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1990

서울 3대 예술제를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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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1990
서울 3대 예술제를 진단하다

‘객석’은 1990년에 열린 서울국제음악제·서울연극제·서울무용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 축제 모두 국내 최대의 예술축제임에도 운영상의 미숙함이나 낮은 작품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부진했다는 평론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제15회 서울국제음악제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전주·춘천·제주 등 전국에서 차례로 개최됐다. 총 9개국 530여 명의 음악가들이 다녀갔는데, 그중에서도 이무지치 드 몬트리올의 개막 연주와 더불어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레닌그라드 현악 4중주단·메조소프라노 크리스타 루드비히의 무대가 관객들 사이에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국제음악제 주최 측인 한국방송공사는 그간 지적되어왔던 주제의식 결여, 서구 음악 편중, 국내 음악인 초청 인색의 문제점을 이때를 계기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음악회의 목적과 취지가 분명하지 못했다는 점과 외국 초청 음악인들로 구성된 음악회 몇몇을 모아놓고 서울국제음악제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제12회 서울무용제는 전반적으로 평이한 소재에 미흡했던 예술성이 지적됐다. 당시 몇 년의 시간을 두고 무용 단체들이 서울무용제를 외면하면서, 1990년의 경우 14개 단체가 참가신청을 한 가운데 10곳이 참가작이 된 사실이 드러나 이에 관한 문제가 떠올랐다. 1990년부터 서울무용제로 이름을 바꾼 대한민국무용제는 명칭 변경 부분과 별개로 1979년에 발족해 12년이라는 연륜에 걸 맞는 성과의 산실이 되지 못한 것에 관한 질책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평론가 박용구 선생은 “1990년도 예술계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때에 마사 그레이엄무용단의 내한 공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마사 그레이엄이 현대무용계에 끼친 외형적인 영향에만 관심을 두었던 국내 무용계에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뛰어난 기량의 소유자임을 확인시켰다. 그만큼 최고 댄서들의 확보에 열을 쏟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수준 높은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는 것이 현 시대라는 것. 특히 무용계가 부진한 이유를 두고 기량 있는 사람들에 의한 작업의 부재를 꼽았다. 서울국제음악제 역시 홍보와 기획에 허점이 있어 청중 확보에 실패한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임을 지적했다.
제14회 서울연극제에는 공연 참가 신청작 4편, 희곡 참가 신청작 20편 중 8편이 선정되어 경연을 벌였다. 그 외에 같은 해 전국연극제 대상 단체인 극단 미추홀이 초청무대를 가지는 등 총 10편의 작품이 문예회관 대·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기획과 경영의 부재 외에도 소재의 편협함, 무대와 배우의 아마추어리즘, 어설픈 상업주의에 대한 지적들로 “유례없는 졸작 행진”이라는 평을 들었다.
서울연극제는 14회를 맞이하면서 전년도 문예진흥원으로부터 연극제 운영권을 넘겨받은 한국연극협회가 처음으로 민간기획사 기획·홍보와 극단의 공연 분리라는 이원적 운영 체계를 계획했다. 연극제 운영위는 기획사(코벤토) 측에 기획 홍보와 광고 및 운영 관리권을 넘기는 대신 공연장 객석의 50퍼센트에 해당되는 1억 5천만 원을 지원받기로 했던 것. 적자 운영을 면치 못했던 연극계로서는 이러한 시도가 획기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연극제 개막이 임박하도록 코벤토 측의 지원금 지불이 차질을 빚자 운영위가 갑작스럽게 코벤토를 배제시키면서 홍보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 뒤늦게 연극협회가 지원금 마련을 위해 홍보에 나섰지만 관객 동원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예년의 열기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

1월 정부부처 내 직제개편에 따라 문화부가 신설되었다. 이화여대 국문과 석좌교수 이어령 씨가 초대 문화부 장관을 맡았고, 18개 산하기관의 운영 계획과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제9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바리톤 최현수가 남자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현지 언론은 그를 “한 세대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완벽한 베르디 가수, 이태리 벨칸토 창법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라고 평했다.

분단 45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의 전통음악 교류를 위한 송년통일전통음악회가 12월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서울전통음악연주단의 대표 황병기의 초청으로 성사됐으며, 북한에서 공연단 30명이 파견됐다.

 


▲ 서울모테트합창단이 12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박치용의 지휘로 바흐 ‘예수 나의 기쁨’과 크리스마스 캐럴을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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