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1

새로운 도전, 성공적인 첫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0월 1일 12:00 오전

김정원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1

8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슈베르트 대장정이 시작됐다. 김정원은 빈·런던 등 세계무대에서 오케스트라 협연·실내악 연주 등 폭넓게 연주 경력을 쌓아왔지만,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꾸준히 개최해온 ‘김정원과 친구들’이라는 대중성을 띤 공연으로 더욱 친숙하다. 이번 공연은 2년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선보이는 자리로,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 김정원을 응원하기 위해 이날 공연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피아니스트 이진상·임동혁 등 여러 음악가도 눈에 띄었다. 열다섯 살 소년 시절, 빈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하며 고독함을 느끼던 시기에 슈베르트의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던 그는 마흔 살의 나이가 되어 그때의 감정을 담아 설렘과 긴장 속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소나타 5·13·19번으로 구성됐다. 스물한 곡 중 이 세 곡을 첫 무대에 올린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연주를 통해 비로소 풀렸다. 첫 곡으로 연주된 5번은 소나타 형식에 가장 충실한 슈베르트 초기 소나타다. 조심스럽게 말을 걸듯 연주를 시작한 김정원은 가벼운 터치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잘 표현했다. 느린 템포의 2악장에서는 부드러운 연주가 특히 더욱 돋보였다.
이어진 소나타 13번은 슈베르트가 당시 자신이 사모했던 피아니스트 요제피네 폰 콜러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곡인데, 슈베르트 음악의 정수인 리트를 노래하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김정원은 곡에 담긴 많은 얘깃거리를 차분하게 풀어놓으며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전했다. 잦은 미스터치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곡의 고운 선율과 김정원 특유의 섬세함이 훌륭히 어우러졌다.

소나타 19번에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이 곡은 유작 세 곡 중 첫 번째 곡으로, C단조의 묵직한 화음으로 시작되는 도입부와 선율 진행에서 ‘베토벤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곡이다. 슈베르트가 실제로 베토벤을 사모하는 마음을 담아 이 곡을 작곡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웅장하고 장엄한 곡의 흐름은 자연스레 베토벤을 떠올리게 한다. 김정원은 앞선 연주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과감하게 접근하기보다는 디테일한 흐름에 집중했다. 특유의 형식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내후년까지 선보일 소나타 20·21번 연주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도전에 대한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시종일관 무대에 감돌던 긴장감은 마지막 곡 연주를 마친 김정원의 미소로 한순간 풀렸다. 그의 계속될 여정을 응원하고 싶다. 2012년 독주회에서 소나타 21번을 연주했던 그가 2016년 긴 이야기의 끝에서 같은 곡을 연주하며 얼마나 깊고 넓어진 내면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글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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