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모프·마르티노프의 모차르트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를 위한 작품집

밀도의 시너지 효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0월 1일 12:00 오전


▲ ⓒVitaliy Zamjiskiy

피아니스트의 태생적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실내악 활동과 함께 새로운 시도들을 협업하는 과정이 가장 바람직한 바, 이른바 ‘즐거움’의 덕목을 연주 예술에서 찾으려 한다면 건반 악기끼리의 만남을 꼽을 수 있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만났을 때, 함께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함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톤 컬러의 합일점 찾기나 프레이징의 일치감을 조정해내는 문제 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숙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기쁨은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모스크바 음악원 동문인 알렉세이 루비모프와 유리 마르티노프의 조합은 이들이 거의 모든 종류의 건반 악기를 다루고, 바로크부터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레퍼토리를 지닌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에서 절묘하다. 이제 70대에 들어서는 루비모프는 슈베르트를 포함한 초기 낭만 프로그램으로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전설적인 명교사 겐리히 네이가우스를 사사하던 시절부터 20세기의 실험적인 작업으로 이름 높았다. 피아노포르테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어 스탠더드 레퍼토리는 대부분 피아노포르테 연주로 소개했다. 실베스트로프·패르트·슈니트케·아이브스 등 러시아 개방 이전 시절부터 그가 즐겨 다루던 작곡가들의 작품은 ECM 레이블에서 만날 수 있다. 루비모프의 파트너 마르티노프는 그에게 직접 배운 제자는 아니지만, 그와 흡사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연주자이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미하일 보스크레센스키를 사사했으며, 러시아 최고의 실내악 코치인 티그란 알리하노프에게도 배운 후 모교에서 문헌과 실기 양쪽의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건반의 유희성을 그 첫 번째 덕목으로 내세운 모차르트의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 작품들을 연주하는 두 사람은 학구적인 면과 세밀한 감성 표현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중 유일한 완성작인 K448은 양식적인 통일감과 호흡의 일치 등에서 최고의 난이도를 보이는 곡인데, 밀도가 높은 두 사람의 집중력은 작품의 쾌적하고 생기 있는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열띤 비르투오시티가 인상적인 1악장, 작곡가 특유의 센티멘털을 달콤함으로 승화시키려는 의도가 흥미로운 2악장, 오케스트라적인 스케일의 확장을 우아함으로 조절해내는 3악장 모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요한 고트프리트 프라치가 두 대의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피아노 4중주곡 K493은 입체적인 음향과 두 연주자의 균형 감각이 빛을 발한다. 한 대는 화려한 기교가 두드러지는 솔로 피아노를 맡고 나머지 현악기 세 대의 텍스트를 두 번째 피아노가 담당하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는 프레이징의 일치감과 블렌딩된 사운드의 세련미가 뛰어나다. 원곡에서 모차르트가 의도했던 피아노 협주곡적인 음향을 창출해내는 데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번호가 명확치 않은 두 곡의 소품도 흥미롭다. K426의 푸가와 K546의 아다지오를 결합하여 이론가인 프란츠 바이어가 편곡한 작품은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되나 다성부의 접근이 지나치게 지적으로 이루어진 부분도 보인다. 미완성인 작곡가의 스케치를 토대로 하여 1992년 로버트 레빈이 재탄생시킨 라르게토와 알레그로는 아기자기한 다이내믹 배열과 교묘한 루바토가 매력적이다.

글 김주영(피아니스트)


▲ 알렉세이 루비모프·유리 마르티노프(포르테피아노)
Zig-Zag Territoires ZZT 306 (D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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