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알펜시아 콘서트홀
평창의 밤을 수놓은 신선한 선율
작년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 중 일부가 평창겨울음악제에서의 연주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재즈와 클래식 음악 두 개 장르의 콘서트들로 처음 열린 평창겨울음악제는 대관령국제음악제라는 여름 페스티벌만 존재하던 평창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페스티벌이었다.
27일 토요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오후 5시에 클래식 음악 콘서트로는 두 번째 공연이자 메인 콘서트라 할 수 있는 최수열/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들의 갈라 콘서트가 열렸다.
첫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Bb장조를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4위 입상자이자 모스크바 음악평론가협회상을 받은 뤼카 드바르그가 연주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매우 많은 곳에서 초청받고 연주를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레퍼토리를 엄청나게 넓혀가고 있다. 이 곡에서는 번뜩이는 천재성이나 놀라운 터치 대신 하이든·모차르트를 계승한 베토벤 청년기의 모습에 어울리는 예쁘고 영롱하며 순정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 무대는 5위를 차지했던 첼리스트 강승민의 무대. 강승민은 풍요롭고 시원한 음색으로 ‘로코코 변주곡’을 연주해나갔다. 강승민의 첼로는 볼륨감 있고 때로는 다소 거칠다 싶은 남성적 어프로치와 호방한 라인으로 큰 그림을 그렸으며, 러시아 민요 테마를 첼로로 뛰어나게 노래해냈다.
세 번째 무대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성 성악 부문 우승자이자 대회 그랑프리에 빛나는 몽골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의 무대. 그랑프리를 수상한 곡인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중 옐레츠키 공작의 아리아 ‘난 당신을 사랑하오’와 보로딘의 ‘이고르 공’중 이고르의 아리아 ‘잠을 잘 수도 없네, 쉴수도 없네’ 이 두 러시아 곡은 간바타르의 훌륭한 공명과 성량, 타고난 강하면서도 아름다운 목청에 매우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였으며 표현력도 빼어났다. 러시아 오페라 곡에선 오케스트라가 좀 더 짙은 음영을 띠고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부 처음에 다시 등장한 간바타르는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중 루나 백작의 아리아 ‘그녀의 빛나는 미소’,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야 이 거리의 만물박사’로 청중을 사로잡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타고난 재능이 풍부한 간바타르는 앞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에 우뚝 설 엄청난 대어다.
마지막 무대는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협주곡으로 바이올린 부문 4위 클라라 주미 강과 첼로 부문 1위 안드레이 이오누츠 이오니처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안드레이 이오누츠 이오니처는 그윽한 첼로 음색으로 클라라 주미 강은 브람스의 내밀한 내면세계를 과장하지 않고 포근하게 연주하며 끈끈한 동료 의식과 높은 실내악적 완성도로 연주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2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된 평창겨울음악제는 사실 늦은 감이 있지만 아주 반가운 페스티벌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매일같이 좋은 공연으로 선수들과 올림픽을 보러 온 관중에게 밤 시간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창겨울음악제가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페스티벌로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평창겨울음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