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PIANIST

21세기 대한민국 젊은 피아니스트 다섯 명의 ‘톡’ 터지고 ‘핫’ 놀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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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6월 1일 12:00 오전


▲ 사진 이은비

손열음
저는 음악 듣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음반을 안 듣는다는 건 상상이 안 돼요. 만약 다른 연주자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그는 음악을 만들기만 할 뿐 음악 애호가로서의 역할은 없는 거잖아요. 저는 음악가로서의 나도 있고 애호가로서의 나도 비등하게 셉니다. 그래서 좋아서 듣는 걸 듣고, 사실 그게 진짜 좋아요. 솔직히, 그걸 따라 하게 될까 걱정하는 것은… 뭐랄까. 분명 ‘이 사람은 이렇게 하네’라며 똑같이 따라 해볼 수는 있지만 그건 포장일 뿐이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디테일까지 똑같이 만들 수 있지만, 영혼이 다르니까요. 그걸 카피한다고 문제가 될 순 없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요리가 맛있어보여서 똑같은 재료와 똑같은 방법으로 요리한다고 해도, 맛이 다르잖아요. 누가 따라 한다고 해서 그 비법을 뺏기는 건가? 아닌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음악을 한다는 건 사는 것 같아요. 살면서 배우는 거죠. 저는 상황이 좋지 않고 힘들면 오히려 음악이 잘 돼요. 그래서인지 행복하고 일일 술술 풀리면 오히려 불안해요. 반대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음악은 잘 나오겠구나’ 해요. (2013년 4월호)


▲ 사진 심규태

지용
샤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었어요. 물론 부소니의 편곡이라서 어떤 사람들은 “이건 바흐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계속 연주하면서 느낀 점이 바흐의 샤콘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곡인 것 같아요. 구조적으로 완벽한데, 황금비를 사용한 그 완벽함 속에 엄청난 계산과 치밀함이 있어요. 그래서 완벽함에서 아픔이 느껴지는 거예요. 제가 바흐 샤콘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겉으로는 완벽해보이는 사람들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무척 열심히 했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잘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늘 ‘이프로’ 부족한 상태예요. 지금도 그래요. 그런 제 마음을 이 곡이 아는 것 같았어요. (2012년 11월호)

김태형
프로코피예프를 잘 치고 싶어요. 저와 상반되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요. 프로코피예프를 더 ‘못되게’ 치고 싶어요. 뮌헨에서 모스크바행을 저울질하고 있을 때, 친구들 앞에서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을 연주했어요. 몇몇에게서 “너무 편안하다, 부드럽다”라는 리뷰를 들었죠. 비슷한 시기에 비르살라제 선생님과 레슨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넌 이게 없어서 그래”라며 꼽으신 게 글쎄 8분쉼표였어요. 그 쉼표까지 표현해야 하는데, 저는 중요성을 못 느낀거예요. 악보를 진짜 자세히 보는 편인데도 말이죠. 그때 ‘나는 모스크바에 가야겠다’라고 결정했어요. 수없이 들어온 쇼팽 소나타 3번을 선생님이 연주하는 걸 듣고, 처음으로 쳐보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전에는 3번이 그렇게 멋진 곡인지, 그렇게 긴장감 있는 곡인지 몰랐어요. “긴장감이 있어야 해. 여기에. 저기에 긴장이 없잖아” 선생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에요. 긴장감 응축해가며 집요하게 끌고 나가는 힘. 러시아에 살면서 그런 감각을 익히고 있어요. (2012년 8월호)


▲ 예술의전당

이진상
‘피아니스트’는 내가 가하는 힘이 어떤 소리를 만드는지 반드시 알아야 해요. 피아노는 현에서 소리가 처음으로 발생해 향판에서 울림을 얻어요. 이 악기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물리적인 거리, 즉 다른 악기처럼 품에 안은 듯, 몸에 밀착된 느낌으로 울림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이 거리감 사이에는 건반과 헤머가 자리 잡고 있어요.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들은 몸의 연장선이기도 해요. 손가락이 더 강하고 정교하게 갈라진 것이죠. 그 길어진 손가락을 조절해 소리로 전환하는 과정을 자유롭게 다룰 줄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피아노를 건반악기로 보지 않아요. 피아노는 현악기죠.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활악기라고 부르지 않듯 말이예요. (2012년 12월호)


▲ 이상욱/크레디아

임동혁
저는 양면이 있어요. 예민하고 섬세하고, 주변의 많은 것에 좌지우지되어서 그날의 연주를 다 망칠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에요. 반면 마추예프나 랑랑 같은 연주자들은 새벽 3시에 깨워서 연주하라고 하면 피아노로 막 달려나가서 칠 것 같잖아요. 전 그러지 못해요. 얘기를 이렇게 하는 이유는, 꾸밈이 있는 게 싫어요. 사실은 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솔직히 연주의 질을 떠나 듣는 사람의 귀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리기도 하죠. “나 사실은 슬럼프 다 극복했고, 이제 예전처럼 하루 열 시간씩 연습하고, 요즘 음악에 막 미쳐 살고, 음악이 이런 거구나… 음악의 세계를 이제야 알게 됐다”라고 말하면 좋겠죠? 인터뷰하기 딱 좋잖아요. 근데 사실이 아닌 걸 어떡해요. 그런 기사가 나가면 사람들은 공연 보고 나서 “아 정말 연습하는 것 같긴 하다. 연주가 확실히 좋아졌어”라고 말할지도 몰라요. 그런 경우 여러 번 봤어요. 요즘 슬럼프라더니 연습 안 한 것 같다고…. 안 하긴요! 그때만큼 연습 많이 한 적이 없었는데. (201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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