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 조너선 켈리 협연,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 내한 공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3월 1일 12:00 오전

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보에와 바이올린의 바로크식 궁합

2014년,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와 내한하며 이목을 끌었던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과의 2년 만의 재회였다.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4위 입상 후 국내 활동이 드물었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베를린 필하모닉 오보에 수석 조너선 켈리가 함께한 이번 공연은 독일 태생의 주미 강이 서울바로크합주단과 1996년에 선보인 국내 데뷔 이후 꼭 20년을 맞은 무대였고, 국내 인지도 면에서 베를린 필에 함께 재직 중인 알브레히트 마이어에 밀려 있던 켈리의 진수와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1985년 창단한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은 파위가 “바로크 음악에 관한 최고의 해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증명한 단체답게 바흐, C.P.E. 바흐, 비발디로 화려한 바로크식 성찬을 차렸다.

첫 곡은 C.P.E. 바흐의 오보에와 현을 위한 협주곡 Wq164였다. 첫 음에 부여한 악센트가 만들어내는 활기찬 느낌을 타고 주행하는 마이어의 음색에 비해 켈리의 음색은 중형 세단 같았다. 묵직했다. 미묘한 표정을 담은 따스한 톤으로 세부의 음영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 세심함은 감탄할 만했다. 콘티누오(지속 저음)를 담당하는 첼로·더블베이스·하프시코드가 무대 측면이 아니라 정중앙에 배치된 것이 특이했는데, 정면에서 날아오는 묵직한 소리들은 날렵하게 조각된 오보에·바이올린·비올라의 선율을 듬직하게 받쳐주었다.

두 번째 곡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 BWV1043로 음악감독 다니엘 게데(제1바이올린)와 주미 강(제2바이올린)이 함께했다. 안정되고 중후한 주미 강의 연주에 비하여 군데군데 잦은 실수를 보였다. 하지만 솔리스트와 단원이 첫 음과 마지막 음을 확실하고 일사불란하게 처리하고 매듭지으며 선사하는 상쾌함 속에서 그 실수는 크게 거론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고국 무대에 선 주미 강의 연주에서는 성숙미가 물씬 풍겼다.

인터미션 후에는 바흐의 오보에·바이올린·현을 위한 협주곡 BWV1060을 선보였다. 왼쪽으로 몸을 기울인 주미 강과 오른쪽으로 벨을 기울인 켈리는, 무엇보다 음색의 궁합이 잘 맞았다. 비발디 4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 RV567은 첼로·더블베이스·하프시코드를 가운데 두고 게데(제1바이올린)와 주미 강(제2바이올린)이 무대 왼편에, 코토와 마치다(제3바이올린)와 라이마어 오를로프슈키(제4바이올린)가 오른편에 서서 연주했다. 안단테·아다지오·알레그로·아다지오·알레그로를 지나는 4명의 솔리스트는 관객과 무대를 공감대로 엮으며 앞에서 선사한 감흥과 달리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이 대미를 장식했다. 협연하는 주미 강을 보며 2011년 내한한 드레스덴 카펠졸리스텐과 ‘사계’를 협연하던 당시 모습이 떠올랐다. 악단과 수평선을 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곡선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함께 호흡하며 바로크 음악의 구조를 탄탄하고 설득력 있게 부각시키는 음악적 통찰력이 한껏 성숙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예술의전당 기획으로 마련된 이날 공연은 앙코르로 개관 28주년을 기념하는 생일축하곡과 앞에서 선보인 바흐 BWV1060의 3악장을 들려주며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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