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하차투리안 협연, 라파엘 파야레/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역동적인 카타르시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3월 1일 12:00 오전

세르게이 하차투리안 협연, 라파엘 파야레/서울시향 정기연주회
2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역동적인 카타르시스


▲ 사진 서울시향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크고 작은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2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의 협연이 마련되어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차투리안은 2000년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후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 구스타보 두다멜의 수제자로 알려진 라파옐 파야레가 지휘를 맡아 보다 생기 있고 신선한 해석과 움직임으로 활력 넘치는 무대를 이끌었다.
첫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안’ Op.20이었다. 곡이 시작되자 바로 들을 수 있었던 격렬한 악상들에는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가 넘쳤으며, 이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었다. 이어진 느린 선율은 유려한 아름다움을 뽐냈는데, 관악기의 매혹적인 프레이즈가 더해지며 오케스트라의 색채는 한껏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변모해갔다. 금관의 거대하고 활기찬 움직임과 현악기의 거침없는 질주, 탄력적인 율동감이 커다란 흐름을 이루어 이 유명한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설명해주었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Op.47은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이 협연했다. 하차투리안은 정밀하고 세심한 연주로 1악장의 문을 열었다. 악상들은 서서히 피어올랐으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파워풀한 접근 대신 집중력 있게 한 음 한 음의 의미를 구축해간 그는 여리지만 강한 흡입력의 선율을 만들어냈다. 그의 몰입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그것은 깊고도 심오하게,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은 프레이즈로 다루어져 놀라웠다. 이는 2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율은 섬세함을 바탕으로 작은 부분까지 균형감 있게 유지되었다. 상승에 이르러 밀도를 높여 크게 확장된 볼륨감은 물론 서서히 마무리된 마지막까지 호흡 조절은 그야말로 정밀하게 이루어졌다. 이어진 3악장은 묵직한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야무진 보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화려하면서도 세심함을 잃지 않은 연주가 흡족한 무대였다.
2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가운데 보헤미아의 색채가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알려진 교향곡 8번이 무대에 올랐다. 1악장은 우수 어린 선율과 활기 넘치는 악상으로 가득했다. 서울시향은 능동적이고 활발한 움직임으로 이를 표현했다. 온화하면서 애수 넘치는 선율이 유연하게 흐른 2악장에 이어 3악장은 부드러운 리듬감과 자연스러운 흐름이 돋보였다. 보헤미아 특유의 민속적 색채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4악장은 힘 있는 팡파르와 함께 출발해 점차 적극적으로 나아갔다. 서울시향의 연주는 일사분란하면서도 자유롭게 느껴졌으며, 하나의 울림으로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었다. 역동적 움직임에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었던 연주였다

. 글 문태경(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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