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가이스

WELCOME INTERVIEW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4월 1일 12:00 오전

크로스 오버 음악의 새바람. 이들의 음악에 한계가 없는 이유

먼저 이 기사는 기자의 유별난 애정으로 쓰였음을 미리 고백한다. 3년 전, 처음 피아노 가이스의 연주 영상을 유튜브로 보았을 때 단지 ‘재미있는 아저씨들(?)이네’ 하고 생각했다. 한 대의 피아노를 다섯 명의 남자가 연주하는 ‘What Makes You Beautiful’은 신선하고 유쾌했지만, 그뿐이었다. 몇 달 뒤, 영국 록 밴드 콜드 플레이의 ‘Paradise’를 아프리카 음악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Peponi’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이 아저씨들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랜드피아노와 첼로를 헬리콥터로 들어 올려 미국 유타 주의 절벽 꼭대기로 옮긴 후 그곳에서 나이지리아 가수 알렉스 보예와 함께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완전히 새로운 해석과 완성도 높은 음악은 몇 번이고 넋을 놓고 영상을 바라보게 했다. 이후 이들이 소니 뮤직과 손잡고 새 음반을 발매할 때마다 ‘팬심’으로 가득 차 유튜브에 접속해 이들의 이름을 검색했다.

눈치챘겠지만, 피아노 가이스는 음악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유명한 그룹이다. 피아니스트 존 슈밋, 첼리스트 스티븐 샤프 넬슨 그리고 음악 프로듀서 앨 반 더 비크, 비디오 프로듀서 폴 앤더슨이 팀을 이루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첫 만남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슈밋이 우연히 앤더슨이 운영하던 피아노 상점을 방문하며 이루어졌다. 슈밋이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을 본 앤더슨이 그에게 프로모션 비디오 제작을 제안했고, 넬슨과 비크 그리고 상점 직원인 텔 스튜어트가 합류해 보이 그룹 원 디렉션의 ‘What Makes You Beautiful’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연주했다. 피아노의 건반뿐 아니라 몸체, 내부의 현, 뚜껑까지 두드리며 노래하는 이들의 흥겨운 영상은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결국 이들은 상점의 문을 닫고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상점의 이름이 ‘피아노 가이스’였기에 자연스레 현재의 팀명을 갖게 된 것. 현재 이들의 유튜브 페이지 전체 조회 수는 현재 5억 건을 넘었다.

피아노 가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듣고 싶은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대중과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장한 장본인으로서 앞으로 어떤 비전이 있는지, 그리고 리메이크와 컬래버레이션이 주를 이루는 피아노 가이스 음악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하지만 이들이 보내온 답은 결국 하나였다.

“우리는 오로지 많은 사람을 웃게 하고 싶을 뿐이에요!”

익숙한 요소로 재미를 만들다

세계의 많은 아티스트가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각종 SNS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 경제적 이익과 긍정적 파급 효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피아노 가이스가 유튜브로 대중과 만나는 것은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이들은 제작 단계부터 사운드와 이미지가 결합한 콘텐츠를 만든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만큼 연주자의 표정, 연주하는 모습, 곡의 분위기나 정서를 담은 영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영상은 모호하거나 추상적 내용이 아닌, 대부분 공간적 요소로 시각적 몰입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음악을 보다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SNS는 즉각적 소통이 가능해서 좋습니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우리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다시 그들을 행복하게 하죠. 놀라운 축복의 장이라 생각해요. 다른 음악가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우리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보다 음악의 가치를 공유하고, 행복의 기운을 넓게 퍼뜨리는 일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피아노 가이스가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접목한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다. 록 밴드 원리퍼블릭의 ‘비밀’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4악장과 만나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장대하게 재탄생했고, DJ 다비드 게타의 ‘티타늄’은 포레의 ‘파반’과 만나 풍성한 첼로 선율을 입었다. 피아노 가이스는 익숙한 요소를 바탕으로 색다른 재미를 주는 음악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콘셉트를 정해놓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함께 모여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새롭게 편곡하고, 이색적인 방법으로 연주하며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이 완성되죠. 사실 우리는 빈둥거리는(goof off) 걸 좋아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면서 흥미로운 요소를 찾을 뿐이에요.”

음악적 정체성이 ‘리메이크’에 있다는 건 아티스트로서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독창성의 결여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떨쳐버려(Shake It Off)’를 불러주고 싶다며 가사를 적어 보내 기자를 폭소하게 했다.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행복’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얻어요. 그리고 만든 음악을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죠. 그들이 웃으면, 분명 사람들도 웃어요. 앞으로도 우리만의 음악을 계속해나갈 겁니다.”

피아노 가이스의 음악을 팔짱 낀 채 평가하려던 사람도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그들이 예술을 향한 순수함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함을 오래도록 음악에 담아주길.

기사를 마무리하려는데 피아노 가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신곡 영상이 막 올라왔다. ‘I Want You Bach’라는 제목의 이 곡은 잭슨 파이브의 ‘I Want You Back’(1969)에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등의 선율을 입혀 하프시코드·바로크 첼로와 현대악기로 연주한 음악. 바흐 시대의 머리모양을 하고 하얗게 분을 바른 채 ‘펑크’를 추는 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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