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 합창단의 헨델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7월 1일 12:00 오전

대전시립 합창단의 헨델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
6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토록 극적인 순간!

한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상임지휘자가 맡고 있는 대전시립합창단. 독일 출신의 빈프리트 톨은 2007년에 부임해 다양한 바로크 오라토리오의 당대 연주와 서양의 합창 음악을 통해 국내의 합창계에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주었다. 특히 바로크 오케스트라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과 함께 헨델과 몬테베르디, 바흐의 주요 작품의 당대 연주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유럽의 단체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무대를 선보여왔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음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대전시립합창단은 서울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은 이번 무대에도 함께했다. 2007년부터 빈프리트 톨과 함께 작업했으니 지난 8년간 대전시립합창단과 함께 성장한 셈이다.
믿을 만한 두 단체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지만, 시기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상당수 공연이 취소되면서 관객 동원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 연주자들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두 단체가 함께 무대에 올린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은 헨델의 대표적 오라토리오 중 하나지만, 한국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연주해온 작품이다. 헨델의 ‘메시아’처럼 익숙한 작품이 아니기에 관객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선곡이었다. 하지만 금관악기와 타악기 그리고 더블 콰이어, 솔리스트로 연주하는 극적인 묘사로 인해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다. 이 작품은 1739년 초연 당시 3부로 작곡되었지만, 1부가 무려 30분의 탄식의 합창인 관계로 흥행에 실패한 후에는 1부를 제거해 총 2부 구성으로 연주해왔다. 이날의 연주도 2부로 구성된 악보를 사용했다.
이집트에 대한 하나님의 저주와 홍해에서 이집트 군대를 물에 수장시키는 내용을 담은 1부는 매우 빠른 전개를 보여줬다. 특히 지휘자의 집중력이 대단했는데, 다른 오라토리오에 비해 레치타티보가 적어 자칫 느슨할 수 있는 작품의 흐름을 잘 조절했다. 솔리스트를 합창 단원들이 담당하다 보니 동선이 너무 길어져 몇 차례 시간이 지체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합창 오라토리오’로 분류되는 이 작품의 형식을 살려 합창 단원들이 솔로 파트를 담당한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고, 다양한 발성과 음색을 지닌 단원들을 곡의 특징에 맞춰 적절하게 배치한 점이 눈에 띄었다.
1부에 비해 2부는 줄거리 없이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 민족의 찬양의 노래(시편)만을 나열해 자칫 지루할 수 있었으나, 각 작품의 감성을 명확하게 대비시켜 이러한 염려를 피해갔다. 오케스트라의 통일적인 현의 보잉은 힘이 넘치고 경쾌했으며, 지휘자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했다. 한국인 연주자로 구성된 바로크 트럼펫과 타악기, 일본인 연주자가 나선 세 대의 색벗(트롬본의 고악기)이 단단한 음색으로 극적인 박력을 더했다. 긍정의 힘이 넘치는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정통 클래식 작품으로 합창의 진수를 보여주는 빈프리트 톨과 대전시립합창단은 한국 고음악 연주사의 한 페이지를 이렇게 써 내려갔다.

사진 대전시립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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