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의 민간 오케스트라인 부산 심포니가 꾸준한 활동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의 활동 중 하나인 ‘대한민국 기업사랑 음악회’는 부산의 한 기업이 후원하는 알찬 레퍼토리의 오케스트라 콘서트다. 지난 2008년, 1회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1~2년이면 끝나겠지’ 했었는데 벌써 7회째를 맞이했다. 민간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같이 꾸준한 기업 후원은 다른 지역은 물론 서울에도 귀감이 되는 사례다.
9월 3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 심포니 단원들이 포진했고 예술감독 오충근이 지휘대에 올랐다. 1부는 프란츠 리스트, 2부는 조지 거슈윈의 풍성한 레퍼토리로 꽉 채워졌다. 첫 곡은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 관현악은 미지의 안개처럼 피어오르더니 사랑·시련·휴식·투쟁의 에피소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어느덧 금관의 빛나는 포효와 함께 피날레를 맞았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등장했다. 부산 출신으로 5학년 때 피아노를 처음 만진 소년의 금의환향이었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짧은 전주를 이어받은 김다솔은 격렬한 도입부를 연주했다. 예전과 달리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이 강렬함을 더해주었다. 느린 악장에서의 신비한 표현, 트라이앵글과 어우러지는 간드러진 연주가 곡에 투명함을 부여했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는 듯했던 마지막 부분의 폭발적인 집중력이 뜨거웠다.
인터미션 후 2부 첫 곡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였다. 김다솔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달콤한 클라리넷 글리산도에 이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넉넉한 여유를 띠고 이어졌다. 김다솔의 피아노가 경쾌하게 가세했다. 신나는 흐름 속에서 세밀한 기교의 향연이 펼쳐졌다. 약음기를 낀 트럼펫과 트롬본 사이를 지나는 피아노의 궤적을 좇다 보니 왠지 가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의 거슈윈은 ‘포기와 베스 주제에 의한 교향적 모음곡’으로 완성됐다. 실제 오케스트라 연주로 쉽게 볼 수 없었던 작품을 부산에서 보고 있으니 이방인의 정서에 묘하게 공감했다. ‘서머타임’ 등 익숙한 선율이 거슈윈의 오페라를 꿰뚫고 관현악으로 흩뿌려졌다. 재즈를 곁들인 교향악적인 선율 속에 다채로운 장면이 갖가지 표정으로 지나갔다. 전곡을 통틀어 오충근의 지휘는 전에 비해 안정감이 더해진 느낌이었는데 가끔씩 과감하고 예리한 시도가 포착됐다.
앙코르는 ‘포기와 베스’ 중 ‘서머타임’을 중심으로 한 편곡이었다. 단원들은 모두 파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선율을 다시 한 번 접하며 애틋한 가사 내용을 음미할 수 있었다.
앙코르 전 오충근 예술감독이 잠시 마이크를 잡고 부산 지역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마침 객석에 있던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객석의 청중과 하나 된 염원을 전달했다.
부산 심포니는 클래식 음악과 여행을 엮어 토요일 오후의 가족 청중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기획 공연을 준비 중이다. 아직 그들만의 독특한 사운드가 무엇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타성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음악의 끈을 놓지 않는 부산 심포니의 행보를 주시하고 싶다.
사진 KNN부산경남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