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연 피아노 독주회

진심 담긴 내면의 소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2월 1일 12:00 오전

김규연 피아노 독주회

진심 담긴 내면의 소리

10월30일 금호아트홀


▲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활동한 음악인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금호아트홀의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빈 악 시리즈’. 지난 10월 30일 그 열여섯 번째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올라 또 하나의 개성 어린 시선을 더하며 그들의 음악을 채색했다. 이날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김규연은 세심하면서도 야무진 전개를 바탕으로 호흡했으며 시종일관 성실하고도 진지한 물음으로 악상의 의미를 되짚어냈다.

첫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이었다. 1악장은 과감하고 자유롭게 시작되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김규연은 악상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며 섬세한 소리 로 곡 흐름을 주도했다. 2악장은 천진한 울림과 해맑은 선율이 돋보였으며 이는 세심하고 정갈한 것이어서 믿음을 주었다. 또박또박 힘 있게 나아간 3악장까지 피아니스트의 꼼꼼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이어서 슈베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즉흥곡 D899가 연주되었다. 김규연은 1번의 첫 코드부터 깊이 있게 몰입했으며 그의 손끝에서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음들은 더욱 풍성한 울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색의 호흡은 온화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었고 그 안에 자신을 일치시켜 내면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 또한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2번은 영롱한 소리와 유려한 흐름이 주를 이루었으며 김규연은 이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여기에 진지함이 더해진 연주로 관객과의 거리를 한껏 좁힌 3번은 서정미 넘치는 원곡에 간절한 심성을 덧입힌 것이었다.

4번은 단정하고 깔끔한 선율 라인이 생동감을 주었다. 각 곡의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고 짜임새 있게 드러낸 연주였다.

2부에서는 슈베르트 피아노 작품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피아노 소나타 21번이 무대에 올랐다. 상당한 인내와 표현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김규연의 해석은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그의 연주는 매우 진실하고 설득력 있었다는 것이다.

1악장만을 보더라도 김규연은 자신만의 호흡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악상에 다가섰으며 슈베르트 음악의 속삭임과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대화했다. 때로는 숨죽여 들어주고, 때로는 집요한 질문으로 해답을 찾아간 시간이었다. 이어진 2악장에서도 그만의 심사숙고한 연주는 여전했으며 흐트러짐 없이 의미를 담아 전달했다. 활기차게 나아간 3악장은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고 4악장 역시 탄력을 유지해 집중력을 배가시켜갔다.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과 이를 짜임새 있게 운영해간 연주였음은 물론이다.

긴 여정을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도 있게 만들어간 모습에서 아름답고 쓸쓸한 슈베르트의 서정이 한 눈에 그려졌다. 젊은 연주자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성실하고도 진심 어린 내면을 읽을 수 있었던 김규연의 무대는 오직 슈베르트만이 줄 수 있는 깊은 여운과 감동이 전해진 시간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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