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람 대금 독주회 ‘살아가다 2014’

전통과 세대론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월 13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이아람 님. 잘 아시겠지만 오늘날 전통음악의 젊은 연주자들 입장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흔히 비교하는 클래식 음악에 비교할 때, 그들은 오랜 역사 속에 축적된 레퍼토리만을 연주하면 됩니다. 하지만 전통음악에서 연주라는 것은 때로는 작곡과 동일한 의미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신이 연주할 곡을 스스로 만들어서 올리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무대를 꾸리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총 다섯 곡이 오른 무대 중 당신은 ‘나비가루’ ‘자(子)’ ‘환(幻)’의 구성과 작곡 그리고 연주를 맡았습니다. 그 외에도 이찬해 작곡의 ‘숨’, 그리고 당신의 동료와 함께 ‘시나위 2014’를 선보였죠.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박았던 곡은 ‘시나위 2014’였습니다. 장구의 김정희, 아쟁의 신현식, 징의 김진혁이 함께 했던 곡이죠. 저만의 판단이 아닙니다. 곡이 끝나고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고, ‘이 바닥’에서 유명도가 높은 어느 재즈 페스티벌의 담당자는 끝나고 “브라보”를 외쳤습니다.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브라보’라는 소리를 객석에서 들어본 것은 저도 태어나서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나위 2014’는 어떻게 보면 젊은 연주자들에게 이제 ‘굴레’가 된 전통의 요소가 가장 많은 곡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난한 입시와 정규 과정 속에서 산조로 단련되어온 주자들이 ‘가장 쉽게’ 구사하는 곡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정재일의 기타와 함께 한 ‘환’이었습니다. 의식이라는 이름의 어느 생명체가 음과 음 사이로 유동하다가 어떤 풍경이 되고, 다시금 지극히 물질적인 음으로 환원되고, 또다시 여운으로 사라질 듯하며 공연장을 울렸던 몽환적인 곡이었습니다. 즉흥에 전적으로 기반을 둔 이 곡을 연주할 때, 무엇보다 당신과 정재일의 음악적인 색채는 물론이고, 두 분이 비슷한 ‘나이 대’라는 것이 와 닿았습니다. 이제 작게나마 결론을 내려보죠. 젊은 세대의 무기는 ‘시나위 2014’에서 보여줬던 전통의 농도, 그리고 ‘환’과 같이 젊은 세대가 그들의 음악적 축과 지평을 공유할 수 있는 ‘세대’라는 것에 있는 듯합니다. 다음 공연에서 이것을 더 기대해보겠습니다.

송현민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