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뮤직텐트 음악회에 있다. 뮤직텐트는 미국에서는 애스펀 음악제의 베네딕트 뮤직텐트와 팝음악 페스티벌인 케이프 코드의 멜로디 텐트가 유명하며 유럽에서는 스위스 알프스의 크슈타트 산 정상에 세워진 메뉴인 페스티벌 텐트도 알찬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뮤직텐트도 평소 열리는 600여석 규모의 알펜시아 콘서트홀 공연에서 벗어나 1,000여 석에 이르는 더 많은 청중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방감과 열기를 불어넣는 장소로 순기능을 하고 있다. 때로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음악회에 입장하지 못한 청중을 위한 무료 라이브 영상 음악회 역할도 하는 이 뮤직텐트에서 7월 26일에 이어 8월 2일에도 저명연주가 시리즈가 열렸다.
이날 공연은 알비노니의 곡을 자초토가 편곡한 ‘아다지오’. 16명의 첼리스트로 구성된 앙상블은 베를린 필 12첼리스트 못지않은 실키한 소리로, 편안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로 홀을 감싸 안았다. 특히 주연선의 명료한 솔로가 아름다웠다. 이어진 카살스의 ‘카니고의 성 마르티 수도원’과 ‘사르다나’ 두 곡은 모두 한국 초연이었다. 16인 첼리스트 앙상블 멤버로 참가한 루이스 클라레트의 장기 레퍼토리로서 23인 첼로 오케스트라나 목관 앙상블 등 다양한 편성의 연주가 가능하도록 편곡되어 있는데 첼로 거장 파블로 카살스의 연주자로서 능력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 비범함도 접할 수 있는 레퍼토리였다. 안토니 로스 마르바가 대관령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플루티스트 샤론 베잘리의 페르골레시 플루트 협주곡 G장조 연주는 국제적 스타 플루티스트답게 거침없는 저돌성으로 곡을 리드해나갔다.
1부 피날레는 정경화·보리스 브롭친·권혁주 세 명이 연주한 비발디의 3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F장조. 정경화의 발랄한 리드와 브롭친의 섬세한 2악장 피치카토, 그리고 권혁주의 예리한 연주가 삼박자를 이뤄 축제적인 분위기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2부는 역시 한국 초연인 톨드라의 ‘바다 풍경’(1921)을 대관령국제음악제 앙상블이 연주하면서 시작되었다. ‘바다 풍경’을 들을 때 자연스레 머릿속에는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서울시향 멤버들이 주축을 이룬 대관령국제음악제 앙상블의 결이 살아 있는 짜임새 있는 연주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바다의 풍경을 살려냈다.
마지막 곡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E♭장조로 손열음과 김다솔의 명랑하고 재기발랄한 연주가 청중에게 즐거움을 줬다. 두 사람 모두 아이패드에 악보를 담아와 옆으로 넘겨가며 연주하는 모습이 필자의 눈에는 자연스럽고 재미있었는데 연주가 끝나고 “보기에 불편했다” “신경 쓰였다”는 일부 청중도 있어서 앞으로 아이패드 악보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3악장에서 지휘자 안토니 로스 마르바가 음악을 놓치는 조마조마한 순간이 있었다. 두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동안 악보를 계속 뒤적이는 모습에 모골이 송연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의 듀오 연주가 끝나갈 무렵 다시 찾아내 무사히 끝마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했다.
이번 무대는 세 곡의 한국 초연곡이 연주되는 등 세심한 레퍼토리 선정으로 축제의 재미와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공연이었다. 이날 뮤직텐트는 빈자리를 거의 볼 수 없었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에 늘 출석하는 시니어 콘서트 고어들을 휴가철 피크 시즌에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공연이기도 했다. 여름휴가로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선택하는 음악 팬들이 더욱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