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원 협연, 로랑 프티지라르/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6월 1일 12:00 오전

5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랑스 색채의 매력

유럽의 음악을 선도했던 프랑스 작곡가들의 명곡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회가 5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음악회의 부제였던 ‘불란서의 아름다운 시절’은 프랑스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시대로 고흐 등 인상파 화가들이 예술적 자유를 만끽하던 시기다. 


이날 선보인 레퍼토리는 이 시기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프랑스 음악과는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지휘자 겸 작곡가 로랑 프티지라르는 음악에 활기를 넣어주는 익살스러운 제스처와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로 코리안심포니를 균형 있고 안정감 있게 리드했다. 25년 지기 두 음악가가 호흡을 맞추는 두 번째 무대에서도 프티지라르의 지휘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첫 곡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는 바순과 클라리넷, 현악기의 깔끔한 프레이징과 자연스러운 다이내믹 처리가 돋보였다. 목관, 금관, 현악기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화음의 과정들은 프랑스의 전통적 화려함과 우아함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선율을 선사했다. 첼로의 보잉과 타악기 연주는 작품이 극에 달할수록 빛을 발해 클라이맥스를 청량한 음색으로 장식했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프레이징 또한 부드러워 동적인 대조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음악에 스토리의 진행을 맞춘 것이 아닌 스케르초 풍의 경쾌한 주선율 속에서 리듬의 변화, 강약의 섬세한 표현들이 흥미롭게 구성된 점도 돋보였다. 하지만 첫 시작과 동시에 너무 안정감 있게 진행된 템포, 더 단호하지 못한 종결은 강렬함, 속도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움으로 남 았다.

이어서 로랑 프티지라르의 첼로 협주곡을 첼리스트 양성원이 국내 초연했다. 양성원은 프티지라르의 음악을 매우 정교하고 리드미컬하게 풀어나갔다. 첼로의 레치타티보는 옛 이야기를 흥얼거리듯 차분하게 표현했고, 마음속 깊이 파고든 감정은 솔직하면서도 때론 과감하게 해석했다. 마치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감상하는 듯했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강한 에너지, 그리고 긴 울림과 잔향이 조화를 이루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3악장은 분위기가 전환돼 율동적인 느낌이 강했다. 선율 또한 아름다워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나지 않았다. 첼로 소리가 오케스트라 음향에 많이 묻힌 아쉬움도 있었지만 장조의 종지가 날아갈 듯 행복감을 선사했다.

인터미션 후 프랑스 음악 융성에 선구적 역할을 했던 샤브리에의 ‘에스파냐’가 무대에 올랐다. ‘에스파냐’는 색채감이 화려한 관현악 작품으로 6분 남짓한 짧은 곡이지만 2대의 하프, 4대의 바순, 4대의 트럼펫과 코넷이 사용될 만큼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요한다. ‘에스파냐’는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영감 받아 작곡된 곡이라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떠올리면 곡을 감상하기에 조금 수월할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화려한 색채가 매력을 발산해 지루할 틈이 없다. 코리안심포니는 이 작품을 역동적이면서 달인의 경지에 이른 화가의 팔레트처럼 다양한 빛깔로 채색, 완벽한 해석을 선보여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작품은 드뷔시의 걸작 ‘바다’였다. ‘바다’는 동양적인 색채와 다채로운 음색으로 벅찬 희열을 안겨줬다. 불타오르는 태양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다의 모습은 웅장하면서도 대범했다. 잉글리시 호른과 첼로가 연주하는 10마디 분량의 몽환적인 간주의 색채감은 환상적이었다. 하프가 분산 화음으로 넘실거리고 화성이 교체될 때마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색채와 명암은 색에 대한 조예가 깊은 모네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음악이 봄날의 밤과 잘 어울렸던 무대. 시각으로 스며들어 마음속에서 융화되는 빛을 느끼고 상상할 수 있다는 건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코리안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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