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콘체르토 No.1’

편집보다는 편곡이 빛났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4월 1일 12:00 오전

3월 13일 LG아트센터

컴퓨터를 이용하여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을 때, 화려한 그래픽이 수놓는 영상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이번 ‘비디오 콘체르토 No.1’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무대에 구현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연극이나 무용 무대와 달리 콘서트에만 설치되는 LG아트센터 무대 뒤 음향판은 영상이 그려지는 캔버스가 되었다. 장내는 영상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건 객석이건 캄캄한 어둠으로 뒤덮였다.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박진우, 첼리스트 양지욱과 조옥근, 클라리네티스트 임상우와 퍼쿠셔니스트 김은혜는 보면대에 설치된 불빛에 의존하여 90여 분의 무대를 진행했다.
이들이 각 곡마다 내는 첫 음은 마치 영사기를 돌리는 스위치 같았다. 첫 곡인 바흐 인벤션에서는 하얀 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리는 복잡한 미로가 펼쳐졌고, 박종훈과 박진우의 피아노 연탄 ‘달아 달아 밝은 달아’(박종훈 편곡)에서 달빛의 은은함부터 현란한 유희까지, 영상도 함께 ‘연주’되었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무늬를 담은 영상 외에도 바흐-구노 ‘아베 마리아’가 연주될 때는 중세 성당에서나 볼 법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펼쳐져 곡이 지닌 분위기를 한층 배가시키며 공연장 분위기를 색다르게 연출했다.
이날의 무대는 영상과 함께 하며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림스키 코르사코프 ‘술탄 황제의 이야기’,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하차투리안 ‘가야네’ 등의 명대목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1악장, 바흐-구노 ‘아베 마리아’ 등 친숙하면서도 연주자의 기교를 엿볼 수 있는 13개의 곡을 선보였다. 그런데 영상보다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박종훈의 편곡 실력이다.

송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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