동석·규현이, 크리스틴 다에 역에는 김소현·임선혜·이지혜·김 수가 출연한다. 발레리나 김주원·황혜민·최예원, 발레리노 김현웅·정영재·윤전일까지 합세하며 또 한 번의 흥행 신화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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