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 미’ ‘광화문 연가 2’

익숙하고도 새로운 뮤지컬의 등장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5월 1일 12:00 오전

매 회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것이 무대 공연이다. 장기 공연이 이뤄지는 인기 뮤지컬의 경우, 같은 배역을 다른 배우가 이어받거나 멀티 캐스팅 배우의 교차 출연으로 작품의 색깔은 매 회 달라진다. 창작자의 의지로 작품이 개발되거나 단계별로 수정·보완되는 경우에도 공연은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매 회 공연을 균질하게 유지하려고 해도 결코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유기체’로서의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가진 속성이 아닐까.


▲ ‘쓰릴미’ 전성우·이재균

지적이면서 대담하게 ‘쓰릴 미’
특히 초연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의 향후 행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다. 2007년 3월 한국 라이선스 초연 이후 네 차례 재공연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쓰릴 미’가 그렇다. 이 작품은 명문대학 로스쿨에서 변호사를 꿈꾸는 전도유망한 스무 살의 두 동성애자 남자들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룬 2인 뮤지컬이다. ‘그’는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해 자기가 초인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으며 ‘나’는 그러한 ‘그’를 사랑한다. ‘그’는 ‘나’를 방화·절도·살인에 끌어들이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피의 서약을 할 것을 요구하며, ‘나’는 살인자의 길로 빠져든다. 이 작품은 34년째 복역 중인 ‘나’가 가석방위원회에 나와 옛 일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액자 구조의 작품으로, 두 명의 배우와 한 대의 피아노만으로 진행되는 모던한 형식이지만 마니아 지향적인 작품의 특성상 반복 관람객의 비율이 높다.
5월에 다섯 번째 재공연을 앞두고 기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바로 ‘같으면서도 다를’ 새로운 프로덕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이번 2013년 재공연 프로덕션은 2011년 9월 한국 제작사 뮤지컬해븐·CJ E&M이 일본 제작사 호리프로(Horipro Inc.)와 공동제작 형태로 처음 일본에서 가졌던 프로덕션의 일본 연출가와 스태프가 직접 내한해 한국 배우들과 함께 만드는 시즌 공연으로, 그간의 한국 라이선스 프로덕션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연출을 맡은 구리야마 다미야는 소극장부터 대극장을 넘나들며 연극·뮤지컬·오페라에서 폭넓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으로 기노쿠니야 연극상·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 연출가상·아사히 무대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7년간 도쿄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대표작으로는 ‘킹’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이 있다. 2012년 10월,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밤으로의 긴 여로’와 2011년 일본 ‘쓰릴 미’도 그의 작품이다. 그의 협업 파트너인 조명 디자이너 가쓰시바 지로와 무대 디자이너 이토 마사코도 함께 참여하는데, 그는 지난 연말 창작 뮤지컬 ‘심야식당’의 무대 디자이너로 이미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들이 빚어낸 일본 ‘쓰릴 미’는 이미 2011년 도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일본 특유의 절제된 움직임과 숨 막히는 호흡이 주는 긴장감이 기존 한국 프로덕션과의 차별성으로 꼽힌다. 일본 연극평론가 센다 아키히코는 “‘쓰릴 미’는 뮤지컬의 본도(本島)에서 일탈한 듯보이지만 마지막에는 뮤지컬의 왕도(王都)에 착지하는 지적이고 대담함을 구사하는 작품이다”라고 평하는 등 대중과 평단을 고루 만족시킨 작품이다. 공연의 다른 맛은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 새로운 스태프들이 참여해 만든 ‘쓰릴 미’는 기존에 이 작품에 열광했던 충실한 팬들 뿐 아니라 일본 연극에 관심 있는 관객을 포함해 새로운 무대 예술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 ‘광화문 연가 2’ 강동호·최서연·김승희

같은 재료, 다른 맛 ‘광화문 연가 2’
한편 초연에서 큰 사랑을 받은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넘어서 아예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재탄생한다는 소식이다. 2011년, 국내 최초로 한 작곡가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기와 함께 그야말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흥행 패러다임을 세웠다. 국민가수로 불러도 손색없는 이문세의 노래로 잘 알려진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만을 재료로 삼은 이 작품은 새삼스럽게 뮤지컬 무대에서 음악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작사에서 새롭게 들고 나온 버전은 오리지널 ‘광화문 연가’와는 다르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2’라고 이름 붙여진 데서 볼 수 있듯이 이 새로운 버전은 이영훈의 노래로 다시 한 번 새로운 프로덕션을 만든 것으로 국내 창작 뮤지컬에서 드물게 원작을 같은 재료로 하여 후속 버전을 제작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제작사에 의하면 ‘광화문 연가’ 중 드라마 안에서 기획되고 있던 지용의 ‘시를 위한 시’ 콘서트 시나리오를 바깥으로 불러내 그 콘서트를 제작하는 과정을 일종의 메이킹 쇼 형식으로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뮤지컬은 스토리보다 에피소드와 그에 해당하는 뮤지컬 넘버에 중점을 둔 ‘스토리 콘서트 뮤지컬’이라는 콘셉트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줄거리는 대세 아이돌 아담과 한물간 아이돌 산하, 그리고 걸그룹 출신이자 산하의 옛 여자 친구인 가을이 콘서트에 함께 서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축으로 한다. 여기에 쇼의 연출자 조PD와 출연진·스태프 사이에 불화가 일어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번 버전은 쇼 준비 과정의 이면을 다루는 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주크박스 뮤지컬이 피해갈 수 없는 드라마와 기존 곡들의 조화의 문제를 보다 용이하게 해결할 수도 있다. 즉, 기존의 노래를 드라마 안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극중 가수들이 콘서트를 준비하는 특수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삽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편성과 여러 다른 시도를 해볼 만하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를 위해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원곡을 이중화음·아카펠라·밴드 반주 등 다양한 형식과 틀로 변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편곡을 가미했다. 따라서 대규모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무대 위 밴드가 들려주는 중극장 규모의 콘서트형 뮤지컬의 성격으로 자리매김해 기존 ‘광화문 연가’에서 빠졌던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을이 오면’ ‘끝의 시작’ 등의 명곡들이 이번 버전에 추가로 등장할 예정이다. 출연진으로는 한물간 원조 아이돌 산하 역에 유리상자 출신의 이세준과 뮤지컬 배우 김승회가 맡았으며, 팬덤을 몰고 다니는 대세 아이돌 아담 역은 김순택·강동호, 여주인공이자 걸그룹 출신 가수 가을 역에는 최서연·베이지가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 새로운 프로덕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팀에는 연출가 김규종·작가 곽영임이 함께 하며 편곡과 음악감독은 오상준이 활약한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 2’가 아무쪼록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불멸의 히트곡을 또 다른 스토리와 비주얼로 감상하는 신선한 공연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조용신(뮤지컬 연출가·칼럼니스트) 사진 뮤지컬해븐·스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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