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슬러에서 출반한 바흐 합창음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지휘자 헬무트 릴링이 9월 두 차례 내한 공연을 선보인다. 193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태생의 릴링은 뷔르템베르크 슈바벤의 신학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장성해서는 슈투트가르트ㆍ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오르간ㆍ작곡ㆍ합창지휘를 공부했다. 그의 분신과 다름없는 합창단, 슈투트가르트 게힝거 칸토라이는 1954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창설했다. 게힝거 칸토라이의 기악 파트너인 슈투트가르트 바흐 콜레기움은 합창단보다 12년 늦은 1965년에 세워졌으며, 카를 리히터의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처럼 현대악기로 바흐를 연주한다.
“슈투트가르트 바흐 콜레기움은 바로크 음악을 ‘일반적인(usual)’ 악기로 연주합니다. 그것을 현대(modern) 악기라고 할 수는 없죠. 일례로 바이올린 단원인 내 딸 라헬은 1767년산 발레스트리에리로 연주합니다. 우리 앙상블은 복원된 시대악기도 사용하는데, 특히 콘티누오 그룹을 형성하는 건반악기들이 그러하죠. 현대악기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브라토와 논비브라토의 현명한 사용, 명료한 아티큘레이션, 세밀한 다이내믹 조절 등입니다. 바흐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라면 바흐 시대의 연주 관습을 당연히 숙지해야죠. 작곡가의 의도는 물론이고 악기 편성과 연주 인원, 발성과 템포, 심지어 당시에 그 작품을 수용한 청중의 심정까지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주의 연주를 훌륭히 수행하는 데 있어 유일한 답이 있다면, 그것은 작품 해석에 ‘보편적인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답이 없기에 우리는 현재에 머물 수 없으며, 습관처럼 과거를 돌아보아야 하고, 작곡가 당대의 연주 양식을 연구해야 한다. 물론 작곡가가 염두에 두었던 음향 상을 재현해낼 수 있는 정확한 도구가 시대악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대악기를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을까. 반대로 시대악기를 들지 않았다 해서 무조건적인 패널티를 받아야만 하는가. 릴링과 슈투트가르트 바흐 콜레기움이 “일반적인 악기”로 들려주는 바흐와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슈투트가르트 바흐 콜레기움과 호흡을 맞추며, 미렐라 하겐ㆍ김선정ㆍ조성환ㆍ정록기가 솔리스트로 나선다. 바흐 ‘마음과 말과 행동과 생명으로’ ‘마니피가트’, 모차르트 ‘환호하라 기뻐하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글 박용완 기자(spir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