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국립현대무용단의 2014 시즌 프로그램인 ‘우회공간’은 그 내용이나 틀에서 주목할 만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전통과 현대, 시와 그림, 음악, 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적 작업들이 펼쳐졌던 건축물 ‘공간’ 사옥 안에 있던 소극장 공간사랑과 무용예술과의 관계를 엮은 ‘우회공간’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 구성(연출 방혜진)으로 비평가나 안무가·무용수 등 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특히 공간사랑과 연계를 가진 미술·건축·연극 등 공연예술 부문의 종사자들에게도 흥미를 유발시켰다.
1977년 4월에 정식 개관한 이후 공간사랑에서 있었던 ‘현대무용의 밤’ 공연에 출연했던 남정호·안신희·이정희 3명의 무용가가 나와 당시 무대에 올렸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실제로 짧은 시연을 곁들이고, 건축가 김정후가 출연해 ‘공간’ 사옥의 건축적 의미를 들려준 강의·퍼포먼스 형식의 전개는 이 기획이 춤단체(국립현대무용단)에 의한 무대예술과의 연계 작업이란 점에서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강의와 퍼포먼스의 내용적인 구성에서 보면 3명의 무용가 중 남정호가 가장 콘셉트에 근접한 작업을 보여주었다. 천천히 무대로 나와 당시 공간사랑의 크기를 실제 보폭으로 보여주며 시작한 도입부와 공간사랑을 통해 발표했던 작품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곁들인 그녀의 실연(1982년 작 ‘대각선’ 등)은 공간사랑이 당시 현대무용 공연의 발표의 장으로서, 또한 실험적인 작업의 장으로서 자리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1981년에 공간사랑에서 선보였던 ‘교감’과 1983년 작 ‘지열’을 선보인 안신희는 “당시 춘 작품의 순서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몸이 움직이는 데로 감(感)으로 춤을 추어보겠다”는 말로, 이정희는 “1976년 공연된 ‘실내’의 음악(백병동 곡)을 구할 수 없어 다른 곡(이건용의 ‘살푸리’)을 사용했다”며 지나간 작품의 재현이 갖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공간사랑에 대해 추억케 했다.
‘우회공간’은 공연예술사(史)에 공간사랑과 현대무용의 관계성을 수면 위로 다시 도출시키면서, 건축물로서 ‘공간’ 사옥의 중요성과 함께 소극장 공간사랑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켰고, 나아가 건축과 춤과의 상생이나 협업 작업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다만 3명의 무용가와 1명의 건축가 외에 당시 공간사랑의 공연을 지켜본 관객(비평가·관객·기자·기획자 등)을 등장시켰더라면 공간사랑에 대한 다양한 증언을 더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는 비슷비슷한 내용이 중첩되는 대화 내용의 단조로움을 보완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014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역사와 기억’을 내세웠고 이번 ‘우회공간’은 그 일환으로 마련된 공간사랑 컨템퍼러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순서였다. 이와 연계해 젊은 안무가들의 실험성을 재해석한 리서치 퍼포먼스 ‘여전히 안무다’, 아카이브로서 공간사랑을 조망하는 전시·퍼포먼스 ‘결정적 순간들’ (10월 17일~11월 30일 국립예술자료원)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 세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컨템퍼러리’에 대한, 즉 컨템퍼러리 정신에 대한 새로운 탐색 작업은 공연예술 작품과 공간에 대한 ‘유산의 복원’이란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시도다. 사진 국립현대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