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내한 공연
6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우리 시대의 슈퍼스타
벨칸토 오페라 이후 스타 테너는 비싼 무대예술가를 대표했다. 이런 현상은 20세기 엔리코 카루소와 그 후계자들에 의해 증폭됐다. 그러나 파바로티·도밍고·카레라스 이후로도 이 공식이 유효할까. 현재로써는 카우프만을 필두로 한 소수의 스타가 여전히 그렇다고 입증한다. 카우프만은 음반과 영상으로 접한 묵직한 음색과 섬세하게 세공된 해석, 그리고 여심을 사로잡는 멋진 외모가 전혀 조작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것임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관객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1부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만으로 꾸며졌다. ‘토스카’ 중 ‘오묘한 조화’로 묵직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음성을 선보인 뒤 ‘라 조콘다’ 중 ‘하늘과 바다’로 카우프만의 독특한 해석을 드러냈다. 첫 음부터 음량을 반 이하로 줄여 불안한 열정과 희망을 표현한 것은 거의 접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약음으로 노래 전체를 끌고 가다 마지막에 크레셴도로 폭발시켰다. 묵직한 음색에 비해 성량이 큰 편은 못 된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카우프만은 약음을 잘 활용해 약간 아쉬운 성량을 효과적으로 책임졌다. 마음먹고 소리를 지르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루이자 밀러’ 중 ‘고요한 저녁 하늘이 별빛으로 빛날 때’에도 적용됐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어머니, 오늘 술은 독하군요’에서는 가사를 신중하게 해석해 굴곡을 주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 오페라 특유의 한 방까지도 세심한 해석의 결과로 만들어내는 방식은 그가 학구적 가수임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부는 프랑스 아리아였다. ‘르 시드’ 중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는 영웅의 간절한 기도라는 성격을 정확하게 살려냈다. ‘카르멘’ 중 ‘꽃노래’는 섬세한 메차보체의 고음에 이어 그 분위기 그대로 곡을 마무리하는 카우프만의 장기가 잘 살아났다. ‘베르테르’ 중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는 특유의 영웅적 음성을 나약한 영혼의 소유자에게 투여한 감동적 절창으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카우프만이 인기뿐 아니라 실력도 세계 최고인가에 대해서는 이견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도 테너임에도 꽉 막힌 답답한 소리처럼 들렸고, 노래를 밀어내는 듯 부르기도 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홍혜경의 성량이 크지 않은데도 뒷좌석까지 편안하게 전달되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였다. 그러나 카우프만의 음색이 빚어내는 비통함만으로도 약점은 충분히 상쇄된다. 영웅임에도 연민을 자아내는 분위기의 테너 카우프만은 틀림없이 역대 최정상급에 속한다.
홍혜경과 함께 부른 ‘축배의 노래’를 빼고도 4곡을 더 부른 카우프만의 앙코르 무대는 그야말로 관객의 얼을 빼기에 충분했다. 특히 모든 공연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합창석 쪽으로 360도 회전하면서 열창한 것은 진심으로 관객을 사랑하고, 또 관객에게 사랑받는 우리 시대 슈퍼스타의 모습이었다.
사진 세나 뮤직 앤 아트 매니지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