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고음악 애호가라면 이들의 첫 내한 공연을 잊지 못할 것이다. 흡사 영화 ‘왕의 춤’에 등장한 루이 14세의 궁정악단이 재래한 듯, 태양왕의 음악이라 할 만한 힘차고 눈부신 음색은 ‘프랑스 바로크 음악이란 이런 것’이라고 선포하는 듯했다.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바로크의 전령사들은 3일의 공연 기간(5~6일 예술의전당, 8일 대전예술의전당) 중 그들의 전매특허인 라모의 ‘상상교향곡’과 글루크의 ‘돈 후안, 혹은 석상의 연회’로 당시를 떠올리는 청중에게 화답했고, 멘델스존과 슈베르트의 교향곡으로 투어를 시작해 그들의 정체성을 알렸다.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들은 국가별 특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면이 흥미로운데, 루브르의 음악가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 음악은 매우 시각적인 특성을 보여왔다. 이러한 특성은 프랑스 악단에 있어 관악 파트(특히 금관악기)의 강세라는 전통으로 이어졌으며, 바순 연주자였던 민코프스키는 독일어권 작곡가들의 진중한 낭만 음악에서도 이러한 성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유쾌하고 긍정적인 연주 효과에 있어서는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지만,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의 교향곡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측면이 있었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은 섬세한 깊이 대신 태양왕 시대의 강력함과 광휘로움으로 재탄생했다. 일부 관악기를 추가하고 현악기 대형을 재배치하는 등 민코프스키만의 장치와 두드러진 다이내믹은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만의 질박한 음색보다 팽창적인 느낌을 이끌어냈다. “이전까지의 지나치게 심오하던 슈베르트 대신, 시대악기를 사용한 자연스러운 가벼움을 끌어내려고 했다”는 민코프스키의 의도는 주효했다.
젊은 연주자들이 상당수 눈에 띄는 이들의 파격적 연주 스타일에는 민코프스키의 개성이 녹아들어 있다. 모계로부터 받은 신대륙적 기질을 포함한 다국적 유전자의 영향처럼 유연하고 포용력 넘치는 리더인 민코프스키. 그가 약관의 나이부터 이끌어온 ‘사단’에 있어 음악적 구조의 안정성이나 정교함은 ‘음악의 즐거움’이라는 가치의 한 수 아래 있는 듯했다. 전임 윌리엄 크리스티가 예술적 영감과 위트 넘치는 큐레이션이 돋보였다면, 민코프스키는 의도된 인간미로 가득한 특유의 바로크적 내러티브가 빛났다. 오페라 전문가답게 극적 요소를 한껏 가미한 그의 무대는 연신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를 외쳤다.
민코프스키는 바로크 음악이 못내 아쉬웠을 첫날의 청중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으로 한껏 고양된 분위기는 앙코르였던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분노의 춤’으로 이어지며 절정을 선사했다. 1960년대 클래식 음악계에서 ‘복고’와 ‘혁신’의 가치를 추구하며 시작된 시대음악 운동은 그 혁신을 이끌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같은 선구적 거장 세대가 떠나가는 지금, 50대의 낙천적인 리더 민코프스키의 손끝 아래 더없이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진 한화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