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무용축제&서울국제공연예술제 미리보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9월 1일 12:00 오전

가을바람에 실린 진보의 움직임

예술의 다양한 장르와 경계. 이들에게는 오로지 뛰어넘기 위해 있을 뿐이다

SIDance 제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

9월 30일~10월 18일

예술의전당, 강동아트센터, 서강대학교 메리홀,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


▲ 안달루시아 플라멩코 발레 ‘이미지들’ ©Luis Castilla

18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이하 시댄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무용제로 자리 잡았다. 국가별로 기획한 공연이 해를 거듭할수록 시댄스의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심장! 안달루시아 지방의 정통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춤의 경계를 확장해온 안달루시아 플라멩코 발레의 ‘이미지들’을 개막 공연으로 즐길 수 있다. ‘이미지들’은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며 그동안 발표해온 레퍼토리 다섯 개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춤과 음악이 어우러져 리드미컬한 본능이 꿈틀거리는 매혹적인 무대로 축제의 화려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국가의 문화적 제약으로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무용단들도 마주할 수 있다. 빈번하게 내전을 겪는 팔레스타인의 암담한 현실에서도 안무가 사마르 하다드 킹은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안무작 ‘경계’를 야 사마르! 댄스 시어터가 폐막 공연으로 선보인다. ‘경계’는 인간관계의 경계 탓에 생기는 소통의 한계를 극복, 예술을 통해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는 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개막과 폐막작을 국가별 특징이 반영된 작품으로 배치함으로써 각국의 현대무용을 골고루 수용하겠다는 시댄스의 의도가 보인다.

2006·2007년 시댄스를 통해 내한한 빈센트 만추이 무용단이 이번에는 ‘스콰타’로 찾아온다. 아프리카 빈민촌 스콰타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절망 속에서 희망과 웃음을 이야기하는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느낄 수 있다. 콩고 출신 안무가 플로랑 마우쿠가 설립한 스튜디오 마호 퍼포먼스는 열악한 상황 속에도 안무가 양성·무용수 교육·축제 운영 등 콩고 무용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무용단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체크 원’은 콩고 전통 화장(化粧)과 현대 조형예술을 이용해 기존 안무 방식에서 탈피한 즉흥적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댄스 컴퍼니 ‘Z를 위한 레퀴엠’과 포르투갈 현대무용을 이끌고 있는 올가 호리스 무용단 ‘애완동물’도 공연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동반자사업의 하나로 인도네시아·르완다·탄자니아 안무가들과 5개월의 레지던시를 통해 작품을 만든 ‘아시아&아프리카 댄스 익스체인지 2015’,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국제교류 네트워크 구축사업으로 라오스·말레이시아·스리랑카 등 아시아 14개국 무용수들이 함께 협력 사업을 추진한 ‘아시아 슈퍼포지션’까지. 여러 국가의 춤을 균형 있게 담은 축제를 보여줄 예정이다.

아방가르드한 작품도 준비됐다. 다장르 융합공연 스타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잉크보트 ‘선 사이에서’와 색다른 무대 구성을 시도하는 안무가 예프타 판 딘테르의 ‘그라인드’ ‘디스 이즈 콘크리트’도 마련되어 있다.

시댄스는 현대무용의 저변 확대와 관객 개발에 세심한 공을 들인다. 1999년 창단 이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무용 작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스웨덴 제브라 무용단의 ‘깡통-우정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무용의 진지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SPAF 제15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2~3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 피핑 톰 무용단 ‘아 루에’ ©Herman Sorgeloos

대학로 가로수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면, 연극과 무용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열다섯 번째 해를 맞이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이하 스파프)는 이번 가을에도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온다.

스파프는 연극과 무용을 비롯해 다채로운 공연이 편성된 대규모 행사로, 국제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을 때부터 완성도 높은 해외 작품을 국내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일곱 개의 해외 초청작을 선보인다. 해외 초청작 숫자가 줄어든 대신 전설적인 극단을 전면 배치했다. 근대 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창설한 베를린 앙상블의 첫 내한이 눈에 띈다. 베를린 앙상블은 셰익스피어 소네트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여 2009년 초연한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무대에 올린다. 원작 셰익스피어 소네트 154편 중 15편의 시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로버트 윌슨이 연출했으며, 영화 ‘물랑 루즈’ ‘슈렉’의 음악을 작업한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음악과 베를린 앙상블의 연기가 더해진 음악극이다.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머스 리처드 워크센터의 첫 내한 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예지 크로토프스키‐토머스 리처드 워크센터는 연출가 토머스 리처드가 스승인 그로토프스키와 함께 설립했으며, 그로토프스키 사후에도 공연 창작이 계속되고 있다. 내한 작품 ‘리빙룸’은 예술이 일상의 공간과 사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

피핑 톰 무용단의 내한 공연을 보고 단번에 벨기에로 날아갔다고 밝혔던 현대무용가 김설진. “피핑 톰 무용단이 아프리카에 있었으면, 아프리카로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벨기에 현대무용의 진보를 이끄는 피핑 톰 무용단은 연극적 요소와 초현실적인 무대연출이 특징이다. 올해 스파프 개막작은 피핑 톰 무용단의 ‘아 루에’가 책임질 예정이다.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Petter Uhan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극찬했던 스페인 플라멩코 무용수 로시오 몰리나의 ‘보스케 아르도라’로 이베리아반도의 열기를 느낄 수 있고, 프랑스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가 크리스티앙 리조의 안무작 ‘사키난’과 ‘실화에 따르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국립극단은 두 대의 피아노를 연주하며 달려가는 두 범죄자의 심리를 묘사한 스릴러 음악극 ‘폭주기관차’로 스파프의 대미를 장식한다.

동시대 각 무용 장르를 빛내는 여성 무용수들이 솔로이스트 무대를 펼친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안무작을, 한국무용가 장윤나는 현대무용가 이선태의 안무작을 선보인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은 시각예술가 빠키와 협업한다.

2011년 스파프 서울댄스컬렉션 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초연됐던 고블린파티의 ‘아이고’가 4년 만에 다시 스파프 관객을 찾아온다. 이외에도 다섯 개의 무용 작품과 네 개의 연극 작품이 국내 초청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다채로운 부대 행사 중에서는 토머스 리처드 컨퍼런스가 주목할 만한데,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머스 리처드 워크센터의 역사를 조망한다. 수단으로서 예술 집중 연구팀과 오픈 프로그램 두 팀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워크센터의 시청각 자료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각 공연이 종료된 후 진행되는 예술가와의 대화는 인터뷰·간담회·질의응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사진 서울세계무용축제·서울국제공연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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