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조피 무터&앙드레 프레빈/런던 심포니의 정기연주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7월 1일 12:00 오전

안네 조피 무터&앙드레 프레빈/런던 심포니의 정기연주회


▲ ⓒ Lillian Birnbaum

프레빈의 ‘뮤즈’와 ‘지음’이 선사한 향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영화음악 작곡가, 영화배우 미아 패로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의 전남편, 명지휘자이면서 클래식 반주자.”
음악 칼럼니스트 김성현이 지적한 대로 앙드레 프레빈은 ‘르네상스 맨’이다. 6월 10일 런던 심포니(이하 LSO) 정기연주회가 열린 바비컨 센터에 1929년생 프레빈은 지휘자로 등장했다. 2006년, 4년간의 부부 연은 끝났지만, 음악적 동거를 이어가는 무터가 자신에게 헌정한 프레빈 바이올린 협주곡(2001)의 솔리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여든여섯 노장을 확인하려는 관객들로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프레빈은 종종 이름 탓에 프랑스나 영국 지휘자로 오인받는다. 1968년부터 1979년까지 프레빈이 수석 지휘자를 맡은 동안 LSO는 일반인까지 관객의 영역을 확실히 넓힐 수 있었다. 영화와 재즈에서 활약한 프레빈 덕에 클래식 음악에 거리를 두던 관객이 연주회장으로 향했고, BBC에서는 ‘앙드레 프레빈의 뮤직 나이트’를 편성해 프레빈과 LSO를 영국 전역에 알렸다. 공감을 일으키는 특유의 화술은 시청자뿐 아니라 LSO 단원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유리했고, 1992년에는 종신 지휘자의 직위를 얻었다. 1966년 객원 지휘자로 처음 LSO를 지휘한 이래 120개의 레코딩을 함께했다.
2002년, 당시 서른아홉의 무터와 일흔둘의 프레빈이 결혼을 선언했을 때 그들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은 프레빈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동반자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음악으로 전하는 무터는 전남편 데틀레프 분덜리히와 사별할 때도 뉴욕 필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표현했다.
무대 위로 지팡이를 쥔 프레빈이 들어서자 청색 디올 드레스 차림의 무터가 팔짱을 끼고 그를 포디엄까지 부축했다. 무터가 없으면 몇 발짝의 보행이 불편한 상태로 무대 중앙에 나타나기까지, 긴 시간 동안 관객은 프레빈을 박수로 격려했다. 청년 시절 ‘최후의 비틀스 커트’라 불리던 머리에는 숱이 거의 남지 않았고, 사무용 회전의자에 앉아 악보를 천천히 넘기며 공연이 시작되기까지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보스턴 심포니가 위촉한 이 작품은 3악장의 고전 협주곡 형식으로 1999년 자신의 생일날 매니저의 전화를 받으며 이동하던 독일 어느 기차 안에서의 심상을 그린 작품이다. 무터는 작곡 단계부터 프레빈과 그의 고향, 독일 동요를 삽입할 것을 권유했고, 프레빈은 그 뜻을 3악장에 반영했다. 한 무대에 오른 프레빈의 ‘지음’과 ‘뮤즈’는 세부는 줄이고 맥락만 짚는, 기초적인 비팅에 담긴 통속적 요소를 벗겨내는 데 주력했다. 난해한 작품을 명쾌하게 풀어내던 청년 프레빈은 없었다. 무터와 악장 로만 시모비츠는 프레빈의 의지를 각별한 위치에서 끄집어내는 영매 역할을 했다. 지휘자가 설명하려는 태도를 줄이자 역설적으로 곡은 더 활력을 얻었다.
협주곡이 끝나자 프레빈은 무대로 퇴장하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았고, 무터는 그의 무릎을 잡고 관객을 볼 수 있게 의자를 돌렸다. 영혼의 동반자만이 나눌 수 있는 신체적 언어였다. 앙코르는 프레빈의 1997년작 ‘탱고, 노래와 춤곡’을 연주했다. 후반부에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프레빈에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베토벤 중기 교향곡이나 카를 뵘의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처럼 레코드사에 빛나는 기념비적 시그너처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화 선반이 공정을 시작하듯, 프레빈이 움직이자 LSO는 1970년대 데카에서 듣던 그 프레빈식 라흐마니노프를 들려줬다. 이날 공연에 ‘더 타임스’는 ★★★★을 부여했다. 참고로 프레빈이 근래 동북아시아를 찾은 건 2012년 9월 NHK 교향악단 지휘 이후로는 없다.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