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안목과 실력의 탁월한 조합
몇 해 전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통해 본격적으로 탁월한 음악성과 남다른 예술적 감수성을 국내 무대에 알리며 급속도로 인지도를 넓혀가는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지난 8월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을 선보였다. 피아니스트로는 한국 피아노계의 미래로 일컬어지는 김선욱이 가세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접해온 수많은 현악기와 피아노의 듀오 콘서트 가운데 유독 이 팀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음악적으로 높은 완성도와 감흥을 전달해주었음은 물론 음악 외적인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먼저 음악적 측면을 살펴보면, 감각적이면서 현대적인 스타일을 견지하는 동시에 독일 음악 고유의 내적 논리를 체득하고 있는 젊은 두 연주자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뜨거운 환호를 보낸다. 선명하면서도 밀도 높은, 비할 바 없는 청아한 사운드를 발산하는 엔더스는 베토벤 악보에 담겨 있는 것 이상의 표현력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세 곡의 변주곡에서 그가 보여준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역동적인 텐션,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이 빚어낸 다채로운 변주의 향연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첼로 소나타 4번에서는 어렴풋함과 단호함을 오가며 주제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를 견고하게 쌓아가는 모습과 16분 음표들의 세밀한 크레셴도 및 성악적이고 매끄러운 부점의 강렬한 매력이 돋보였다.
첼로 소나타에서는 피아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마친 뒤 한층 성숙해진 김선욱의 집중력 높고 디테일한 스타일이 만개한 듯하여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세련된 옥타브 연타와 트릴, 셋잇단음의 디테일, 효과적인 음량 대비에서 비롯된 극적 전환, 제시부 주제들에 부여한 새로운 의미, 대위적 부분에서 살포시 떠오르는 낭창적인 흐름 등이 돋보였다. 특히 첼로 소나타 3번은 기존 연주를 낡은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는데, 엔더스와의 치열하면서도 긴밀한 앙상블과 긴장감 높은 스피디한 진행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을 조합하여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기획사의 심미안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음악적 완성도를 우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발전된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의 파트너십을 유럽까지 널리 알려 세기의 거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음향적으로 버거운 콘서트홀보다 실내악과 잘 어울리는 IBK챔버홀을 선택함으로써 경제적인 이익보다 음악적인 완성도를 우선했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한 일이다. 게다가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 공연을 매진시켜 주말 오후 시간도 충분히 계발할 진지한 청중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인상적인 양일의 연주회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됐음에도 이날의 선율과 그들의 음색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음을 고백한다.
사진 빈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