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물오른’ 실내악이란 이런 것!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선정하는 파크하우스 어워드는 1991년 이후 2년마다 열리는 실내악 콩쿠르다. 올해는 레아 하우스만(바이올린)·새뮤얼 셰퍼드(첼로)·멩이 한(피아노)으로 구성된 아마티스 피아노 트리오가 수상했다. 이전 대회인 2013년 수상자가 푸르니에 트리오다. 로열 필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유슬기, 런던 필 단원인 첼리스트 페이지 응, 리즈 콩쿠르·뮌헨 ARD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장 챠오잉까지 런던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멤버로 2009년 결성됐다. 7월 1일 대구시민회관 챔버홀에 이어, 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무대에 오른 이들은 유럽 현지 앙상블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하이든 피아노 트리오 A장조 Hob XV:18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악단이란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절제된 바이올린에 첼로는 그윽했다. 동작이 가장 컸던 피아노는 두 현악 주자와 눈을 맞추며 완급을 조절했다. 내밀하면서도 밝은 1악장이었다. 2악장 안단테에서 바이올린과 첼로는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같은 음색을 내주었다. 고즈넉한 가운데 피아노는 모차르트 단조곡에서처럼 영롱했다. 열띤 3악장에서는 완급을 자제한 원숙한 템포 조절 속에서 자신감 있게 바이올린이 앙상블을 리드했다. 피날레는 더없이 상쾌했다.
두 번째 곡인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트리오 2번 시작 전 페이지 응은 피아노의 덮개를 좀 더 열었다. 첼로의 고음으로 시작된 1악장은 신랄했다. 바이올린의 고음은 탁월하게 전달되었다. 2악장은 격렬했다. 톱니바퀴처럼 세 악기가 물고 물리며 맴돌았다. 야성적이면서 불꽃 튀는 연주였다. 정성스럽게 이어지던 연주의 마지막은 거침없이 마무리됐다.
휴식 시간 뒤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2번을 들었다. 피아노와 두 악기가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애절한 바이올린과 언덕을 굴러떨어지는 바위처럼 생동감 있었던 피아노, 그리고 이들을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첼로가 어우러졌다. 이들의 멘델스존은 슈만이나 브람스처럼 결이 두터웠다. 물밀 듯 밀려드는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2악장 안단테 에스프레시보는 부드럽고 낭만적이었다. 안정감 있는 세 악기의 앙상블 속에서 바이올린의 고음이 침착하면서 단호하게 울렸다. 3악장 스케르초에서는 세 악기의 ‘치고 빠지는’ 날렵함이 일품이었고, 4악장 피날레에 이르자 세 악기는 한 몸이 된 듯했다. 호흡이 척척 맞았다. 두 현악기의 조화로움이 균형의 한 축을 이뤘다. 바이올린의 끝이 둥글어 나머지 두 악기와 일체가 됐고, 반대로 첼로는 결이 살아 바이올린과 맞닿았다. 피아노의 다이내믹 레인지는 깊고 넓었다.
이들은 피아졸라의 ‘망각’과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1번 스케르초 악장을 앙코르로 들려주었다. 한마디로 ‘물이 오른’ 연주였다. 멘델스존 트리오 1번은 전곡을 들어보고 싶었다. 유럽 실내악의 메인스트림으로 손색없었던 사운드. 국내외 여러 실내악 페스티벌을 통해서 이들의 연주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미다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