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 우아한 숲 속의 울림

프렌치 시크, 우아한 숲 속의 울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9월 1일 12:00 오전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는 대관령국제음악제. 올해는 ‘프렌치 시크’란 주제로 프랑스 예술을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7월 14일부터 8월 4일까지 진행된 음악제는 국내와 해외의 명연주자와 작곡가는 물론 GMMFS 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과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두 무용수까지 초청해 감상의 폭을 한층 넓혔다. 프랑스 궁정의 수렵지 같았던 뮤직텐트를 중심으로, 화려한 생활에 지칠 때 머물러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숲 속 마을로 변모한 대관령. 올해도 여름과 함께, 음악과 함께 무르익었다.

 

 

REVIEW | 저명연주가 시리즈 2

손열음의 꿈, 피어나다

7월 24일 알펜시아 콘서트홀

‘도전’이란 단어는 언제 어디서나 늘 매력적이지만, 그 단어의 주인공이나 이를 지켜보는 타인의 관점에 따라 매력의 포인트는 분명 다르다. 흥미로운 도전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보면 주어진 미션을 달성할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겠지만, 도전의 당사자는 이미 긴 과정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짜릿한 긴장과 보상에서 오는 쾌감을 동시에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음악제 초반, 금요일 오후에 비교적 ‘조용히’ 이루어진 손열음의 하프시코드 연주 역시 ‘하는 자’와 ‘듣는 자’ 사이의 타이트한 교감이 이루어진 무대였다. 그녀가 하프시코드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자 준비한 기간은 3년이나 된다고 한다. 무대에 놓인 하프시코드의 여린 건반으로 아리아의 첫 음을 연주하는 순간, 내면의 치열한 갈등과 갖가지 기술적 어려움이 동반된 도전 자체에서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감상의 초점은 간단하기도, 어렵기도 하다. 비르투오소적 기질이 충만한 피아니스트가 하프시코드를 어떻게 다루는지 관심을 가진다면 그 자체로도 재밌겠지만, 필자는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보았다. 즉,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피아노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면, 그리고 손열음도 피아노로 같은 곡을 연주했을 때 두 연주가 얼마나 다를지. 그런 거꾸로 된 관점으로 손열음의 피아노적 이디엄이 하프시코드 건반에 얼마나 옮겨졌을지 생각해보는 일도 흥미로울 듯했다.

건반을 눌러 소리를 낸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피아노와 하프시코드는 음향의 근원부터 지대한 차이점을 지닌다. 자신이 피아니스트라는 점을 인식하고도 악기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가 첫 관심사였는데, 외향적이고 낙천적인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아리아부터 손열음의 자세는 편안했다. 차분히 진행되는 변주들의 진행과 함께 돋보였던 것은 신중함과 과감함의 절충점을 매 변주마다 새롭게 설정하여 들려주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템포 설정과 루바토와 미세한 아고기크의 표현을 피아니스트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점검하고, 현재 지닌 전달매체(하프시코드)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청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침착하게 들려주었다. 손열음 특유의 밀고 나가는 거침없는 손놀림은 부각되지 않았다. 두 개의 건반으로 연주되는 5·11·14변주 등 비교적 화려한 음형들은 사려 깊게 다스려지듯 연주되었고, 하프시코드 연주자들의 기교를 뽐내기에 적합한 17·20·28변주에서도 단정한 자세를 유지했다. 오히려 오버추어인 16변주에서의 당당한 품격과 15·25변주 등의 서정성에서 하프시코드 연주자로서 전달 능력을 모아 표현력의 진폭을 넓히려는 시도는 독특하게 받아들여졌다. 카논들의 성부 분리가 또렷이 느껴지지 않았던 점은 옥에 티로, 하프시코드의 이디엄을 갖고 흘러나오는 성부들에 독립적인 ‘귀’를 각기 부여하지 못한 점은 경험 부족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실내악과 반주자로서 역할까지 이번 음악제에서 피아니스트로 중임을 맡았던 손열음에게, 단숨에 피아니스트의 터치로 돌아오는 것도 녹록치 않은 도전이었을 듯하다. 연주 후 그녀는 “꿈을 이뤘고, 너무 힘든 작업이어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는데, 바흐의 조곡들이나 그 외의 실내악 작품을 앞에 두고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손열음을 상상하게 되는 건 필자만의 공상일까. 현재 그녀의 자신감과 도전 정신, 호기심이라면 못할 이유가 없다.

 

 

REVIEW | 저명연주가 시리즈 5

대관령을 관통한 시크

7월 25일 알펜시아 뮤직텐트

이번 대관령국제음악제의 큰 제목은 ‘프렌치 시크(French Chic)’였다. 흔히 ‘시크함’이라는 명사형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형용사와 명사 양쪽으로 ‘멋진’ ‘세련됨’ ‘맵시 있음’ 등으로 풀이된다.

3주 이상 이어지는 커다란 페스티벌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이 단어 하나로 모두 담을 수 있을지, 프랑스 스타일의 매력을 하나의 형용사로 뭉뚱그리는 것이 타당할지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화려함’이나 ‘아름다움’ ‘장엄함’ 등의 형용사보다 한 층 위에 있는, 이 모든 형용을 포괄하는 단어가 ‘시크’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7월 25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아드리앵 페뤼숑이 GMMFS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을 이끌고 등장했다. 첫 곡 베를리오즈의 ‘해적’ 서곡이 우리가 이제껏 애매하게 생각한 ‘시크함’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흥겨움과 멜랑콜리, 우아함과 광포함이 섞여 있지만 악보 곳곳에 배어 있는 도도하면서도 쿨한 세련미가 듣는 이를 기분 좋은 반전 속에 기꺼이 빠지고 싶게 했다. 초기 낭만 시대 특유의 오케스트레이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탁월한 타악기 주자로서 페뤼숑의 지휘가 깊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지만 자국의 마스터피스들을 다루는 자세는 매우 솔직 담백했으며, 음악적 선택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전반부에 연주된 비제·들리브·오펜바흐·구노 등 19세기 프랑스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은 성악가들의 탄탄한 기본기와 과도하지 않은 무대 매너, 지휘자의 배려가 적절한 접점을 찾은 연주였다. 섬세한 표현과 날카로운 음상을 재치 있게 구성한 테너 정호윤의 파우스트는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였고, 강하고 거친 남성미와 작품의 큰 틀을 읽는 자세가 훌륭했던 유동직의 노래도 안정감 있었다. 이날 음악회의 꽃으로, 최근 해외 콩쿠르 입상과 단아하고 여성미 있는 외모로 주목받는 소프라노 황수미의 무대는 앳되고 풋풋한 표현부터 깊고 성숙한 울림까지, 자유자재의 콜로라투라와 리릭 음성을 흔들림 없는 자세로 들려주었다. 메조소프라노 야요이 토리키의 ‘카르멘’은 노련한 멜로디 라인과 거침없는 연기력이 인상적이었으나, 컨디션의 문제인지 짧은 호흡이 눈에 띄었다.

후반부 메인 프로그램이었던 포레의 ‘레퀴엠’은 작품이 지닌 차분하고 꾸밈없는 경건함을 과장 없이 그려낸 수연이었다. 모노톤의 수채화처럼 단순화한 국립합창단의 절제미와 솔리스트들의 조심스러우면서도 내면의 자기고백을 머금은 가창은 축제의 거대한 공연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질감의 음색을 지닌 황수미의 ‘피에 예수’는 오래도록 짙은 뉘앙스를 남겼고, 전반부와 분위기를 완벽히 변신시킨 유동직의 ‘리베라 메’ 역시 정확한 딕션과 섬세하게 조절된 호흡으로 자연스런 클라이맥스를 형성했다.

 

 

INTERVIEW |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이어르

여행자가 꿈꾸는 결말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이어르와의 만남은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는 아마 그녀의 친근함, 사랑스러움, 그리고 다소 의외인 대범함 때문인 듯하다.

다섯 번의 내한으로 이제는 한국의 많은 관객이 그녀를 친숙하게 느끼지만,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는 여전히 “이름은 유럽 사람인 것 같은데 꼭 한국인처럼 생겼네”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메이어르는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친오빠와 함께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2009년 첫 내한 공연 당시 친부와 극적으로 만난 사연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자라면서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온 그녀는 앙코르 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하고, 가야금을 연구하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가까이에서 대면한 메이어르는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상냥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밝은 표정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했다. 성품뿐 아니라 예술관도 마찬가지였다. 성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가능성이 보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분 좋게 도전하는, 그녀는 마치 행복한 여행자 같았다. 다음은 메이어르와의 일문일답.

다섯 번째 내한 공연이지만 서울 외 도시에서 연주회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여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페스티벌에 초대받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처음 만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페스티벌만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올해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주제는 ‘프렌치 시크’다. 최근에 발매한 음반 ‘여정(Voyage)(Sony Classical, 2015)’ 역시 프랑스 작품만을 다루고 있다. 음악제 중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라벨 ‘서주와 알레그로’, 드뷔시 ‘신성한 춤과 세속적 춤’은 ‘여정’에도 담은 곡이며, 대관령에서 마지막 순서로 연주한다. 이 두 곡은 어린 시절 처음 듣고 사랑에 빠져 평생을 연주하겠다고 마음먹은 작품들이다. 음악사적으로도 중요한데,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페달 하프가 탄생하기 전, 악기 제작사인 에라르사와 플레옐사에서 라벨과 드뷔시에게 각각 작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라벨은 페달 하프를 위한 ‘서주와 알레그로’를, 드뷔시는 페달은 없지만 많은 개수의 현이 달린 하프를 위한 ‘신성한 춤과 세속적 춤’을 작곡했는데, 후자는 연주하기가 까다로워 페달 하프만 개발되었다. 드뷔시의 작품은 후에 페달 하프를 위한 곡으로 편곡되어 현재까지 널리 연주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악기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작곡가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현존 작곡가들의 혁신적인 시도는 항상 반갑다.

악기의 기술적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음악 활동의 가장 큰 목표는 하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하프를 그저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악기로만 알고 있다. 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 있다 솔리스트로 전향한 이유도 작곡가들이 오케스트라에서 하프를 사용할 때 대부분 비슷한 ―마치 하늘이 열리는 듯한 신비로운― 효과를 노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하프도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다양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증명하고 싶다. 클래식 음악 외 재즈, 팝, 일렉트로닉 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필립 글래스 작품집(channel classics, 2012)은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 ‘메타모르포세스’는 원곡인 피아노 독주 편성보다 하프 독주 버전을 더 즐겨 듣는다. 하프의 새로운 면모도 볼 수 있었고 곡의 정서도 효과적으로 담아낸 듯하다.

2011년에 필립 글래스가 네덜란드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그때 그와 처음 만났다. 편곡 작업 기간 동안 글래스는 빠른 속도로 피드백을 줬고, 나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줬다. 최소한의 재료로 감정을 증폭하는 그만의 언어가 새로웠다. 부차적인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중심이 되는 메시지만 간직하는 그의 표현 방식을 학습하면서 음악적으로 많이 배웠다.

한국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언젠가 친오빠와 나눈 대화인데, 내가 하프를 연주하게 된 건 필연인 것 같다. 하프는 현을 손으로 직접 튕긴다는 점에서 가야금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 가야금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어 하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황병기 선생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악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악기에 관한 디테일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정서적으로 교감했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

9월에는 필립 글래스의 초대를 받아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나잇 앤 데이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 작곡가 브라이스 데스너와 중국 음악감독 탄둔과의 협업이 각각 진행 중이다. 다양한 기회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INTERVIEW | ABT 무용수 알렉상드르 아무디

춤에 젖어든 여름밤

춤은 항상 음악과 함께 발전했다. 춤의 형태가 사라지더라도 음악으로는 남아 있을 만큼 이 두 예술의 관계는 긴밀하다. 올해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두 무용수 서희와 알렉상드르 아무디가 반가운 걸음을 했다. 이번 음악제를 위해 라벨의 발레 음악 ‘볼레로’가 그레고리 돌바시안에 의해 특별히 안무됐고, 서희와 아무디가 세계 초연했다. 이들은 라흐마니노프 ‘엘레지’에 맞춰 ‘비가 올 확률’(안무 리엄 스칼릿)과 차이콥스키의 ‘피렌체의 추억’ 중 2악장에 맞춰 ‘잔인한 세상’(안무 제임스 쿠델카)을 선보였다. 후반부의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이들의 춤으로 다시 한 번 활력을 얻었다.

프랑스 출신 아무디는 파리 오페라 발레 막스 부조니를 사사했으며, 2002년 ABT에 입단하여 2012년 솔리스트로 승격했다. 시원하게 뻗은 팔다리로 콘서트홀을 달군 아무디와의 일문일답.

서희가 직접 초청했다고 들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석하게 된 소감은 무엇인가?

주로 음악 공연을 많이 하는 뉴욕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서 춤춘 적은 있지만, 음악제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BT에서 12년 동안 서희와 함께 춤을 췄다. 서희는 멋진 무용수이며, 좋은 사람이다. 무대에 서면 관객에게 자신의 100퍼센트를 내어준다. 무용계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 이런 무용수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대관령은 첫 방문인데 다양한 아티스트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레퍼토리를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서희와 함께 작품을 골랐다. 음악을 먼저 정하고, 안무를 맞추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제임스 쿠델카가 안무한 ‘잔인한 세상’이다. 고전적인 발레 듀엣인데, 줄리 켄트같이 위대한 발레리나가 선보였던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프랑스 출신인 당신에게 이번 대관령국제음악제는 특별하게 와 닿았을 것 같다. 문화적 요소가 예술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문화는 모든 예술에 전반적으로 녹아 있다. 내가 어디 있든 프랑스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당연히 프랑스 스타일이 몸에 배어 있는데, 이것을 굳이 바꾸거나 없앨 필요는 없다. ABT에 입단했을 때도 문화가 달라서 힘든 점은 없었다. 프랑스와 미국 발레를 나누기보다는, 클래식 발레에서 모던 스타일을 익히는 것이 새로웠을 뿐이다.

프랑스 예술만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술을 ‘진지함’과 ‘아름다움’으로 나눈다면, 프랑스는 아름다운 쪽에 속한다. 건축물이나 미술 작품을 보면 더욱 느껴진다. 음악에도 항상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다. 아름다움은 예술과 본질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한국의 전통음악 ‘아리랑’을 들으면, 한국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다. 라벨은 프랑스 작곡가인데, ‘볼레로’를 들으면 색다른 감정이 드는지 궁금하다.

할머니가 피아니스트여서 어린 시절 집 안에는 항상 ‘볼레로’가 흘러나왔다. ‘볼레로’를 준비하면서 집과 할머니가 생각났다. 이번 무대에서 멀리 있는 고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알펜시아 콘서트홀이 춤을 추기에 협소하진 않았나?

딱히 환경에 영향을 받진 않았다. 홀이 작아서 좋은 점은 연주자와 관객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무용을 위해 만들어진 공연장이 아니기에 높은 점프와 큰 동작은 자제해야 했지만, ‘볼레로’ 같은 경우는 이 무대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완벽했다.

라이브 음악과 녹음된 음악으로 춤출 때 각각 느낌이 다를 것 같다.

라이브 음악을 선호한다.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음악에 맞춰 춤의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라이브 음악이 더 힘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가들과 소통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함께 예술을 즐긴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무용과 음악이 서로 지배하지 않고 조화롭게 이어지려면?

음악을 존중하고, 움직임을 존중하면 된다. 음악은 나에게 집 같은 존재다. 춤을 추다가 잊어버리면 돌아올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저에게 관심을 주세요’ 하듯 오버해서 동작을 하는 무용수가 있는데, 그러면 무용이 음악을 방해하게 된다. 무용수는 음악을 방해하면 안 된다. 음악을 들어야 하고, 관객에게도 음악이 들리도록 춤을 춰야 한다.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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