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솔로이스츠 콘서트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운 조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월 1일 12:00 오전

2014년 1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준비된 스승과 준비된 제자의 만남은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세종솔로이스츠 20주년과 예술감독 강효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음악회는 만남의 역사를 축하하는 공연이었다. 예술과 인생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스승은 음악과 삶에 대한 많은 영감을 준다. 세종솔로이스츠는 1994년에 줄리아드 음악원 강효 교수가 탁월한 실력이 있는 한국인 제자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연주단체다. 줄리아드 음악원 최초의 동양인 교수로 그동안 1,000여 명의 제자를 길러낸 그가 제자들의 다양한 연주 기회와 실력 향상을 위해 만든 이 단체는 지금 세계무대를 누비며 세계 정상급의 현악 앙상블 중 하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날 무대는 젊고 활기차고 무엇보다도 한없는 긍정성이 돋보였다. 젊은 단원들로 구성된 앙상블은 의욕과 경쟁심이 과해 음악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이러한 연주가 주는 치열함 역시 감동의 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혼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경쟁심이나 절박함에서 발생하는 힘보다 함께 가장 귀한 가치를 나누려는 사랑의 힘이 더 크다. 만약 뜨겁고 강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다면 조금 밋밋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날 연주에서는 스승의 넉넉한 인품과 진지한 열정이 이들의 무대에서 충실하게 드러났다.

첫 곡은 비발디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으로 이경선과 백주영이 협연했는데, 이들은 탄탄한 실력과 정교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하프시코드는 따뜻한 음색과 넓은 아르페지오 음형으로 이들을 여유롭게 감쌌다. 18파트 현악 오케스트라로 연주된 브리튼의 전주곡과 푸가 Op.29는 참신한 화성이 드러나는 전주곡에 이어 푸가에서는 귀가 포착한 소리를 어떻게 주고받는지 분간이 힘들 만큼 날렵한 활 쓰기가 인상적이었다. 앙상블 연주에서는 소리를 내는 것 이상으로 잘 들어야 하는데, 무대를 넘어 연주회장에 울리는 소리에 대한 이들의 민감한 감각이 느껴졌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협연한 브루흐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 Op.88에서는 깊고 짙은 표현력이 빛을 발했다.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이들은 절절한 소리와 함께 풍부한 표정으로 연주에 호소력을 더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이 두 주인공에게 다양한 색채의 조명을 비추었다. 마지막 작품은 차이콥스키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 Op.70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폴 황과 다니엘 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료 사사키, 첼리스트 송영훈과 올레 아카호시가 함께한 이 작품에서 이들은 독주와 협주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유쾌하고도 유려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뛰어난 독주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 각각의 개성은 서로에게 묻히지 않았다.

음악과 스승이라는 거울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 연주자들은 주연으로 나올 때의 책임감과 조연으로 물러날 때의 겸손함을 보여주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현악 연주자 특유의 민감함은 날카로운 개성만큼이나 부드러운 배려로 표현될 때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는 것을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날 ‘이중 기념행사’로 열린 연주회는 좋은 솔리스트를 넘어 훌륭한 솔로이스츠의 미덕이 드러나는 뜻깊은 공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들은 한국 연주자들은 독주는 잘하지만 합주는 못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을 깨고 있다. 그것이 이들의 20년의 역사다. 준비된 스승과 제자가 한국 연주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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