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금호아트홀
다채로운 표정 속 중용적 태도
보통 내공이 아니다. 충실하고 안정감 있는 톤도 놀랍지만, 한결같이 신뢰감을 주는 그녀의 연주는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듀오’로 시작해 마지막 앙코르로 연주한 차이콥스키 ‘명상곡’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성격의 곡이든 김봄소리의 손을 거치면 편안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음악으로 다가왔다.
공연계에선 비수기에 속하는 7월 말, 금호아트홀에서 펼쳐진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은 음악회에 목말랐던 이들의 갈증을 한 번에 해결해준 공연이었다. 아마 음악회가 끝난 후에도 그녀가 들려준 바흐 파르티타 2번의 샤콘 속 인상적인 코드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의 애절한 선율이 귓가에 울려 잠 못 이룬 이가 많을 것 같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다양한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균형 잡힌 선곡이어서 김봄소리의 다채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곡으로 선보인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듀오’는 슈베르트의 서정적인 면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작품의 고전적 형식미를 잘 살려내야 할 뿐 아니라 설득력 있게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김봄소리는 어떤 곡을 대하든 과장하는 법 없이 청중을 설득할 줄 알았다. 지나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적인 태도, 작품 자체에 정직하게 다가서는 정공법이야말로 그녀의 연주에 품격을 더하는 요소였다. 한 음 한 음 충실하면서도 깨끗하고 알아듣기 쉬운 연주는 피아니스트 양지선의 연주와 잘 어우러지면서 이중주 소나타의 조화를 느끼게 했다. 다만 훌륭한 연설에 유머가 빠지지 않듯, 스케르초 악장에서도 좀 더 재기발랄하고 위트 있는 표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바흐 파르티타 2번의 샤콘과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는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특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3악장에서 부분적인 템포 변화나 음색 변화, 음과 음 사이를 끄는 글리산도 등의 주법을 통해 자유로운 환상곡풍의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김봄소리는 마치 오페라의 프리마돈나처럼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다채로운 표정을 담은 연주로 청중의 마음을 한껏 사로잡았다. 바흐 파르티타 2번의 샤콘 연주도 놀랍도록 주목할 만했다. 대개 이 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갖가지 코드로 가득한 기술적인 면 때문에 힘이 달리게 마련이지만, 그녀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코드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한편, 그 속에 숨은 주요 선율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그뿐 아니라 변주 하나하나가 진행될수록 감정적 고양을 일으키는 격앙된 어조로 연주하며 청중을 바흐의 음악 속으로 끌어들였다. 다만 D단조에서 D장조, 다시 D단조로 진행하는 연결 부분에서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감정의 흐름을 연결했더라면 더욱 설득력 있는 연주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왁스만 ‘카르멘 환상곡’은 언뜻 보기에 김봄소리의 우아한 연주 스타일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곡이었으나, 놀랍게도 이 작품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결코 지나치거나 거칠지 않게 곡의 관능적인 느낌과 기교적 화려함을 표출해내 청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