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와 지휘자 리날도 알레산드리니

독창적 미학으로 고음악의 중심에 서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1월 1일 12:00 오전

기존 해석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으로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가 11월 24·25일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지휘자 리날도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가 필자에게 다가온 것은 새 밀레니엄 초입 고음악 아티스트들을 취재하던 유럽의 출장길에서였다. 당시 기존의 중견 레이블들을 흡수해 프랑스의 굵직한 음반 회사로 도약 중이던 레이블 나이브를 방문하게 되었고, 소속 레이블 중 하나인 오푸스 111 아티스트로 활약 중인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내한 공연에 대한 열렬한 추천을 받았다. 유감스럽게도 국내에서 적합한 진행자를 찾지 못했고, 10여 년이 더 지나며 여러 고음악 연주단체들이 내한 횟수를 더해가는 동안에도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내한 공연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시기에 만난 이탈리아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 파올로 판돌포는 그 직후 성공적으로 우리 공연 시장에 데뷔하며 존재감을 알렸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사에 있어서 역사주의 연주 양식이 고개를 들면서 바로크와 그 이전 시대, 이른바 고음악이라는 분야가 동시대인들을 위한 음악으로서 우리 곁에 다가 온 것은 20세기를 관통하면서다. 고음악의 부흥이 이루어질 때 선두에 서서 이러한 운동을 주도해 온 공로자들은 프랑스·독일·영국·베네룩스 지방의 연주자들이었다. 정격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영국의 시대 악기 연주자들이나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프랑스는 물론, 다수의 고음악 명인들을 배출하면서 특유의 위상을 개척해온 플랑드르 지방의 고음악 연주 단체들에 비할 때 이탈리아는 고음악의 현대적 전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뒤쳐져 온 감이 없지 않았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드디어 이탈리아의 고음악은 전성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1984년 알레산드리니에 의해 창단된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이다. 콘체르토 이탈리아노는 프란치스코 카발리의 오페라 ‘라 칼리스토’로 로마에서 데뷔한 이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바로크 보컬 앙상블로 자리매김하면서 유럽 고음악계 중심부에서 한결같은 존재감을 유지해왔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음악 연주 단체로 흔히 파비오 비온디의 에우로파 갈란테,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의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알레산드리니의 콘체르토 이탈리아노가 비견되곤 한다. 하지만 간결성과 명징성, 우아함과 휴머니티 등이 균형을 이루는 콘체르토 이탈리아노만의 연주 스타일은 폭발적인 다이내믹과 미묘한 음영, 대담한 즉흥연주로 요약되는 동료 이탈리아 고음악 연주자들의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알려진 고음악 연주 단체들은 특정 시기나 특정 작곡가를 타이틀로 해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보통인데,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음악적 지평은 대부분의 경쟁자들보다 넓은 편이다. ‘초기 이탈리아 합창음악의 뛰어난 해석가’로서 정평이 나 있는 그들은 특히 몬테베르디와 비발디의 해석에 있어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예컨대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그들의 몬테베르디 마드리갈 전곡 녹음은 고음악 연주에 있어서 보편적 레퍼런스로서 자리매김했다고 보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들의 해석은 기존 연주계의 교과서적 통념을 깨고, 몬테베르디라는 작곡가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그를 재발견했다고 평가된다. 콘체르토 이탈리아노는 몬테베르디 이외에도 제수알도·마렌치오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곡가들의 마드리갈(16~17세기에 불렸던 세속적인 성악곡)에 스며있는 휴머니티를 재해석해 작곡가들을 고음악 연주사에서 재발견하도록 만들었을 뿐 아니라 마드리갈 앙상블 명인들의 양성소 기능도 톡톡히 해왔다.

알레산드리니의 음악적 행보를 살펴보면 그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음악적 위상을 몬테베르디 시대 작곡가의 그것에 투영시키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데, 한 인터뷰에서 알레산드리니가 “몬테베르디야말로 서구 음악의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이며 성악과 기악, 오페라의 교차점에서 기존의 용어로는 정의할 수 없는 새롭고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양식을 만들어낸 혁명적 음악가였다”고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해석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으로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최대 업적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음악에서인 만큼 이는 알레산드리니 자신과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정체성을 잘 묘사한 표현이기도 하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몬테베르디와 비발디 외에도 바흐·헨델·스카를라티 등 콘체르토 이탈리아노가 꾸준하게 갱신해온 디스코그래피의 양과 질은 경이로움을 갖게 한다. 나아가 알레산드리니는 콘체르토 이탈리아노 특유의 르네상스적 해석을 바로크 레퍼토리에도 가지고 들어와 그들만의 독특한 바로크적 해석을 정립했는데, 그의 해석은 지나치게 노래하거나 엄숙하거나 역동적이지 않다. 작품의 기념비적 가치를 부담스럽게 강조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대중에게 달콤함을 선사하기 위해 억지스러운 타협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논리적 우아함으로 요약될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은 이탈리아적 전통을 알프스 산맥 북쪽의 세계와 잘 조화시킨 범유럽적 균형감의 산물이다.

그들은 고음악 선발 지역에 “이탈리아 합창음악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등장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전형적 이탈리아 고음악의 모습보다는 프랑스나 베네룩스적 문법에 가까운 하이브리드적 면모를 갖추었다. 그런 점에서 콘체르토 이탈리아노는 ‘그 자신만의 고유한 특색을 지닌(sui generis)’ 고음악 연주단체다. 음반을 출시할 때마다 권위 있는 음반 전문지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는 정보만으로 그들을 인식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들의 연주는 시장에서 미사여구를 통해 쉽게 마케팅의 카펫에 올려놓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정석 프로그램이라 할 몬테베르디와 비발디의 작품이 고루 연주된다. 첫째 날은 바로크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되며 엄격한 전통과 새 시대의 표현법을 절묘하게 혼합해 몬테베르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를, 둘째 날은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마드리갈 6권’에서 선곡), 비발디의 현을 위한 협주곡, 조반니 가브리엘리의 소나타 등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소편성 성악 앙상블과 담백한 기악 반주로 얼마나 살아 있고 색채감 넘치는 해석을 선보일 수 있는지 콘체르트 이탈리아노의 사운드가 가지는 독창적 미학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리날도 알레산드리니/콘체르토 이탈리아노 내한 공연

11월 24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몬테베르디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

11월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비발디 현을 위한 협주곡 외


사진 제이에스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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