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연광철 초청 연주회 ‘겨울 나그네’
1월 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한편의 시가 음악과 만나다
국제적인 명성의 베이스 연광철이 ‘겨울나그네’로 한국 무대에 돌아왔다. 지난 1월 10일 토요일 저녁 7시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그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로 한국의 겨울에 운치를 더했다.
2001년 독일에서 처음 ‘겨울나그네’를 부른 연광철은 한국에서는 2009년 12월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의 반주로 ‘겨울나그네’를 부른 바 있으며 이 공연은 음반으로도 출시된 바 있다. 오랜만에 작년 9월 프랑크푸르트와 본에서 ‘겨울나그네’를 불러 독일 청중을 숨죽이게 만든 연광철은 이제 2015년 1월 대전예술의전당 초청으로 이 슈베르트의 걸작과 다시 대면했다.
첫 곡 ‘안녕히’(밤인사)에서부터 그의 단단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5곡 ‘보리수’에서는 매우 여유롭기도 했지만 6곡 ‘홍수’(넘쳐흐르는 눈물)부터는 폐부를 찌르는 아픔과 고통,번민을 노래했고 10곡 ‘휴식’에서는 장렬한 아픔을 도드라지게 들려주기도 했다.
연광철은 슈베르트가 전반부 12곡을 작곡한 뒤 10개월 여가 지난 후에 후반부 12곡을 다시 작곡한 것을 반영, 12곡 ‘고독’까지 부른 후 잠시 뒤로 돌아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18곡 폭풍우의 아침(아침의 번개)에서의 처절함은 가슴을 시리게 했고 19곡 ‘환상’에서는 실제로 유령이 나타난 듯한 음울한 정서를 들려줬다.
피아니스트 박은식의 연주는 예쁘고 청명했으나 인생의 깊은 고통과 맛을 표현하기에는 아직 전반적으로 가볍고 달콤해 함께 깊은 드라마를 써내려가지는 못해 아쉬웠다. 연광철은 14년 전에는 노래하는 주인공 청년이 되어 그 주인공의 시선으로 노래를 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그 젊은 주인공을 바라보는 중년의 모습으로 이 연가곡집을 소화해냈다.
오페라적인 표현력을 담아낸 그는 중후한 매력으로 곡들을 소화해냈는데 이번 겨울나그네 공연은 바이로이트에서 인정받는 연광철의 탁월한 독일어 소화력과 결코 지나치지 않은 시적 표현이 결합되어 짙은 겨울 풍경을 만들어 냈다. 드라마틱한 표현을 사용했을 때 때로 흔들리는 목소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공연의 해석에 대해 베이스 연광철은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보통 청년이 1곡에서 작별을 고하고 난 뒤 24곡에 이르기까지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자신은 1곡에서 안녕과 작별을 고한 그 주인공이 그러나 실제로는 그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23곡까지 그 집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가 아침이 되어 24곡 거리의 악사에서 드디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된다는 의식의 흐름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매우 설득력있는 해설이며 대단히 철학적인 접근이다. 숨죽이며 24곡의 연가곡을 듣는 청중들의 모습 사이에 그 흔한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집중도 높은 공연이었으며 마지막 24곡 ‘거리의 악사’가 끝난 후엔 대부분의 청중이 기립박수를 쳤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월말 홍콩문화중심에서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 콘서트 오페라에 출연한 그는 4월 세바스티안 바이글이 이끄는 NHK심포니와 도쿄 NHK심포니 홀에서 단독으로 첫 일본 공연을 협연하게 되며 여름에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발퀴레’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활약을 펼치게 된다.
사진 대전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