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쾰른 필의 내한 공연이 있던 토요일 밤의 10시. 관객은 도취했고, 지휘자와 단원들은 흐뭇해했다. 공연 전 인기몰이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지만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자비네 마이어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K622를 들으면서 나는 연주자의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1악장부터 3악장까지 그녀의 연주에는 기존의 음반이나 2008년 내한 시 연주에 비해 꾸밈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자의 호흡과 정서, 서정을 엿볼 수 있는 2악장 카덴차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끝마쳤다. 마치 카덴차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일 기교들을 분산하여 1악장부터 3악장까지 곳곳에 심어넣을 듯했다. 나이 들수록 화려한 원피스를 찾는 중년 여인의 습성과 인생관이 음악에 녹아난 것처럼.
마르쿠스 슈텐츠와 쾰른 필의 역량도 마이어를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이어의 선율이 촘촘하게 엮어가는 가운데 오케스트라가 보여준 음향의 시침질은 정말 최고의 연주에는 최고의 반주가 숨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생각해보면 마이어와 같은 연주자의 내한은 최상의 연주를 감상한다는 것 외에도 여러모로 값진 기회다. 국내의 클라리넷 문화가 프랑스식 주법과 사운드에 중심을 두기에 관객의 귀 또한 이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마이어는 독일식 주법으로 바세 클라리넷을 사용하는 주자다. 따라서 소리의 색채는 물론 연주 주법과 악기 모두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며, 악기와 레퍼토리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깊다.
쾰른 필은 2부에서 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선보였다. 1부가 악단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순서였다면, 2부는 몸통 전부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통 제목을 영상으로 비추던 국내 오케스트라와 달리 거대한 군단은 22개의 풍경을 오로지 음악으로만 느끼게 했다. 슈텐츠. 그는 알프스 산맥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아닌, 알프스 산맥을 창조하는 신의 심정으로 연주에 임하는 듯했다.
송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