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오텐자머

정통과 캐주얼을 모두 품은 클라리넷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0월 1일 12:00 오전

튀어보겠노라 의도하지 않아도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는 매혹적인 소리와 빼어난 외모 덕분에 튈 수밖에 없는 클라리네티스트다. 독특한 레퍼토리로 내한하는 그는 독일식 무게를 지니고 헝가리풍의 춤을 추다가 어느덧 아르헨티나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안내할 예정이다

2013년은 베를린 필하모닉 목관 수석들의 내한 무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해였다.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코리안심포니와, 트럼펫 수석 가보르 터르쾨비는 KBS교향악단(지휘 곽승)과 함께했다.

현재 베를린 필 클라리넷 수석으로 활동 중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의 무대도 그중 하나. 2013년 프라임필하모닉(지휘 여자경)과의 협연으로 부조니·코플런드의 협주곡을 선보였던 오텐자머는 음 한 올 한 올을 고운 숨결로 빗는 듯한 연주를 선보였다. 2012년 코리안심포니(지휘 최희준)와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2번을 선보인 바 있는 베를린 필의 또 다른 수석 벤첼 푹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푹스가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하며 때로는 오케스트라를 거칠게 이끌었던 반면(그 긴장감이 어찌나 강했던지 최희준은 마지막 음표를 찍을 때 지휘봉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 오텐자머는 주선율을 부드럽게 녹여 오케스트라와 합일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그는 3월 프라임 필과의 협연 이후, 11월 클럽 옥타곤에서 열린 옐로우 라운지 공연은 물론 베를린 필 내한 당시 동행하는 등 한 해 동안 다양한 곳에서 한국 팬들과 만났다.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를 거론할 때 클라리넷으로 일가를 이룬 그의 집안도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에른스트와 형 다니엘은 현재 빈 필하모닉 수석과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텐자머는 1989년 태어나 네 살 때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에 입문한 뒤 1999년 빈 국립음대에서 첼로를 공부하다가 2003년 클라리넷으로 전공을 바꾸어 요한 힌들러를 사사했다(요한 힌들러는 현재 인천시향 수석 이새롬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후 빈 필하모닉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베를린 도이치심포니의 수석 주자로 활동한 뒤 2011년 3월부터 베를린 필의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내한에서 오텐자머는 클라리넷으로 아르헨티나와 헝가리, 그리고 독일의 정서를 잇는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구아스타비노·빌라 로보스·아스트로 피아졸라·카를로스 가르델과 헝가리의 레오 베이너르·벨러 코바치, 독일의 베버·슈만·브람스의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으로 독일 마인츠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2013년부터 오텐자머와 함께 스위스의 뷔르겐슈토크 모멘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호세 가야르도가 함께한다. 내한을 앞둔 오텐자머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2013년 세 차례 내한해 협연자로, 클럽의 연주자로, 베를린 필의 단원으로 다양한 무대에 섰습니다. 여러 곳에서 관객과 마주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이 궁금합니다.

다시 올 수 있어 기쁩니다. 한 해에 세 번이나 방문한 저는 운이 좋은 연주자입니다. 한국 관객의 개방적인 자세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그게 한국에서 연주하고 시간을 보낼 때의 큰 즐거움일 겁니다.

베를린 필의 수석으로서 얻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이렇게 특별한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다는 건 음악적 성취감을 주는 동시에 제 자신을 늘 겸손하게 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막역한 음악 친구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베를린 필은 늘 스파클링한 분위기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물론 당신에게 기회가 있다면 이런 분위기는 연주회에서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아르헨티나·헝가리·독일 작곡가의 곡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한국의 실제 무대에서 접하기 힘든 곡들이면서 클라리네티스트들이 쉽사리 선보이지 않는 곡들인데요.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는 무대입니다. 이렇게 선곡한 이유는 두 가지예요. 그중 하나는 함께하는 피아니스트 호세 갈라로드가 아르헨티나 태생이라는 점이죠. 그에겐 라틴아메리카의 감수성이 흐르고 있어요. 그 어떤 피아니스트도 탱고와 아르헨티나 음악을 호세만큼 잘 이해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오스트리아 태생이지만 절반은 헝가리인의 피가 섞여 있습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춤곡의 리듬을 지닌 헝가리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죠. 이번 프로그램들이 관객에게 헝가리로 떠나는 듯한 즐거움을 줄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호세와 저는 이번 무대를 놓고 ‘우리의 홈경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번 달에 가졌던 녹음 때문이에요. 브람스가 남긴 기념비적인 클라리넷 중주곡에 중심을 두었는데, 브람스는 헝가리의 춤곡과 선율을 사랑했죠. 따라서 브람스에 대한 열정이 헝가리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음반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될 예정입니다.

내한 때 앞자리에서 당신의 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소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마우스피스와 리드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특별한 리드 손질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특정 마우스피스와 리드를 사용하기보다 곡에 따라 유연하고 새로운 소리를 얻기 위해 다양한 것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제품에 집착하지 않아요. 사실 소리를 좌우하는 건 연주자의 감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리드와 마우스피스를 개발하는 데 많은 흥미를 갖고 있죠. 지금은 리드는 레제르(Légère)사의 합성 리드를 사용하고, 마우스피스는 닉 퀴크마이어사가 제작한 제품을 사용합니다(부품 하나에 소리가 크게 바뀌지 않는 현악기와 달리 관악기는 마우스피스와 리드 같은 부속물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진다. 벤첼 푹스도 닉 퀴크마이어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여러 스포츠 종목에 다재다능하고 모델로도 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스포츠는 음악만큼 제가 열정을 바치는 대상입니다. 제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식힐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죠. 사실 음악과 스포츠는 많은 부분이 유사해요. 강한 훈련을 거치고, 역시 강한 정신이 있어야 하죠.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아카데미에서 활동 중인 플루티스트 조성현에게 오텐자머에 관해 묻자 “외모부터 실력까지 완벽한 클라리네티스트”이자 “베를린 필 축구팀의 제일 중요한 멤버 중 한 명”이라는 답을 건넸다. 남미와 유럽을 잇는 클라리넷의 필드를 화려한 드리블과 슈팅으로 채울 그의 내한 무대를 한껏 기대해보자.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 Anatol Kotte/Mercury Classics/DG

안드레아스 오텐자머 리사이틀

10월 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베버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테 Op.48, 피아졸라 ‘탱고의 역사’

벨러 코바치 ‘졸탄 코다이 오마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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