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조너선 노트, 리허설로 배를 짓고, 음악으로 항해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6월 15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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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조너선 노트

리허설로 배를 짓고, 음악으로 항해하다

유럽 지휘계를 흔든 그가 서울시향과 처음 만나 들려줄, 리게티와 차이콥스키에 관한 남다른 해석

JONATHAN NOTT
©Guillaume Megevand

 

 

 

 

 

 

 

 

 

 

 

 

2019년과 2025년,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두 차례 내한했던 영국 출신 지휘자 조너선 노트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객원지휘자로 다시 한국의 포디움에 선다.

노트는 밤베르크 심포니를 16년간 이끌며 말러와 슈베르트 해석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베를린필과 녹음한 ‘리게티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음악의 언어에도 깊이 천착해 온 지휘자다. 리게티 ‘론타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3번 ‘폴란드’로 이어지는 서울시향과의 첫 연주를 앞두고 노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구형의 시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음악

서울시향과의 첫 연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군요!
서울시향으로부터 지휘 제안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첫 만남은 마치 탱고와 같습니다. 우린 모두 춤의 규칙은 알고 있지만, 춤이 어디로 이끌지 모르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무척 고대하고 있죠.

관현악 사운드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강조하는 원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능한 한, 풍성하고 밀도 있는 관현악 음향을 만드는 것입니다. 동시에 한 음 한 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분석에도 같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모든 악기 연주자는 ‘노래하는’ 음악을 구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곡의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한순간도 긴장감이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요. 한 손가락에서 다음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선율을 지날 때, 연주자의 긴장감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지휘자인 제 역할입니다.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을 서울시향과 어떻게 공유해 나갈 계획인가요?
음악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종종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배를 짓기 위해 리허설을 진행하고 연주에서는 그 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배로 ‘항해’해야한다”라고요. 그 항해를 위해서는 연주자와 지휘자 사이의 깊은 신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 리허설의 첫 박자부터 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물론 약간의 행운도 필요하죠!

이번 공연은 리게티로 시작하여 라흐마니노프를 거쳐, 차이콥스키로 진행합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프로그램이, 예전에 언급한 ‘구형의 시간(spherical time)’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음악 속 시간이 직선이 아닌, 구처럼 펼쳐져 있다’는 뜻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었습니다. 기억해주다니 정말 기쁜데요! 저는 시간 여행이란 개념을 무척 좋아합니다. 훌륭한 음악회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연주되는 세 작품 모두 감정이 풍부하면서도, 동시에 지적인 기교로 청중을 매혹시킵니다. 그리고 이 두 요소가 손을 맞잡을 때, 음악은 엄청난 감정의 여정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리게티의 곡도 마찬가지고요!

2000년 발매된 ‘리게티 프로젝트’(리게티가 직접 참여해 본인의 작품을 집대성한 음반)에도 함께한 최고의 리게티 해석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음악이 낯선 관객들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그들이 어떻게 들으면 좋을까요?

‘리게티 프로젝트’(The Ligeti Project Volumes 1~5)
Warner Classics 2564602858

저는 리게티(1923~2006)의 ‘론타노’를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현대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감성적이고 꽤 낭만적이며, 처음 듣는 분도 매우 선율적이라고 느낄겁니다. 기발한 점은 선율이 ‘자신과 함께’ 연주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속도로 ‘자신과 대립하며’ 움직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주 멜로디가 뒤따르는 같은 멜로디의 다른 음들과 겹쳐 화성을 만들어낼 때, 청중은 마치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색채를 듣게 될 것입니다. 훌륭한 멜로디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기대한 음이 나타나거나, 혹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생겨나는 ‘긴장’과 ‘이완’에서 비롯됩니다. 리게티의 멜로디에서는 바로 그 긴장감이 백 배로 증폭된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겁니다.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을 비춘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 ‘폴란드’는 그의 교향곡 가운데 유일한 장조 작품이자,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를 지녔습니다.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이어서 더욱 기대됩니다.
비교적 최근에야 이 교향곡을 접하게 되었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차이콥스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요소에 매료되었습니다. 두 개의 거대한 바깥 악장이 세 개의 내부 악장을 감싸는 형식은 ‘야상곡’이 포함된 말러의 교향곡 7번과 매우 유사합니다. 내부 악장들은 밤의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사물·생각·비밀스러운 감정·욕망 등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시작은 매우 말러스러운 장송 행진곡풍으로 시작하며, 마지막 악장에는 거대하고 기발한 푸가풍의 대목이 등장합니다. 연주자들에게도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고, 매우 기교적인 연주를 요구합니다.

이처럼 과거의 작품을 오늘날 청중에게 전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악보라는 하나의 ‘코드’를 통해,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사상을 살려 숨 쉬게 만듭니다. 연주자는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음악이 스스로 ‘말하도록’ 표현해야 합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고 고전의 작곡가들이 작품을 남긴 이후 축적되어 온 우리의 모든 음악적 경험 속에서도, 과거의 음악은 여전히 생생히 움직이며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대 작품을 꾸준히 연주해 온 경험은 고전 작품의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요?
수년간 현대음악을 분석하고 그 복잡성을 깊이 파고들며, 무엇이 있는지 보고 들었습니다. 음악은 언제나 ‘가르쳐주어야’하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를 더 지혜롭게 만들어야 하며, 머리만큼이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음악을 듣고 경험하는 과정(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귀가 소리의 우주 속에서 유영하도록 하는 것뿐입니다)은 어쩌면 듣기를 멈춰버린 고전 작품들의 진정한 내용을 더 잘 깨닫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음악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고전 음악 속에서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함으로,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결국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에 빛을 비춰줍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향과의 공연을 기다리는 한국의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공연에서 저는 한국 관객들의 에너지에 깊이 압도당했습니다. 그들은 열광적이고 활기차며 소통과 교감에 적극적인,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는 분들이었습니다! 한국의 음악 애호가들과 뛰어난 음악가들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서울시향

©Niels Ackermann

조너선 노트(1962~) 영국 지휘자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음악 이론과 작곡을 공부했다. 밤베르크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를 16년간 역임했고, 독일 청년 오케스트라·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의 음악감독직을 맡았다.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죄르지 리게티의 관현악 작품 전곡을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리게티 프로젝트, 2000)했다. 2026/27 시즌부터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 음악감독을 맡는다.

 

PERFORMANCE INFORMATION
조너선 노트/서울시향(협연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
6월 18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월 19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리게티 ‘론타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3번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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