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얍 판 츠베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1월 3일 8:00 오전

COVER STORY

 

 

Jaap van

ZWEDEN

2024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지휘자 얍 판 츠베덴

오케스트라를 받치는 열정의 지렛대

드디어, 때가 왔다. 서울시향을 둘러싼 변화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변화의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온다. K-컬처에 대한 세계 시장의 관심은 높고, ‘서울시향 전용홀의 첫 삽을 떠 보겠다’는 행정가의 목소리도 크다. 그리고 2024년, 얍 판 츠베덴이라는 강풍이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동력으로 장착됐다. 이 거스를 수 없는 격동의 출발점에서, 서울시향과 얍 판 츠베덴의 균형 잡기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총괄 허서현 기자 사진 서울시향

 

INTERVIEW 얍 판 츠베덴과의 만남

HISTORY 서울시향의 지휘자 지형 변화

CEO 대표이사 손은경이 말하는 얍 판 츠베덴

REVIEW 2023년으로 만나보는 활약상

PREVIEW 2024년 시즌 정기 연주회

 


INTERVIEW

 

서울시향의 새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

 

그와의 만남에서 얻은 몇 가지 단상들

 

짙고 깊은 눈매를 가진 인상에 덧붙여, 그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별칭은 연주자에게 강도 높은 리허설을 요구한다는 얍 판 츠베덴의 명성에 힘을 실었다. 철저하고 세밀한 음악적 작업은 그에 대한 이미지를 더 권위적이고 냉철하게 만들었다.

판 츠베덴 역시, 그 소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리허설 방식을 딱히 부정하지도 않았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좋은 연주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휴가를 보내며 친분을 쌓는 것보다는 말이죠.”

확실한 것은, 그가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모든 일에 느긋하게 반응할 예스맨은 아니란 사실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두 시간여 동안, 그는 한시도 쉬지 않았다. 기자의 질문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들었으며, 인터뷰에 대한 긴 답변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답변을 통역하는 몇 초의 시간 사이에도, 그는 책상에 놓인 종이를 읽고 쓰며 밀려 있는 일을 처리했다. 그 모습이 효율을 추구하는 바쁜 서울의 현대인과 퍽 결이 맞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확신 어린 태도가 ‘냉정함’보다는 ‘열정적’이라는 단어에 가깝게 느껴진 이유는, 며칠 전 공연장에서 만난 그의 음악 때문이었다. 포디엄 위에서 판 츠베덴은, 이제는 지휘자들을 대변하는 용어로는 철이 지나 버린 ‘권위’나 ‘카리스마’와 같은 단어로 오케스트라를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가장 뒤에 서서, 누구보다 열심히 군단을 밀어주는 형세였다.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그의 팔과 다리는 쉴 새 없이 음악을 북돋웠다. 확신과 열정으로 오케스트라를 밀어 ‘올리는’ 사람. 실제로 얍 판 츠베덴을 마주했을 때 얻는 새로운 이미지였다.

 

정식 취임을 한 해 앞두고, 2023년 여러 차례 서울시향의 무대에 올랐다. 2024년 시즌에 대한 성공적인 예고편이 된 듯하다.

단원들이 열린 마음으로 나를 맞아줬다. 낯선 지휘자인 데다가, 강도 높은 리허설 방식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함께하면서 단원들은 내가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유머를 잘 챙기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언급한 대로, 새로운 리허설 방식이 낯선 단원들도 있었을 텐데.

오케스트라를 피라미드에 비유한다면, 맨 꼭대기에 작곡가, 그 아래 연주자, 그리고 제일 밑에 지휘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허설하면서 음악을 멈추는 권한은 지휘자에게 있지만, 만약 내가 음악을 멈췄다면 반드시 두 가지를 제시해야 한다. 첫째는 멈춘 이유고, 둘째로 더 낫게 만들 방법이다. 이 방식은 내가 오케스트라를 존중하는 방법이다. 서울시향은 지휘자의 작업 방식에 빠르게 반응했고, 같은 음악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한 바를 얻은 한 해인 것 같다.

 

한국 밖에서 만난 한국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내게도 무척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오케스트라가 가진 것에 ‘내가 뭘 더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고향 암스테르담에서부터 뉴욕에 이르기까지, 내가 가는 어디에나 실력이 뛰어난 한국 연주자들이 있었다. 심지어 줄리아드 음악원 재학 당시 강효(1945~) 교수(바이올린)에게 배운 적도 있다. 강효는 대단한 스승이자, 뛰어난 연주자였다. 그들의 본거지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히 컸다. 서울시에서도 시향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높일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적합한 때에, 적합한 곳으로 오게 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음악감독 선임은 2022년 9월에 발표됐다. 그때만 해도 서울시향을 지휘한 적은 없었고, 경기필하모닉·KBS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한 바 있었다. 한국 오케스트라에 대한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서울시향의 연주는 음반을 통해 처음 접했다. 서울시향의 황금기(Golden Age)라 할 수 있는 정명훈과의 작업이다. 국제적인 음악 시장에 견줄 수 있는 실력이라, 그 시기의 업적에 대한 존경이 있다. 경기필하모닉과 KBS교향악단이 무척 훌륭한 오케스트라였다는 것도 꼭 덧붙이고 싶다. 그들과의 연주는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내게 남아있다.

 

모든 오케스트라는 고유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을 이끄는 가운데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그라모폰이 선정한 ‘올해의 오케스트라’(2019)가 됐다. 홍콩필과의 시간에서 거둔 성공은 무엇이라고 자평하는가.

먼저, 홍콩 필하모닉이 열린 집단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의 일을 무척 사랑했고, 함께 목표를 가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홍콩 필하모닉에서는 매일매일 디테일을 잡아갔다. 나는 사소한 변화가 원대한 꿈을 이룬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첫째로는 서두르지 않았고, 둘째로는 일을 사랑했으며, 셋째로는 서로를 신뢰했다. 내 사무실의 방문은 늘 열려 있었고, 소통은 자유로웠다. 이러한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인 나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원들로 인해 만들어졌다.

2018년부터는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했고, 홍콩필과 뉴욕필 모두 2024년으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뉴욕필 재임 기간에 얻은 영감 중 서울시향을 이끄는 데에 적용할 것이 있는가.

임기는 5년이었지만,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한 시간은 10년여이다. 뉴욕에서의 시간은 내게 무척 소중했으나, 오케스트라와의 음악적 발전이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뉴욕 필하모닉과의 계약은 끝났지만, 계속 함께 연주할 일정들이 잡혀있으며 내게는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다. 뉴욕 필하모닉은 첫 리허설부터 이미 자신들의 음악을 완성해 놓는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5% 정도의 무엇인데, 수술에 비유하자면 아주 정교한 신경 치료를 하는 작업과 비슷하다. 서울시향 음악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나 또한 뉴욕 필하모닉에서의 이 섬세한 작업 경험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관객이 이제는 서울시향만의 음악적 색깔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재임 기간 내에 이 기대가 충족될 수 있을까?

서울시향은 이미 고유의 색을 지녔는데 ‘다이아몬드’에 비유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은 보석함을 열고 보면서 매일 그 다이아몬드를 닦아주는 것이다. 모든 오케스트라에는 영혼이 있고, 지휘자는 이를 해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 다만 오케스트라가 가진 이 보물을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돕는다. ‘좋은(good)’ 오케스트라와 ‘훌륭한(great)’ 오케스트라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축구에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프로 축구팀은 좋은 선수와 훌륭한 팀 플레이를 보유하며 가끔은 이기고, 또 가끔은 진다. 그러나 ‘훌륭한 축구팀’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승부, 혹은 지더라도 아주 근소한 점수의 차이만을 내준다. 결과물의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선수들은 매일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오케스트라를 훌륭하게 이끄는 방식도 이와 동일하다.

서울시향의 악장이 수년간 공석이다.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악장 출신으로서, 본인이 그리는 악장의 이상적인 모습이 있는가.

현재 서울시향에는 두 명의 뛰어난 부악장이 있다. 훌륭한 연주자들이고, 지나치게 급하게 악장을 찾을 생각은 없다. 어린 나이에 입단하여 악장으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사람이든, 오케스트라 경험이 많은 사람이든 악단과 충분한 상의 후에 모두 수용할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악장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느냐다. 악장은 우선, 솔리스트로서도 손색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부모처럼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까지도 모두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사교적인 사람일 필요가 있다. 오케스트라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어야 하고, 마치 외교관처럼 문제가 있을 때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한국은 좋은 연주자를 많이 배출하고 있지만, 솔로 연주자들의 성과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성장 속도가 더디게 느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맞다. 한국의 음악가들은 높은 수준에 있다. 경쟁 속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솔리스트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한편으로 솔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솔리스트는 극소수의 자리만이 살아남는데, 이걸 이루지 못한 ‘차선책’으로 오케스트라가 떠올라선 안 된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를 목표로 한 교과 과정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지를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오늘 오전 회의에서도, 서울시향의 단원 펠로우십 제도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더 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서울시향에서 함께 연주하고 훌륭한 교향악단에서 연주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봤으면 한다.

악장과 지휘자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해온 시간이 누구보다도 많다. 솔로나 다른 실내악 음악에 비해, 오케스트라만의 매력이 있나.

우리는 참 무언가를 비교하길 좋아한다. 두 개를 놓고, 무엇이 더 좋은지 혹은 더 나를 기쁘게 하는지를 늘 질문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음악 안에서는 이런 비교가 불가능하다. 어떤 형태든,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며 행복의 이유다. 이를 위해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만약 누가 나에게 ‘종교가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음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든 차이가 없다. 언제나, 내 안의 노래를 계속 부를 뿐이다.

 

트레이너가 아닌, ‘음악가’

2024 시즌에 일곱 번의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개인적으론 2월의 바그너 ‘발퀴레’ 연주가 기대된다. 홍콩 필하모닉과 남긴 ‘니벨룽의 반지’ 음반 업적이 서울시향에 어떻게 적용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꼽는 올해의 기대 공연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 공연을 고르는 건 불가능하다. 7명의 자녀가 있는데, ‘어떤 아이를 가장 사랑하냐’고 물으면 답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다만 ‘왜 바그너가 중요한가’를 묻는다면 답할 수 있다. 보통, 오페라는 노래 선율이 먼저 만들어지고 오케스트라 부분을 작곡한다. 하지만 바그너는 오케스트라 부분을 먼저 작곡한 후에 선율을 썼다. 한 마디로 ‘교향적 오페라’에 가깝다. 이 공연에서 가장 기대되는 지점이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2025년에는 바그너 레퍼토리로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작품명은 아직 비밀이다.(웃음) 아마 또 하나의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오는 1월 취임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며, 5년 임기의 계획 중 하나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와 녹음을 발표했다. 왜 말러인가? 또한 왜 전곡 연주가 목표인가.

단연 오케스트라의 성장을 위해서다. 앞에서 말한 대로, 홍콩 필하모닉과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곡 음반을 발매한 적이 있다. 이 음반을 완성하고, 오케스트라는 분명 얻은 것이 있었다. 말러 교향곡 전집 음반도 이런 성취를 얻기에 무척 좋은 레퍼토리다.

“카멜레온 같은 오케스트라를 지향한다”고 자주 언급했다.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레퍼토리를 잘 소화해야 한다는 뜻일까?

매주 바로크부터 고전, 낭만,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하루 만에 전혀 다른 시대의 레퍼토리를 연주하더라도 이를 잘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케스트라가 알길 바란다. 시기별 작품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는 건 오케스트라의 DNA와도 같은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음악 그 뒤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2024년에 연주할 브루크너(12월 12·13일)와 말러(1월 25·26일)로 설명할 수 있다. 브루크너와 말러를 그림으로 그려 나란히 미술관 벽에 걸었다고 상상해 보자. 브루크너의 그림은 분명 성스러운 빛이 아름답게 스며들어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러의 그림에 성스러움 같은 것은 없다. 자신의 감정과 삶, 가족과 사람들이 가득한 그림일 것이다. 이는 말러의 삶과 연관 있다. 그는 빈에서 오페라 감독으로 재직하기 위해 스스로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개종했다. 말러의 감정은 ‘죄책감’이며, 이는 그의 후기 교향곡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바로 이 지점이다. 연주자로서, 오케스트라로서 이 이야기를 알고 연주하면 기존보다 열 배 이상의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정기 연주회 외에 올해 서울시향과의 활동에서 기대하는 것이 있는가.

작곡가 정재일에게 작품을 위촉했고, 대중적인 한국인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서울시향의 음악을 듣게 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연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4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와 함께 연주했었고, 이런 연주회들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외에도 사람들을 알기 위해 서울의 예술적인 장소 등에 오랜 시간 머물며 이 도시를 더 많이 이해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객석’의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것은 지극히 작은 나의 일부다. 리허설을 위해서는 ‘트레이너’겠지만, 나 역시 무대 위에서는 연주자다. 클래식 음악을 잘 알고 사랑하는 ‘객석’의 독자들이 우리의 연주를 보러 온다면, 얼마나 훈련이 되어 있는지를 찾기보다 그저 음악을 들어주길 바란다. 음악가인 우리가 음악으로 무엇을 표현하는지에 더 귀 기울여 주길.

허서현 기자

 


HISTORY

 

서울시향의 지휘자 지형 변화

지휘자와 함께 어떻게, 얼마나 변해왔나

 

1945 고려교향악단 창단

1948 서울교향악단 발족

김성태를 중심으로 음악가 40명이 고려교향악단과 서울관현악단을 모체로 서울교향악단을 발족했다. 1948 제1회 정기연주회(지휘 김성태) 베토벤 교향곡 1번 등을 연주했다. KBS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방송국 스튜디오를 연습공간으로 사용했다. 제2회 공연은 김준덕이, 제3·4회 공연은 미국인 방송국 고문이었던 롤프 자코비가 지휘했다.

1950 한국전쟁 발발

한국전쟁 발발로 해체되었으나, 9·28 수복 이후 서울교향악단 잔여 멤버와 음악인들이 해군문화선구대를 조직하고, 1950년 해군창설5주년 기념식과 함께 해군정훈음악대를 창단했다. 그해 부산으로 내려가 1953년까지 일반시민과 군대 위문공연 등으로 활동했다. 서울로 환도 후, 시공관에서 정기공연을 가졌다.

1954 해군교향악단으로 명칭 변경

1957 동남아순회공연(사이공·타이페이·홍콩) 서울시립교향악단 발족

1961 제1대 상임지휘자 김생려 취임

김생려는 고려교향악단 창단 멤버로 활동하면서 1948년 재정문제가 심각하던 서울교향악단을 창단했다. 탱글우드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해 지휘를 했다. 그를 지도한 샤를르 뮌쉬가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이며, 그는 분명히 지휘의 테크닉을 움켜잡은 지휘자다”라고 평했다. 한국전쟁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재 창단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구자적인 노력을 기울인 음악가다.

1962 제2대 상임지휘자 김만복 취임, 제100회 정기연주회(지휘 김만복)

김만복은 레퍼토리를 넓혔다. 말러의 교향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를 초연했다.

1970 제3대 상임지휘자 원경수 취임

지휘계 거장 피에르 몽퇴의 제자로, 네빌 마리너 등과 함께 수학했다. 미국 스탁턴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오랜 기간 활동했으며, 1994년에도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다.

1974 제4대 상임지휘자 정재동 취임

정재동은 국내 교향악단 사상 최초로 유럽 순회공연을 성사시킨 지휘자다. “동유럽의 1급 교향악단 수준”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재임 기간에 ‘팝스콘서트’ ‘범세대 연주회’와 같은 개혁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했던 연주자다. 4관 편성의 규모를 갖추어 브루크너, 말러, 쇼스타코비치 등 대규모 레퍼토리를 소화해 낼 수 있게 되었다.

1982 최초 미국 순회공연 (로스앤젤레스·산타바바라·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

1988 최초 유럽 순회공연(스페인·프랑스·스위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 300회 정기연주회(지휘 김생려·김만복·원경수·정재동)

1990 제5대 상임지휘자 박은성 취임

한국인 최초로 빈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지휘자로, 유럽 레퍼토리를 깊이 있게 접근했다. 1994 제6대 상임지휘자 원경수 취임 500회 정기연주회(지휘 김생려, 피아노 백건우)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축하공연

1999 세종문화회관 전속 단체로 편입

2000 마르크 에름레르 지휘자 영입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서 서울시향에 취임했다. 차이콥스키·프로코피예프·무소륵스키 등의 음악으로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맛보게 하였으나 2002년 617회 정기연주회를 하루 앞두고 쓰러져 4월 14일 한국에서 타계하였다.

 

2001 제699회 정기연주회 (지휘 정치용)

2002 곽승 음악고문 취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기념 일본 고베 특별 연주회(지휘 곽승, 피아노 김대진)

2003 곽승 음악감독 취임

경희대 기악과 재학 시부터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의 트럼펫 주자로 활동했다. 뉴욕 아메리칸 발레의 전임 지휘자, 클리블랜드 교향악단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2005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명칭 변경

독립 계약은 재정 투입 악단의 단순한 음악감독(Musikdirektor) 선정을 넘어, 서울시가 오페라극장과 서울시향 전용홀 포함하는 복합단지 조성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정명훈의 명성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짙었다. 이 당시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함의는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와 서울시향을 아우르는, 고전적 의미의 오페라하우스 음악총감독(Generalmusikdirektor) 역할에 근접했다. 2005년 정명훈은 예술고문으로 전단원 오디션을 통해 인적 쇄신을 꾀했고 번디트 웅그랑시, 아릴 레머라이트가 사실상 부지휘자 자격으로 정명훈의 부재 기간를 메우면서 오케스트라의 감독직 위계 구조(계관 및 명예-음악감독-수석객원-부지휘자), 통상 연중 10주만 도시에 머무는 음악감독 거주 의무 같은 국제 질서가 국내 공연계에 알려졌다.

2006 정명훈 예술감독 취임

베토벤 교향곡 전곡(9곡)을 소화했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서 호흡을 맞춘 스베틀린 루세브가 서울시향 악장직도 맡아, 정명훈 특유의 관용적 어법을 서울시향에 전수했다.

2007 태국 공연(방콕, 파타야) 미국 뉴욕 유엔의 날 기념 공연

2007년에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4곡)을 통해 베토벤으로 세운 골격에 브람스로 근육을 붙였다. 정명훈은 브람스 프로젝트를 통해 대편성 규모에 맞는 볼륨 조정의 방법론을 공유했다.

 

 

2008 일본 오사카 초청 공연 외

2008년에는 마스터피스 시리즈에서 바그너와 말러를 다뤘고, 낭만주의 사조를 대하는 서울시향의 현주로를 확인했다. 2006~2008년을 1기로 나눌 수 있다.

2009 벨기에 브뤼셀 클라라 페스티벌 공연 연임에 성공한 정명훈은 2009년 브루크너 후기 교향곡(7~9번)을 시도하는 한편,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콘서트 버전을 시도하면서 악단의 유연성을 시험했다.

2010 유럽 투어(베를린·상트페테르부르크 등 9개 도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작

2개년에 걸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전 10곡)를 1·2·3·10번으로 시작했다. 2010년 정명훈/서울시향 말러는 연속 매진을 이뤘고,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사업에서 말러를 배제하던 흐름도 이때 끊겼다

2011 DG 레이블 1·2차 음반 발매(드뷔시·라벨·말러) 유럽 페스티벌 투어(에딘버러·암스테르담 등 4개 도시)

말러 붐은 말러 서거 100주년인 2011년으로 이어져 교향곡 4~9번이 연주됐다. 말러의 탄력은 도이치그라모폰 발매 계약(5년간 매년 2장 앨범 발매)으로 이어졌고, 넉 장의 앨범이 말러(1·2·5·9번)로 채워졌다. 2011년 봄에는 국립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가을에는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에 정명훈/서울시향이 함께 했다. 2009년부터 2011년을 2기로 본다.

2012 북미·일본 투어 DG 레이블 3·4차 음반 발매(말러, 차이콥스키)

2012년 정명훈 재연임 첫 공연은 1월 누이 정경화 협연이었다.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콘서트 버전, 모차르트 ‘레퀴엠’으로 정통 성악곡에 무게를 실었다.

2013 DG 레이블 5·6차 음반 발매(베토벤)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 지휘자 발굴 프로그램 신설 서울·베이징 자매결연 20주년 경축 공연 2013년에는 탄생 200주년의 바그너 ‘반지’ 관현악 하이라이트, 베르디 ‘오텔로’ 콘서트 버전을 곡절 끝에 완수했다.

2014 DG 레이블 7·8차 음반 발매(진은숙, 말러) 유럽 페스티벌 투어(BBC 프롬스 국내 단체 최초)

2014년 키워드는 슈트라우스와 바그너였다. ‘영웅의 생애’로 시작해 정명훈은 ‘라인의 황금’ 콘서트 버전을 책임졌다. 정명훈/서울시향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BBC 프롬스를 방문하는 유럽 4개국 투어를 가졌고, 상임 작곡가 진은숙의 3개 협주곡을 DG로 발매했다. 2012년부터 2014년이 3기다.

2015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현대음악’ 부문 수상(국내 단체 최초)

2015년, 정명훈은 표면적으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 적정 예산 배정이 없으면 재계약은 어렵다”고 밝혔지만,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측과 갈등은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서울시는 예정된 공연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예술감독 재계약이 아닌, 1년간 임시계약을 체결했다. 감독 권한에 공백이 생겼고 4월 예정된 북미투어가 취소됐다. 12월 30일 베토벤 ‘합창’을 끝으로 정명훈/서울시향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16 서울특별시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 설립 및 운영 조례 공포 시행 진은숙 공연기획자문역 취임(상임작곡가 겸임)

2017  수석객원지휘자 2인 취임

2016년 상반기, 정명훈 지휘 예정 공연을 대체 지휘자로 버틴 서울시향은, 티에리 피셔(유타 심포니 음악감독)를 수석 객원 지휘자로, 마르쿠스 슈텐츠(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음악감독)를 상주 지휘자(conductor-in-residence)로 영입하면서 과도기를 수습했다. 2017년부터 3년 계약 기간 동안, 두 지휘자의 공연은 차기 음악감독의 자질을 평가하는 시험대였다. 피셔는 둔탁하지만 절도 있는 비트로 곡의 텍스처를 선명하게 뽑는데는 성과를 보였으나 고전 레퍼토리에서 본인 주관을 악단과 소통하려는 적극성이 아쉬웠다. 슈텐츠는 거대한 스케일을 중시하면서 특히 다른 지휘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에서 세부에 집착하는 자세로 단원, 협연자의 호불호가 갈렸다.

2018 올해의 음악가 선정(이안 보스트리지) 볼프강 핑크 공연기획자문역 취임

2019 윌슨 응 부지휘자 취임 올해의 음악가 선정(크리스티안 테츨라프)

2020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취임 데이비드 이 부지휘자 취임

2019년 6월 서울시향은 오스모 벤스케(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를 임기 3년의 새 음악감독으로 확정했다. 네 차례 객원 협연에서 보인 신사의 면모, 고문서를 다루듯 조심스럽지만 신중하게 고전을 들춰내는 지적인 면모에 서울시향 단원의 호응이 컸다. 2020년 2월 취임 공연에서 벤스케는 말러 2번을 지휘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으나, 때마침 창궐한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임기 3년 내내 포부를 펼치기 어려웠다. 자가격리, 보건 지침 준수에 힘들어 했지만 본인의 장기인 시벨리우스 교향곡에서 남긴 벤스케의 유산은 서울시향에 오래 기억할 만하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서 그랬듯, 명연에 굶주렸던 단원들에게 골고루 먹이감을 던지는 사육사 역할이었다.

한정호(음악 칼럼니스트·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정리 허서현 기자

 


CEO

 

대표이사 손은경이 말하는 그의 리더십

변화를 이끄는 합리성과 다양성

 

음악감독 취임 기자 간담a회(2023.11.20) 현장

음악감독 선임을 위해 어떤 절차를 걸쳤나.

2021년 10월, 부임 후 처음 받은 과제가 음악감독 선임이었다. 서울시향의 전성기를 경험한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세계적인 음악감독을 초빙하는 것에 전폭으로 지지했다. 음악감독의 부재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22년 초부터 외부 클래식 음악 전문가들과 단원 대표를 포함한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세계 10~20위에 속하는 지휘자 명단을 작성하고, 잘 알려진 거장들을 모두 살폈다. 개별적으로 접촉하면서 한국과 서울시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추렸고, 8개월 정도의 시간에 후보 리스트를 만들었다.

후보군은 몇 명이었으며, 그중 어떤 기준으로 얍 판 츠베덴을 선정하게 되었나.

20여 명에서 시작했다. 기준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음악적 역량이나 국내외에서의 영향력, 관객과 언론 반응을 포함한 명성이었고, 두 번째는 협연자 섭외나 단원 영입, 녹음에 기여할 수 있는 책무 능력이었다. 마지막은 음악적 리더십과 시향에 대한 헌신이었는데, 명성과 리더십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서울시향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유명 악단을 이끈 경험이 있어야 했고, 무엇보다 다시 역량을 끌어낼 리더십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상임을 맡은 여러 개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만 서울시향을 바라볼 지휘자는 아무리 명성이 높아도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얍 판 츠베덴은 댈러스 심포니와 홍콩 필하모닉을 10여 년간 이끌며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바꿔놓은 지휘자였다. 강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한 리더가 조직에서 10년을 재임하며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을 증명하는 일이었기에 적임자로 생각했다.

함께 일하면서 새롭게 보게 된 모습이 있다면.

아주 합리적이고 다정한 분이다. 오랜 기간 악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단원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었다. 몇 차례 서울시향과의 공연 후, 그 잠재력을 인정하며 어느 나라에 가든지 공연장마다 서울시향의 향후 투어 공연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모든 새로운 기획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경영적 지원에 무척 힘써야 할 것 같다.

대표라는 것을 잠시 잊고, 서울시향의 관객으로서 그의 연주를 바라본다면?

어떤 교향곡이든 흥미진진하게 들리도록 해주는 부분이 좋다. 그래서 각 악장을 집중해서 듣게 된다. 공연장에서 모든 단원이 지휘자 아래 마치 군무를 추듯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벅찬 감동과 함께 힐링을 느낄 수 있다.

2024년 시즌이 오픈되었다. 새로운 음악감독과 함께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취임 첫해에, 메인 레퍼토리들을 한 번씩 다뤄본다는 의미에서 ‘탐험’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음악감독도 많은 객원 지휘자 리스트를 추천했고, 그중 1~2명을 초빙할 수 있게 됐다. 유명 연주자와 레퍼토리들로 축제 같은 한 해를 기획했다. 시즌 패키지 오픈하고 빠른 시간 안에 매진을 기록했는데, 이는 새로운 음악감독과 함께 만들어갈 서울시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이미 향후 계획들에 대해 타 예술 분야와의 협업, 젊은 지휘자 양성, 단원 아카데미 등을 활발히 논의 중이며, 한국을 알리는 문화 대사의 역할을 바라는 해외 투어도 계획 중이다.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기대를 해주시길 바란다.

허서현 기자

 


REVIEW 1

 

2023년의 활약상으로 만난 얍 판 츠베덴

취임 전부터 돋보인 집중력

 

11월 정기 연주회

판 츠베덴/서울시향의 2023년은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을 연상시켰다. 정식 음악감독 취임은 2024년 1월부터였지만, 1년 전부터 서울시향에 정성을 기울인 것이다. 단기간에 서울시향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며, 시민과 함께하는 행보도 잊지 않았다.

2023년 7월 예정됐던 판 츠베덴의 서울시향 데뷔는 전 감독 오스모 벤스케의 부상으로 1월로 앞당겨졌다. 만남은 처음부터 짜릿하고 강렬했다. 12일과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브람스 교향곡 1번에서 거대한 총주는 박자의 뼈대가 튼튼했고 속살 같은 목관은 충분히 노래했다.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은 웅장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1막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에서는 당당한 포효와 섬세한 약음을 대비시켰다.

 

4월 ‘아주 특별한 콘서트’

8월 ‘파크 콘서트’

4월 7일, 판 츠베덴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시민음악회 지휘대에 섰다. 자폐 스펙트럼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와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1악장) 협연은 뭉클했다.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는 입체적인 사운드를 내줬고, 라벨 ‘볼레로’는 음의 텍스처가 강렬하고 점도 높았다.

7월 20일과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은 판 츠베덴의 본격 서울시향 데뷔 무대였다. 베토벤 교향곡 7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익숙한 레퍼토리였음에도 새로웠다. 불을 뿜는 듯한 강력한 전율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든 악기군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약음부터 최강주까지 표현 범위가 괄목할 정도로 컸다. 판 츠베덴은 투명한 외피를 입은 듯 저류의 움직임이 잘 드러나게 지휘했다.

8월 26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파크콘서트’에서 판 츠베덴을 만났다.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매력 특별시’ 프로그램의 하나로 기획된 공연으로, 문화소외계층을 초청하고 선착순 시민석을 배정해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판 츠베덴은 11월 23·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하이든 교향곡 92번 ‘옥스퍼드’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지휘했다. 단정한 매무새의 고전주의 음악에서 판 츠베덴은 오케스트라의 오와 열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다. 쇼스타코비치는 자로 잰 듯한 현의 위용과 금관의 포효가 듣는 이를 압도했지만, 조용히 세부적인 요소를 조명한 3악장은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두 곡 모두 판 츠베덴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시절 옛 동료인 팀파니스트 마리누스 콤스트가 케틀 드럼과 팀파니로 맥을 짚어주었다.

이제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시간이다. 온전히 그가 계획한 동선은, 짜릿한 스릴과 뭉클한 감동이 샘솟는 경이로운 시간으로 안내할 것이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EVIEW 2

얍 판 츠베덴/서울시향 11.30·12.1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첼리스트 한재민·피아니스트 김수연과의 협연

고성능 서울시향, 새 전성기의 서곡

파죽지세로 서울시향에서 멋진 연주를 끄집어낸 얍 판 츠베덴. 20대 피아니스트 김수연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그리고 10대 첼리스트 한재민과 그의 협연은 K-클래식의 주역인 영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베토벤 삼중협주곡 Op.56은 ‘베토벤의 첼로 협주곡’이라 불릴 정도로 첼로의 비중이 크다. 세 협연자 중 가장 어린 한재민은 거침없는 운궁을 보여주며 에네스쿠 콩쿠르·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를 제패한 신예임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1악장 뒤 조심스럽게 튜닝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전 연주들에 비해 큰 부담감이 느껴졌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빛나는 김동현은 바이올린에서 안정적인 고음을 곱고 곧게 끄집어내면서 한재민이 이끄는 저음의 중력에 균형을 맞췄다. 김수연의 피아노는 두 현악주자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서정적인 순간들을 만들었다. 연주의 마감이 둥글게 다가왔다.

판 츠베덴은 비교적 빠른 템포를 견지하며 곡을 전진시켰다. 두려움 없이 진군하는 부대처럼 말끔하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물이 떨어져 고이면 돌아가는 방아에서의 낙차 같은 낭만적인 성격은 조금 아쉬웠지만, 얍 판 츠베덴은 그동안 움츠렸던 곡의 얼개를 투명하게 활짝 펼쳐 보였다. 덕분에 세 협연자는 조금 더 빨리 돌아오는 자기 차례를 대비해야 했다. 특히 3악장 폴로네즈는 언제 들어도 좋은 기운을 북돋워 주는 부분이었다.

세 협연자는 멘델스존 피아노 삼중주 1번 2악장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10년, 혹은 20년 뒤 이날의 연주를 그들은 ‘가라앉혀야 할 것을 가라앉히기 전’인 젊은 날의 한때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고성능 서울시향’의 새로운 모습을 선언하는 연주였다. 서울시향은 판 츠베덴이 밟으면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두랄루민(가볍고 단단한 합금의 일종) 스포츠카였다. 특히 현악군의 합주력이 발군이었다. 격렬한 패시지에서 두텁게 울리다가도 결대로 여운을 던지는 일사불란한 소리는 웬만한 리허설로는 힘들었을 결과였다. 1악장에서 전진하던 흐름 위에 2악장의 호른은 계란 흰자 위 노른자처럼 뚜렷하게 존재감을 실었다. 붉게 물든 거대한 황혼을 앞에 두고 지친 날개를 접는 듯한 감상이 짧게 스쳐 갔다. 3악장 왈츠에서도 현악의 우아함 속에 두터운 강건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현악 피치카토 속에 먹먹한 목관의 넋두리를 찬란한 총주가 뒤덮으며 4악장으로 들어섰다. 당당한 두께감의 현과 관이 밀고 당기는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면서 그 단단한 질주의 속도와 하강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피날레로 향하면서 1~3악장의 긴장감을 벗어던진 자유로움은 곡이 끝나며 마침내 폭발했다.

판 츠베덴은 자기 악기로서 서울시향의 이곳저곳을 매만지고 있는 듯했다. 새 오디오를 사용하기 전, 에이징(소리 길들이기)이 끝나면 이전에 들을 수 없었던 질감이 들린다. 2024년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공연을 놓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PREVIEW

 

2024년,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음악 여정

보증된 연주자 라인업과 다양한 프로그램

얍 판 츠베덴이 선보이는 7회의 정기 연주회와 협연자 라인업

임윤찬 ©Lisa-Marie Mazzucco

김은선 ©Kim Tae-hwan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Giorgia_Bertazzi

서울시향이 ‘시즌 전체 패키지’ 티켓을 오픈 3시간 만에 매진시켰다. 보증된 연주자 라인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관객의 이러한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먼저, 올해는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2019)와 아우구스틴 하델리히(2022)가 다시 서울시향을 찾는다.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믿고 듣는’ 음악가들의 출연도 반가움을 더한다. 피아니스트 임윤찬부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플루트 수석 김유빈, 베를린필 최초의 동양 여성 지휘자 데뷔를 앞둔 김은선 등이다.

 

얍 판 츠베덴이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과의 협연으로 선보일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도 기대작이다. 핀란드의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 영국 고음악의 거장 리처드 이가와 서울시향의 조합도 궁금증을 남긴다. 특히, 로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는 각각 다른 레퍼토리로 2회의 정기연주회를 이끈다.

김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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