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난해 매진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가 되었던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올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국립발레단은 매해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을 이듬해에 다시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장 크리스토프 마요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파트리스 바르의 ‘지젤’, 그리고 이번 ‘라 바야데르’가 그러한 경우다. 작품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호의적인 반응은 물론, 최근 강수진 단장의 취임까지 겹쳐 대중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런데 정작 공연장에 가보니 군데군데 빈 객석이 눈에 띄었고 어쩐지 분위기는 미적지근했다.
지난 공연과 캐스팅·의상·무대까지 똑같은 공연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왜일까. 박슬기의 니키아가 보여준 고고한 감정 연기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신승원은 자신감 넘치고 화려한 감자티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2막이 시작된 후부터 고민은 더해졌다. 그리고 3막. 이 작품의 백미인 ‘망령들의 왕국’이 시작되자 물담배를 피우고 고뇌를 잊은 솔로르처럼 나의 고민도 해결이 됐다. 그 원인은 우아하기만 한 무용수들에게 있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강수진의 손길은 이미 무용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차이는 여자 무용수들의 팔 동작이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졌다는 점이다. 최태지 단장 시절 테크닉적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강수진 단장은 상체의 움직임과 무대 위에서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라 바야데르’는 활기찬 분위기의 1·2막과 고고한 아름다움의 3막 대비가 뚜렷한 작품이다. 테크닉보다 포르 드 브라(팔의 연결적인 움직임)를 강조한 강수진의 스타일은 특히 3막의 발레 블랑(하얀 튀튀를 입은 군무의 춤)에서 세계적인 발레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함을 보여줬지만 1·2막의 화려하고 극적인 모습은 전혀 살리지 못했다. 관객들의 환호로 가득했어야 할 2막 디베르티스망(화려한 볼거리가 강조되는 몇 개의 춤)에서 어중간한 박수가 나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반쪽짜리 성공을 거둔 이번 공연은 우리가 강수진 체제의 국립발레단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백조와 흑조를 모두 소화해내야 비로소 프리마 발레리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국립발레단이 새로운 단장 아래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