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위한 송시(頌詩)’가 국내 초연된다.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6회 이상근국제음악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연주는 프리마 프로 무지카 앙상블이 맡는다. 이번 음악제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전쟁과 음악,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쇤베르크의 작품은 반전(反戰) 음악이라는 점에서 축제 첫날 연주되는 이상근의 칸타타 ‘보병과 더불어’와 맥을 같이한다. 1942년 3월 12일에 착수하여 6월 12일에 완성된 이 곡의 원래 악기 편성은 내레이터와 피아노, 현악 4중주를 위한 것이었지만 같은 해 11월 23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아르투르 로드진스키의 지휘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한 것은 쇤베르크가 7월 29일 완성한 현악 합주 버전이다. 내레이터는 인기 배우 베이실 래스본 등을 섭외했으나 결국에는 바리톤 마크 해럴이 맡았다. 현악 4중주 버전은 1946년 7월 10일 런던 골드스미스 홀에서 에올리언 현악 4중주단과 피아니스트 엘즈 크로스가 초연했다. 가사는 나폴레옹이 퇴위한 뒤 며칠 후인 1814년 4월 10일 바이런이 써서 익명으로 출판했다. 원래는 16연이었으나 출판사에서 3연을 더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바이런은 이 시에서 나폴레옹뿐만 아니라 모든 독재자에 대해 날카로운 공격의 화살을 퍼부었다. 그런 면에서 작곡자 쇤베르크는 나폴레옹의 모습에서 히틀러를 떠올렸을 것이다. 내레이터의 가사는 5·3·4·7연의 순으로 되어 있다. 5연의 시구 “천지가 진동하는 승리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 베토벤의 교향곡 5번 1악장의 주제가 뒤섞여 등장한다. 이 곡에서 작곡자는 12음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3화음을 연상케 하는 음정(A·C·F·G#·C#·E)을 포함해서 듣기에 난해하지는 않다. 쇤베르크는 1941년 12월 8일 진주만 공습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이듬해 1월 미국 작곡가 협회로부터 협회 2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연주할 10~20분 내외의 실내악곡을 위촉받았다. 작품을 완성했지만 협회 음악회에서 작품이 제대로 연주될지 의문이었다. 쇤베르크와 제자들은 적당한 연주자와 연주 장소를 물색했지만 결국은 다섯 달 뒤에나 초연되었다. 쇤베르크가 직접 연주를 들은 것은 1949년 9월 13일 LA에서 열린 75세 생일 축하 음악회에서였다.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 ‘바르샤바의 생존자’에서는 내레이터가 또 하나의 악기처럼 취급되는 것과는 달리, ‘나폴레옹’에서는 음악과 무관하게 자연 그대로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글 이장직 객원전문기자(lu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